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시간 감금된 교수·교직원·동문들의 112 신고로 경찰 출동

‘미래라이프 대학’ 의견 수렴 시간 안 준 교육부도 문제 

손문경 세이브NK 사무국장·이화여대 81년 졸업 

최근 교육부의 평생교육 단과대학사업으로 추진되던 이화여자대학교의 미래라이프 대학은 이화여대 재학생들과 동문들의 저지로 백지화 되었다.

1970년대 말에서 1980년 초까지 민주화의 열기가 대학가에 한창이던 시절에는 학생들의 시위가 학교 교정에서 일어나면 가두시위를 하려는 학생 측과 이를 막는 경찰병력이 교문을 사이에 두고 밀고 밀리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때 학생들을 말리는 교수진과 학생들을 걱정하며 바라보던 김옥길 총장님의 모습이 새삼 떠오른다. 

이번 이화여대에서 일어난 학생 시위 과정에선 선글라스와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린 학생들이 교수·교직원·동문들을 46시간 동안 가둬 이들로 하여금 112에 구출 신고를 하게 만들었다. 이것이 1600여 명의 경찰 공권력이 교내로 진입하게 된 원인이 되었다. 경찰의 교내 진입에 대한 문제도 크지만 학생들의 시위 형태가 사뭇 비이성적이라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다. 

▲ 이화여대 학생들의 본관 점거 농성이 16일째를 맞은 지난 8월 12일 사퇴요구를 받고 있는 최경희 총장이 학생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 이화여대 본관으로 들어가려다 학생들로부터 제지당하고 있다.

미래라이프 대학 전면 폐지를 외치던 학생들과 동문들은 이제 최경희 총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지 않으면 대규모 시위로 총장 사퇴를 관철시키겠다고 한다.

이화여대의 개교 이념은 진선미를 추구하며 주변과 함께 나누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미래라이프 대학이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재직자 혹은 30세 이상의 무직 성인을 대상으로 4년제 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또 다른 기회를 준다는 의미에서는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하버드 대학 등에서도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학부 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열린 교육은 이미 보편화 되어 있다. 

그러나 미래라이프 단과대학의 경우 교육부가 주관이 되어 각 대학에 지원금을 주면서 충분한 의견 수렴을 할 시간도 주지 않았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교육부의 대표적 재정지원 정책인 ‘프라임 사업’에 이화여대가 선정되어 취업률이 높은 공대 정원을 대폭 늘리고, 인문, 자연, 예능계열 학과를 통폐합하는 사업 내용도 학생들의 반발을 불러오게 된 이유이다. 

미래라이프 단과대학이 개설하려 했던 웰니스 산업 전공과 뉴미디어 산업 전공이 과연 4년제 대학교육에서 꼭 필요한가라는 부분도 생각해 봐야 한다. 이미 30년 가까이 된 이화여대 평생교육원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충분한 교육적 효과를 보고 있지 않은가? 

나이가 들어서도, 고교 졸업 후 사회에서 일을 하다가도 언제든지 학교로 돌아가 학문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신나고 보람 있는 일일 것이다. 다만 전문대학 과정에서도 충분한 내용들을 꼭 4년제 대학에서 이수해야 하는가도 생각해보자. 

오히려 미용을 하면서도 철학을 배우고 인간관계나 심리학을 배운다면 어떨까? 대학은 대학다워야 한다. 대학은 어떤 계층만의 선별된 장소도 아니며 어떠한 경우에도 학벌주의를 내세우는 전근대적인 장이 되어서는 더욱 안 된다. 보다 본질적인 배움과 가르침 나눔의 자세를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닐까? 

8월 9일 총동창회 임원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하고 미래라이프 대학 신설과 관련해 학교 교정에 공권력이 투입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하며 이번 일에 연관된 학생들에게 피해나 처벌이 없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편 대화의 장을 만들기 위해서 교수, 학생, 직원, 동창이 함께하는 비상대책위원회의 구성을 제안했다. 늦게라도 모두가 이화의 정신을 다시 생각하며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