일자리 창출에 미치자
일자리 창출에 미치자
  • 김승욱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6.07.07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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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제안] 개헌 논란과 경제 위기

법으로, 또는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려고 하는 것은 객차가 기관차를 끌고 가려는 것. 일자리를 만드는 기관차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다 

지금 개헌 논의를 할 정도로 한가한가? 지금 역대 최고인 12.5%의 청년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청년 실업자 56만 명에 취업 준비자(57만9000명)와 구직 단념자(47만4000명)를 합치면 무려 세 배에 달하는 161만여 명의 청년들이(2016년 2월 기준) 일자리를 찾고 있다. 

▲ 김승욱 중앙대 교수·미래한국 편집위원

대학 강단에서 요즈음은 서글픈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비록 못 살았지만, 그래도 대학 캠퍼스에는 멋과 낭만이 있었다. 인생을 논하고, 취미 생활에 눈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대학에 들어오자마자 열심히 공부한다.

교수 입장에서는 기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마음이 아프다. 꿈을 먹고 자라야 하고, 창의와 아이디어가 번득여야 할 다음 세대가 이렇게 먹고 살 걱정에 찌들어 있는 모습을 보니 염려가 앞선다. 

물론 일자리 부족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저성장 시대를 맞아 일자리가 생겨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동화로 일자리가 사라져가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에도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기계파괴운동을 벌였지만, 그때는 새로운 산업에서 일자리가 생겼다.

이제는 인공지능(AI)의 등장과 확산으로 인해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고, 서비스업 일자리마저 위협하고 있어 이제 정말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을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통계적으로도 확인 된다. 1980년대에는 매년 약 1.9%씩 일자리가 늘어났지만, 2000년 이후에는 일자리 증가세가 1.2%로 낮아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위기 이전에는 경제가 1% 성장하면 취업률이 0.44% 상승했지만, 그 이후에는 0.36%밖에 성장하지 않는다. 

또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고령화 현상으로 인해 이제 은퇴 후에 여유 있게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 이제는 은퇴 후에 잘못하면 30~40년 이상을 소비계층으로 남아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일을 더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일자리 창출’에 미쳐야 한다 

1980년에 5%에 불과했던 60세 이상 고령 노동자 비중이 2011년에는 10% 수준으로 크게 높아졌다. 또 노령자의 건강도 크게 개선이 되어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가율, 고용률, 취업률은 2003년 이후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젊은이나 은퇴자나 일자리를 찾고 있는 현실에서 이제는 ‘일자리 만들기’에 미쳐야 한다. 

1973년에 이낙선 상공부 장관이 “수출에 미치자”라고 한 이야기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당시에 모두 불가능하리라고 생각했던 100억 달러 수출을 3년 앞당겨 달성해서 수출한국의 기적을 이룩했는데, 이제는 일자리 만드는 일에 모두가 미쳐야 할 만큼 절박한 시대가 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하면서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를 달성하겠다고 했지만, 그동안 법안 통과 안 시켜준다고 국회 타령만 하면서 세월을 보냈다. 이제라도 진정으로 일자리 창출에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한다. 일자리는 정부가 억지로 만든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존 일자리를 두 사람이 나눈다고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정부는 정년을 연장 또는 폐지하거나 퇴직 근로자를 재고용하면 고령자 고용연장 지원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젊은이들의 일자리만을 빼앗는 것이지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하면 세대 간 갈등이 더 심화될 뿐이다. 영국에서 이번에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세대 갈등이 나타나고 있듯이 우리나라에서도 복지 문제나 각종 정책을 둘러싸고 갈등이 심화될 소지가 많다.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기업이라고 하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법으로, 또는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려고 하는 것은 객차가 기관차를 끌고 가려는 것이다. 일자리를 만드는 기관차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다. 

최저임금제를 낮춘다고 해서 임금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일자리가 많아져야 임금이 올라간다. 정부가 법으로 최저임금을 올리면 오히려 있던 일자리도 사라진다. 정부는 기업이 일자리를 만드는 데 방해가 안 되도록 질서를 잡아주고, 반칙을 하는 기업들에게 벌을 주고,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마음껏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데 최선을 다 해야 한다. 정치가들이 잘못된 이념으로 또는 정의감으로 기업의 앞길을 막아서는 안 된다. 

좋은 기업, 착한 기업은 무엇인가? 이윤을 안 가져가는 기업이 착하고 좋은 기업이 아니라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기업이 착하고 좋은 기업이다. 국민 세금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이 좋은 기업이 아니라, 세금 많이 내고 일자리 많이 만드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고, 사회에 착한 일을 많이 하는 기업이다.

▲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청 다목적강당에서 열린 ‘2016 서울시 찾아가는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찬 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다 

중국에서 덩샤오핑(鄧小平)은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으로 경제 중심의 지도이념을 주장해 경제개혁을 이룩했다. 마찬가지로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라는 근본 원리로 돌아가야 한다. 일자리를 창출하면 선(善)이고,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 악(惡)이라는 기준을 가지고 정치를 하고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일자리를 만드는 데 찬 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다. 이왕이면 정규직이 좋겠지만, 기간제니 임시직이니 가릴 처지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전체 임금근로자 약 1900만 명 중에 대기업 정규직(136만 명), 공무원(101만 명), 중앙 및 지방 공기업 정규직(34만 명), 사립학교 교직원(28만 명) 등 300만 명을 제외한 1600만 명은 대부분 노조의 보호도 못 받거나 임시 일용직이나 기간제 근로자 등 소위 비정규직이다. 

어차피 모든 노동자들에게 번듯한 상용직 일자리를 보장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기간제이든, 파견제든 어떤 형태든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노동시장이 유연한 미국이 비정규직이 가장 적다. 정규직 노동자 보호를 높이면 비정규직이 많아지고, 비정규직을 낮추려면 정규직 노동자 보호를 낮추는 수밖에 없다. 두 가지를 동시에 다 얻을 수는 없다. 

일자리를 늘리려면 파업 중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파견 근로를 자유화 하는 등 경영의 자유도를 높여야 한다. 그리고 노동의 질보다 먼저 양적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이러한 문제에 사회적 합의를 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기업 정규직으로 구성된 노동계에 끌려가 일자리를 만들지 못해서는 안 된다. 노조와 합의를 통해서는 절대 노동개혁을 못하고, 그러면 일자리 창출은 요원하다. 

물론 싱가포르처럼 카지노도 좋고, 북한처럼 마약이라도 재배해서 일자리를 만들자는 말은 아니다. 한계기업들을 정부 세금으로라도 연명시키면서 고용을 유지하자는 것도 아니다. 어떤 경제정책이 좋은가?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이 좋은 정책이고, 일자리를 없애는 정책은 나쁜 정책이라는 단순한 원리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지나친 단순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책은 단순한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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