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게 중국이란?
대한민국에게 중국이란?
  • 복거일 소설가
  • 승인 2016.09.02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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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원로가 제시하는 중국 해석 방법

미국과 일본에 대한 반감을 퍼뜨리고 북한 정권을 지지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한반도가 중국에 예속되게 한다 

[중국] 제국주의와 민족주의 

중국(中國)은 제국주의를 전통으로 지녀온 나라다. 중심적 나라라는 뜻을 지닌 중국이라는 이름은 중국의 인종중심주의를 드러낸다. 자신을 천하라고 부르는 관행은 중국이 자신을 문명 세계의 전체라고 여겨왔음을 보여준다.

▲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문화미래포럼 대표·자유와창의교육원 교수·17회 동리문학상 수상

앞으로 중국은 이런 제국주의를 더욱 공격적으로 추구할 것이다. 중국의 공산당 정권이 민족주의로 자신을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강대국의 민족주의는 궁극적으로 제국주의의 모습을 하게 마련이다. 

중국은 1970년대 말엽 덩샤오핑의 집권 시절에 명령경제를 버리고 시장경제를 선택했다. 공산주의의 핵심인 명령경제를 버림으로써 공산당 정권은 전제적 통치의 정당성을 완전히 잃었다. 중국 공산당 정권은 자신이 잃은 정당성을 민족주의를 통해서 되찾으려 한다. 

민족주의를 이용해서 전제적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공산당 정권의 시도는 대체로 성공했고, 그런 성공은 대중의 민족주의를 한층 거세게 만들었다. 경제가 발전해서 자유에 대한 중국 시민들의 열망이 커지면 공산당 정권은 민족주의를 더욱 부추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북돋워진 대중의 민족주의적 열정은 중국 정부가 공격적 제국주의를 추구하도록 강요할 것이다. 

다만 중국에 대한 과대평가도 위험하다. 중국도 성숙해지면 지금처럼 강압적으로 하는 것은 수그러들 것이다. 국제적인 책무도 져야 되고 시민들이 자유를 원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정보의 양이 많아지고 정부가 정보를 통제하지 못하면 전체주의 사회는 무너지게 된다. 

[중국에게 북한] 항미원조 전쟁의 전리품 

중국의 항일 전쟁에서 공산군의 전과는 그리 크지 않았고, 공산군은 일본군과 싸우는 대신 국부군과의 대결에 대비해서 전력을 비축한다는 비난을 들었다. 외세와 관련하여 공산당이 내세우는 것은 한국전쟁이다. 그들은 이른바 “항미원조(抗美援朝)전쟁”에서 ‘북조선’을 도와 미국에 ‘승리’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런 승리로 자신들이 백년국치(百年國恥)를 끝냈다고 자랑한다. 

만일 중공군이 “항미원조전쟁”에서 이겼다면, 북한이 한반도의 주인이어야 논리적이다. 자신의 정당성을 떠받치는 민족주의적 역사 해석을 지키려면, 중국 공산당 정권은 북한 공산당 정권이 무너지는 것이라도 막아야 한다. 그것이 중국 정권이 기를 쓰고 북한을 돕는 근본적 이유다. 

물론 중국은 한반도의 분열도 즐긴다. 둘로 나뉘어 경쟁적으로 중국에 매달리는 한반도의 현 상황이 자신에게 가장 낫다고 중국은 생각한다. 악한 국가(rogue state)인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지녔다는 사실은 거의 모든 면들에서 맞서는 미국과의 교섭에서 좋은 패이기도 하다.  당연히, 중국 정권은 북한 정권의 존속에 큰 가치를 두고 북한 정권에 대한 지지로 보는 어지간한 손해들은 감수한다. 

그러나 중국 정권이 북한 정권을 감싸는 가장 큰 이유는 북한 정권의 붕괴가 중국에 미칠 정치적 영향이다. 북한에서 압제적 정권이 무너지면, 자유화의 바람은 중국에서도 거세게 불 것이다. 한 사회에서 일어난 혁명은 이웃의 압제적 사회들에서도 혁명의 기운을 일으킨다. 

[중국에게 한국] 역사적인 주종 관계 
 
(중국이 ‘항미원조’ 한국전쟁으로 인해 북한을 지지한다면 반대로) 한국은 (같은 이유로) 성가신 존재이다. 전쟁의 당사자로 인정하지도 않았던 자본주의 한국은 발전하고 공산주의 북한은 더할 나위 없이 비참해진 상황이 중국으로선 당연히 곤혹스럽다. 

최근에는 두 나라 사이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한국에 대한 혐오와 비난은 중국 사회의 전반적 현상이 됐다. 이런 현상은 물론 여러 원인에서 나왔다. 직접적 원인은 한국이 중국의 문화적 유산을 가로채려 한다는 인식이다.

그런 인식은 2005년에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된 ‘강릉 단오제’가 중국의 ‘단오절’과 같다는 오해에서 비롯했고, 여러 문화적 유산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면서 널리 퍼졌다. 자체로는 사소한 일들이 폭발력을 지닌 것은 문화적 유산이 중국의 민족주의적 열정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근대에 중국의 처지가 비참했으므로 중국 사람들의 정체성과 자존심은 긴 역사와 훌륭한 문화적 유산을 바탕으로 삼는다. 그런 태도는 자연스럽게 동양의 다른 나라들에 대한 폄하로 이어진다. 게다가 지리적·역사적 조건이 그러하므로, 중국은 한반도에 대해 크든 작든 ‘역사적 권리’가 있다고 여긴다. 

특히 중국은 한반도가 분열된 상태가 자신에게 가장 유리하다는 것을 늘 인식했다. 그래서 중국은 큰 값을 치르면서도 한반도가 분열된 상태에 머물도록 노력했고 앞으로도 북한이 무너지지 않도록 도울 것이다. 한국전쟁에서 중국이 그렇게 큰 희생을 치르면서 미국과 싸운 것은 바로 그런 인식 때문이었다. 중국의 힘이 커질수록 한반도의 통일은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 사드 배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해 ‘사대 방문’논란을 일으킨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6명이 귀국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소병훈, 김병욱, 손혜원, 김호, 신동근, 박정 의원./연합

[한중관계] 핀란드화의 진입 

중국과 긴 국경을 공유하므로 한반도는 중국의 공격적 제국주의의 영향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받는다. 역사적으로 한반도는 중국의 그늘을 벗어난 적이 드물었다. 근년에 중국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빠르게 늘렸다. 이미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어서 북한은 실질적으로 중국의 속국이 됐다. 한국도 이미 중국의 자장 안에 들었다.

외교관계에서 우리나라는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을 주중대사로 보내는 반면, 중국은 그동안 부국장급을 주한대사로 보내오다 최근에야 국장급으로 격상했다. 또 우리 정부는 중국의 티베트 인권 탄압에 대해 비난 성명 한마디 못 낸다. 중국에서 북송되는 탈북 동포들의 인권 유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중국에 잘못 보이면 안 되니까 기업이든 언론이든 중국에 대해 알아서 처신하고 있는 현실이다. 

강대한 나라 바로 옆에 자리 잡은 작은 나라는 늘 강대한 이웃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모든 일에서 강대한 이웃에게 양보해야 한다. 그런 과정의 끝은 핀란드화다. 핀란드화는 본질적으로 작은 나라가 큰 나라의 존재에 적응하는 방식이고, 중요한 일에서 스스로 결정을 하지 못하고 강대국의 뜻을 먼저 살피는 상황이다.

강대국이 약소국 바로 옆에 있어 국가가 병탄될 지경에 있고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으로 예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일컫는다. 우리가 중국의 압도적 영향 아래 살아가는 것은 지정학적 요인만이 그렇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경제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 중국은 한국에 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나라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면에서 중국의 뜻을 맞추는 유화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 

[대중(對中)관계] 시민의 대항력 있어야 한미동맹도 존재 

유화정책은 어느 나라에서나 환영을 받는다. 힘세고 공격적인 외국에 맞서는 것은 힘들고 위험한 일이다. 외교관, 종교인, 언론인, 대학 교수가 유화정책에 늘 매력을 느낀다는 점은 잘 알려졌다. 특히 중국 사회와 정권에 쉽게 접근해야 자신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중국 전문가’는 중국에 대한 근본적 편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편향을 가장 뚜렷이 보일 집단은 기업가일 것이다. 정치적 긴장은 거래와 투자에 해롭기 때문이다. 웬만한 우리 기 업들은 다 중국에 진출했다는 사정이 뜻하는 것은 자명하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두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막으려 애쓸 터이고 그들은 자발적으로 한국에서 ‘중국 로비’를 하게 된다. 

한국과 중국은 국력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그런 비대칭적 상황에서 강대국은 상대를 압도하려는 정책을 고르게 마련이고 약소국은 강대국의 압력으로부터 핵심적 가치를 지키려는 적응적 묵종(adaptive acquiescence)을 추구하게 된다.

자기 나라가 큰 나라에 의존한다는 세력 구조를 인정하고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의 방책을 찾는 태도이므로 이것은 적응적이다. 그래서 ‘적응적 묵종’이라 불린다. 핀란드화는 적응적 묵종의 전형적 모습이다. 

적응적 묵종의 전략적 개념은 양보(concessions)와 대항력(counterweight)이다. 강대국에 최소한의 양보를 하면서 핵심 가치를 지키는 데 필요한 대항력을 갖춘다는 얘기다. 대항력은 외교적 대항력, 군사적 대항력 및 시민적 대항력으로 이뤄진다.

외교를 통해서 국제적 환경을 개선하고 강대국에 대한 지위를 향상시키는 것이 외교적 대항력의 본질이다. 군사적 대항력엔 자국의 군사력만이 아니라 동맹국의 군사력도 포함된다. 시민적 대항력은 정권이 누리는 시민들의 지지를 뜻한다. 

외교적 대항력과 군사적 대항력은 결정적으로 중요하지만, 그것들을 약소국 스스로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시민적 대항력은 약소국 스스로 키울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두 요소들의 기반이 된다. 스스로 지키려는 뜻이 없는 집단을 남들이 도울 수는 없다. 아무리 작아도, 스스로 지키려는 뜻이 강하면, 강대한 집단이 넘보기 어렵다. 스스로 지키겠다는 시민들의 정치적 의지는 대항력의 근본이다. 

지금 한국의 시민적 대항력은 약하다. 한국 사회는 여러 면에서 분열되었다. 이념적 분열은 특히 심각하다. 근본적 원인은 물론 북한의 존재다. 북한은 능숙한 선동 선전을 통해서 한국의 사회적 혼란과 분열을 효과적으로 키운다. 아울러, 한국의 대항력을 줄이기 위해 북한은 한국 안의 지지세력을 통해서 미국과 일본에 대한 반감을 확산시킨다.

지금 이런 사정이 널리 인식되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다. 미국과 일본에 대한 반감을 퍼뜨리고 북한 정권을 지지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한반도가 중국에 예속되게 한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것은 중국의 부상에 대한 대책의 첫걸음이다. 북한 정권을 열정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도 한반도가 중국에 예속되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분열이 되고 중국에 대해 굴욕적인 태도를 취하면 동맹국인 미국도 도와줄 수 없다. 미국도 언젠가는 우리를 버릴 준비가 돼 있다고 봐야 한다. 중국이 강해질 경우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우리나라가 제일 먼저 포기될 가능성이 있다. 동맹도 자체적으로 시민들의 저항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 

※이 글은 복거일 작가가 본지 칼럼과 인터뷰를 통해 여러 차례 제시했던 중국의 본질에 대한 해석들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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