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부상과 세계화의 종말
제조업 부상과 세계화의 종말
  • 미래한국
  • 승인 2016.07.27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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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칼럼] 4차 산업혁명으로 세계화의 종말 예언한 레베카 켈러 박사의 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혁신으로 제조업 자동화가 진행되면서 세계화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편집자 주] 이 글은 미국의 글로벌전략정보연구 회사 Strategic Forecast, Inc.가 발간하는 인터넷판 스트레포(Strafor) 2016년 6월 7일자에 게재된 레베카 켈러(Rebecca Keller) 박사의 ‘제조업 부상과 세계화의 종말’(The Rise of Manufacturing Marks the Fall of Globalization)이라는 글 전문을 번역한 것이다. 이 글에서 켈러 박사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자동화 기술들이 제조와 관련된 인건비를 크게 낮춤으로써 선진국들은 자국 내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그 결과 국제 분업이 크게 줄면서 세계화 시대가 끝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당신이 이 기사를 스마트폰, 태블릿, 랩탑 컴퓨터로 읽고 있다면 당신 앞에 있는 그 장비는 적어도 3~4개 대륙의 6개 나라에서 제작된 부품들을 담고 있을 것이다. 그 장비의 세련된 외형은 글로벌 공급사슬(Supply Chain)만이 제공할 수 있는 복잡하게 얽힌 내부의 부품들이 마치 없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세계화(globalization)로 공급사슬이 지구 끝까지 뻗어나가면서 한 나라에서만 만들어진 제품을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지금은 비행기, 열차, 자동차, 컴퓨터, 휴대폰, 가전장비 내 수백 가지의 부품의 기원을 추적해보면 전 세계 수많은 회사들로부터 온 것임을 알 수 있다. 그 제품의 조립도 다른 국가에서 이뤄진다. 

제품과 부품을 생산하고 조립하는 기회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국가들이 생산가치(production value) 계단에서 상승하는 것이 훨씬 쉬워졌다. 원재료를 추출하는 계단 제일 밑에 있는 국가들은 낮은 가치의 부품을 만들다가 다음에는 보다 높은 가치의 기초적 조립을 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이 세계화와 그에 따른 국제 교역의 변화를 촉진한 것처럼 국가들이 서로 교역하는 것에서도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오늘날 이뤄지고 있는 경제 및 인구의 변화와 함께 자동화, 고급 로봇, 소프트웨어 중심의 기술들은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바로 개발도상국들의 기회를 뺏는 더 단축된 공급사슬이다. 

한때 ‘부상하는 경제들’로 불렸던 지역들은 정체되어 있고 국가 내 및 국가 간에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간의 차이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형태의 세계화는 몇 십 년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국제 무역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옛날부터 기술은 세계 질서를 변혁시켜왔다. 가령 범선과 나침반은 유럽인들의 탐험시대를 가져왔고, 증기력으로 이 탐험은 가속화되었다. 상자와 같이 간단한 물건이 새로운 시대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60년 전 미국의 사업가이자 기업가인 말콤 메클린은 뉴저지 항구에서 장차 세계의 화물운송 방법을 영원히 바꿀 컨테이너(container) 운송 선박을 처음으로 출항시켰다. 선박에서 기차 혹은 트럭으로 운송할 수 있는 표준화 된 크기의 컨테이너를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메클린은 두 지점 간 화물 운송을 매우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했다. 

화물을 선박에 싣는 데 며칠 혹은 몇 주가 걸리던 것이 이 방법으로 몇 시간이면 끝났다. 메클린의 이 방법이 대륙 간 운송에 사용된 것은 그로부터 10년이 더 걸렸고, 이 기술이 유럽에 사용되기까지는 그 뒤 몇 년이 더 걸렸지만 그의 실험은 세계를 바꿨다.

첫 번째 컨테이너 선박인 ‘아이디얼(Ideal) X’는 1956년 봄 겨우 56개의 컨테이너를 실고 항해를 떠났지만, 지금 컨테이너 선박은 훨씬 대형화되어 가장 큰 선박은 약 2만 개의 컨테이너를 실어 나르고 있다. 

컨테이너 선박의 등장은 제품과 부품이 이것들을 사용하는 사람들로부터 가까운 곳에서 제작될 필요가 더 이상 없어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장소가 생산 요소로서의 중요성이 떨어지면서 인건비와 같은 다른 요인들의 중요성이 증대됐다. 저렴한 인건비로 제조하는 활동이 처음에는 중국 그 다음에는 동남아에서 늘어났을 뿐 아니라 공급사슬도 더 길어지고 더 복잡해졌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은 새로운 국제환경을 규제하고 생산자와 구매자 간의 연결을 도와주며 세계화를 가속화시켰다. 자동차와 전자제품 업체들을 포함해 많은 기업들은 컨테이너 선박이 일으킨 대변화를 100% 이용할 수 있었다. 

지금 랩탑 컴퓨터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원재료들은 최대 6개 대륙에서 공급되고 있다. 그 원재료들은 독일, 미국, 일본 등에서 처리된 후 한국에서 LCD 스크린,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에서 컴퓨터 칩으로 제작된 다음 중국에서 완제품으로 조립된다. 

아이폰도 이와 유사하다. 한국, 독일, 프랑스, 일본, 일부 아시아 국가들에서 제작된 부품들이 중국에서 조립되어 완제품이 나온다. 전자제품만이 아니다. 항공기인 보잉 787은 북아메리카, 유럽, 아시아의 9개 나라에서 부품이 제작되어 조립된다. 혼다 어코드의 제어판은 24개의 공급처가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모든 부품을 여기저기서 갖고 오는 것은 불필요하게 복잡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회사들이 저렴한 인건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결과적으로 제품과 부품은 가장 가까운 곳이 아닌,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곳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강력한 무역 친화적인 환경과 함께 세계 무역을 1980년부터 2007년 사이 10배나 증가시켰다. 이 과정에서 중국,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가 급속한 경제성장을 했다.  동남아와 일부 지역의 국가들이 이와 같은 성공을 모방하려고 하지만, 이제 그렇게 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울 것이다.

▲ 레베카 켈러는 로봇기술, 3D프린터의 첨삭가공 기술의 눈부신 발전이 생산비용의 획기적인 감소를 가져와, 세계화 이슈를 잠재우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3D 프린터가 한 차원 더 발전하면… 

세계화 시대는 그 효과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끝나가고 있다. 세계화는 분명히 떠오르는 주제였지만, 이미 기울고 있고 다음 주자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 바로 고급 로봇 기술,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첨삭가공(Additive Manufacturing)으로 도래하고 있는 새로운 시대다. 이 기술들이 생산 과정에 사용되면서 생산비를 급격히 낮추고 있다. 

세계화가 부상할 때 국제 무역이 이미 알려진 개념이었던 것처럼 로봇 기술은 지난 몇 년 동안 알려져 온 분야다. 그러나 최근 로봇 기술에서 큰 발전을 이룸으로써 로봇을 사용하는 사업들이 지금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다. 

로봇의 기능이 향상되어 복잡한 배선과 회로가 얽혀 있는 제품들까지 조립할 수 있게 되었다. 많은 산업에서 손으로 이뤄져왔던 조립 과정이 자동화되면서 로봇은 언젠가 세계화의 근간이 된 큰 변화 중 하나인 저임금 노동자들의 손에서 제작 공정을 옮겨오게 하는 원인이 될 것이다.

3D 프린트로 잘 알려진 첨삭가공의 발전은 세계화의 효과를 떨어뜨릴 것이다. 전통적인 제조 방식은 각각의 제품을 제작하는 데 별도의 틀을 만들도록 되어 있다. (이는 추가 비용을 초래한다). 하지만 같은 기계로 여러 디자인을 만드는 3D 프린터는 그렇지 않다. 이것 때문에 전통적인 제조업계에서 인정되었던 ‘규모의 경제’가 가져오는 장점들이 3D 프린팅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3D 프린팅 기술이 발전하고 더 광범위하게 사용되면 지난 수 십 년 동안 몇몇 장소에서 집중적으로 부품을 제조하면서 공급사슬의 특화와 표준화를 해왔던 것이 뒤엎어질 수 있다. 

거리와 만나는 교점 모두에서 공급사슬이 줄어들고, 이 생산 과정에 참여하는 국가와 공장들이 감소하면서 세계 무역 규모도 줄어들 것이다. 가상의 랩탑 컴퓨터의 예로 돌아가면 회사들은 부품들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기존처럼 6개국이 아닌 2개국에서 이 부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렇게 등장하는 기술들이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가령 3D 프린팅은 한 기계가 여러 재료들로 구성된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때만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다. 하지만 이 수준까지 되려면 몇 년은 걸릴 것이다. 더욱이, 금속 부품을 프린트하는 것은 매우 비싸고 느려 광범위하게 적용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로봇이 제조업에 최대의 효과를 주기 위해서는 더 능수능란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기능 개선이 필요하다. 로봇으로 구성된 공장을 운영하는 데 드는 에너지 비용 또한 매우 높다. 공장의 장비들은 오랫동안 사용되기 때문에 이를 로봇으로 대체하는 것은 속도가 느리게 진행될 것이다. 종합해보면 변화는 갑작스럽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일 것이라는 점이다. 

새로운 산업혁명이 펼쳐지면서 세계화와 함께 일어난 기존의 경제성장의 모델들은 국가를 발전으로 인도하는 확실한 길이 되지 않을 것이다. 신기술들이 저임금이 주는 혜택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국가들이 경제를 산업화하고 성장시키기 위해 가졌던 기회들을 줄일 것이다. 

인건비는 더 이상 고려사항이 아니다 

반면, 생산이 소비 국가들로 되돌아가면서 교역은 더욱 지역화 될 것이다. 멕시코와 같이 높은 교육 수준을 갖고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들은 새로운 산업 제조의 허브로서 저임금 노동자들을 대체할 것이다. 기술이 발전해 비용을 아주 낮춰 먼 거리에서 제품을 수입해올 필요가 없어질 경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같은 교역 블록은 의미가 없어지고 사실상 자급자족이 될 것이다. 

멕시코와 같은 중간 소득 국가들의 경우 점진적인 교역의 지역화는 분명한 이득이 있다. 하지만 이전에 세계화를 통해 이득을 봤던 가난한 나라들 다수는 어려운 여건에 놓일 수 있다. 한때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제조비가 저렴한 곳으로 알려진 동남아 일부 지역 뿐만 아니라 동부·중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정체는 아니지만 매우 제한적인 경제성장을 할 것이다. 

선진국들은 멀리 떨어진 곳의 저임금 노동력을 더 이상 의지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자국에서 가까운 곳에서 저비용으로 제품을 생산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산업화를 시작도 못한 국가들은 매우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향후 수 십 년 간 이들 나라들이 개발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릴수록 그동안 기술의 발달로 개발도상국들이 취할 수 있었던 기회들이 줄어들면서 이 국가들이 발전하는 것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발전된 산업 기반을 개발하는 데 추가적인 자본, 기술, 시간이 소요되고 이는 생산가치 계단에서 밑에 있는 제조업자들과 위에 있는 제조업자들 간의 간격을 더욱 벌릴 것이다. 

이 게임에서 패자가 있다면 승자도 있다. 발전된 기술을 갖고 있는 개척자들로 미국, 북유럽 및 일본, 한국과 같은 일부 아시아 국가들이다. 이들은 로봇공학, 3D 프린팅 기술을 잘 개발하고 있다. 중국도 신기술을 유리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단단한 공학 기반, 강력한 중앙정부, 국내 기술개발 증진 정책, 외국 기술회사에 대한 공격적 흡수 등은 다음 산업시대에서 국가를 선두에 서게 하는 주요 요인이다. 

중국은 여전히 저비용에서 고비용 제조업으로 가고 있지만 세계화 감소로 인한 부정적인 부작용을 피할 만큼 성장해 기존의 전통적 제조업 기반을 갖춘 일부 다른 선진 지역처럼 제약을 받지 않을 것이다. 이전의 놀라운 경제성장 때처럼 새로운 산업화로 인한 이득은 중국 전체에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을 것이다. 

대신 기술 발전은 중국의 해안지역과 내륙지역 간의 차이를 확대할 것이다. 중국이 정치적 긴장과 그에 수반되는 불만을 통제할 수 없다면 중국의 미래 성공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기술은 종종 간과되는 지정학의 한 요인으로 국가들이 상호 작용하고 내부적인 제약들을 대응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다. 우리가 자동차 제조공정, 3D 프린팅, 인공지능과 같은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면서 이런 변화는 불가피한 것이다. 

우리가 과거를 보면서 솜 틀기나 조립 라인의 발명이 역사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우리 후손들도 오늘날 우리의 이 발명들을 보고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었다고 평가하게 될 것이다. 

번역 이상민 미래한국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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