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로 전기를 만들자는 사람들
‘촛불’로 전기를 만들자는 사람들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6.09.09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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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에너지 포퓰리즘

[미래한국=한정석]

시장원리를 무시하는 에너지 정책이 포퓰리즘을 만들고 있다. 결국 정부도 국민도 모두 손해를 보는 것이다 

지난 7월,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서 김홍장 당진시장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5일간 단식투쟁 끝에 탈진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진시장의 단식투쟁 이유는 당진에코파워 석탄화력발전소 건립 반대였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김 시장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및 송전선로 건설 중단과 함께 특히 △ 당진에코파워 건설 계획 철회 △ 당진화력-신송산, 북당진-신탕정 구간 (예비) 송전선로 지중화 △ 북당진변환소 소송 취하 △ 기존 송전선로 전면 지중화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당진은 석탄 화력발전소들이 집중화 되어 있는 곳이며, 석탄 화력발전은 우리 전력 생산의 39%를 차지하는 가장 큰 발전원이다. 같은 시기에 신고리 원자로는 환경단체들과 야당에 의해 중단 요구에 놓였으며 2012년 9월 원자력발전소 건설 예정구역으로 지정 고시되었던 삼척시는 2014년 10월 주민투표에서 반대의사가 확인돼 현재 원자력발전소 건립 백지화를 산자부에 건의 중이다. 

▲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정작 전기 생산 수단에 대한 논의는 부재하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지역본부 상황실에 표시된 전력 수급 현황. / 연합

에너지 포퓰리즘에서 벗어나야

우리나라의 주택용 전기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61% 수준으로 저렴한데, 이는 원자력발전이 저렴하게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땅 어디에도 이제 원자로를 지을 가능성은 없다. 야당과 환경단체들이 주민들을 부추겨 반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기는 이제 무엇으로 생산해야 할까. 화력도 원자력도 아니라면 수력발전이 남는다. 수력발전의 경우, 충주댐 상류에 영월댐(동강)과 장전댐(오대천) 등 신규 댐 건설 역시 환경단체의 반대로 결국 전면 백지화된 상태다. 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이유였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전력 발전은 이들 진보 시민단체들과 환경단체, 그리고 야당이 좋아하는 ‘민주 촛불’밖에 없다. 촛불 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하자는 주장은 왜 안 나오는 것일까. 전기를 낮은 가격에 많이 쓰고자 한다면 그 만큼 발전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전기를 늘리는 발전은 불가능하다. 전기료 누진요금을 반대하는 야당과 진보 시민단체들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대기업에게 전기는 이익의 문제지만, 서민들에게는 생존의 문제잖아요!” 지난 달, 폭염으로 냉방 수요가 폭증하면서 전기료 누진요금 폭탄이 이슈가 되자, TV의 한 중년 여성은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했다.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은 싸게 해서 대기업들 배를 불리고, 가정용 전기 요금에는 누진제를 적용해서 피해를 보게 하고 있다는 야당의 선동이 제대로 먹혔던 이유였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8월 당의 전기요금개선 TF 회의에서 “서민 피를 빨아 대기업에 전기를 대줬던 구조가 (누진제 논란으로) 드러났다”며 “(누진제 개편으로) 생기는 결손 부분은 원가 이하로 전기를 공급받는 산업용 전기료를 조정해 해결한다는 것이 더민주의 기본 방향”이라고 말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그러나 우상호 원내대표의 주장은 거짓이었다. 

한국에서 전기요금은 근본적으로 판매요금이 생산원가를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기를 많이 쓰는 대기업의 경우, 자체 비용으로 고압 전기를 끌어다 변전과 송전 시설을 부담하기에 한전의 입장에서는 공급단가가 가정용보다 쌀 수 밖에 없다. 

반면, 가정용 전기의 경우 한전은 고압에서 저압으로 변전하고 수많은 노드를 통해 전력을 송신하는 비용을 모두 치러야 한다. 따라서 전기를 많이 쓰는 가정일수록, 소득도 높다는 법칙에 의해 가정용 전기에 누진제를 적용한다. 그 결과 서민들은 싸게 전기를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에어컨을 3시간 이상만 틀어도 전기료가 14만원에 이른다’는 언론 보도들도 사실이 아님이 추후 밝혀졌다. 10년 전의 에어컨이 아니라면 대개 인버터기능에 의해 실내 온도에 맞춰 콤프레서가 작동한다. 즉 냉방과 송풍이 교대로 일어나게 되어서 에어컨만으로는 전기료 누진 폭탄을 맞는 경우는 드물다.

그보다는 오히려 24시간 가동시키는 전기밥솥과 같은 전열기구로 인한 전기의 과다 사용이 문제가 된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정부는 전기요금을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주택용은 7~9월 석달간 요금을 깎아준다. 산업용은 8월부터 1년간 토요일 요금을 할인해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기간에 가정은 월평균 8368원, 기업은 연간 437만원의 전기료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국민들이 손에 든 전기요금 고지서는 한 여름에 수십만 원이라는 것에 대한 불만이기에, 가정의 월평균 8000원 정도의 요금인하는 ‘장난질’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결국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만 더 키워 놓았다. 한전의 전력 생산은 다른 에너지를 사용해서 얻어진다. 전력 생산은 화력, 수력, 원자력 가운데 원자력이 가장 생산비가 적게 든다. 지난해 발전원별 ㎾h당 단가는 원자력이 62.61원으로 가장 낮았다. 

그 다음으로 석탄 68.34원, 유류 149.90원, LNG 169.02 등의 순이다. 파리기후협약으로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석탄과 석유는 장기적으로 사용을 줄여야 하며 청정에너지로 꼽히는 LNG는 단가가 높다는 단점이 있다.

원자력 발전량을 신재생으로 대체하면 전기요금이 88%(50만 원·이하 가구당 연간 인상요금), LNG 대체 시 37.1%(21만 원), 유연탄 20.2%(11만 원) 증가한다는 것이 원자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에 개편 논의를 위한 긴급 당정 협의회 모습. 시장원리를 무시한 에너지 포퓰리즘의 손해는 결국 국민의 몫이다. / 연합

그래도 대안은 원자력이다 

지난해 원자력은 총 16만 4762GWh의 전기를 생산했다. 발전 비중으로 보면 31.5%로 석탄(39.5) 다음으로 두 번째 많은 전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 양은 서울과 6대 광역시의 23만 5000명이 연간 사용(15만 1346GWh)하고도 남는 양에 달한다. 

원자력 발전이 가장 싸고 친환경적이라는 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다만 체르노빌에 이어 후쿠시마 원자로의 사고 이후, 국내에 불어닥친 원자력에 대한 공포는 지나치게 과장되었는데, 여기에는 2007년 독일을 선두로 유럽에 불었던 ‘원자로 사용 중단’의 분위기가 컸다.

하지만 이는 유럽의 전력시장이 분업화되어 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지, 환경보호의 목적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전체 전력생산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75%에 달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15년 6월 말 기준 가동 중인 원전이 총 58기로 설비용량 기준으로 따져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현재 생산 전력의 17%를 영국, 스웨덴, 이탈리아 등 이웃 국가들에게 수출하고 있다. 이 금액만 연간 30억 유로(약 3조 8600억 원)에 달한다. 이 처럼 유럽은 전력을 사고 파는 시장이 형성되어 있기에 굳이 각 나라마다 원자력 발전을 해야 할 이유도 없었다. 

문제는 경제 불황이었다. 2012년 당선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원전 축소를 주요 정책으로 표방하며 원전의 전력생산비중을 75%에서 50%까지 줄이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그렇게 되면 유럽의 전기요금은 크게 오를 수 밖에 없고, 프랑스의 에너지 판매 수입도 급감하게 된다.

프랑스는 딜레마에 빠지자, 2016년 자국 원자로의 사용기한을 40년에서 10년을 연장해 50년으로 개정했다. 이에 따라 스위스와 벨기에 등에서는 원자력에 방점을 둔 정책들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형편이다. 

결국 에너지라는 것도 재화처럼 생산되고 분배되어 소비되는 특성을 갖는다. 그렇다면 에너지의 가격도 시장에서 결정될 때 가장 합리적이라는 것은 분명하게 된다. 그럼에도 왜 에너지는 어느 나라든 자유시장 경쟁에 놓이기 어려운 것일까.

그것은 에너지 사업에 큰 자본의 투자가 요구되고 이에 따라 자연독점이 형성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에서다. 그렇게 자연독점을 이룬 에너지기업들은 정부에 대한 로비를 통해 시장 독과점을 유지하거나, 가격을 올리지 않는 대신 국가 보조금을 받으려는 유혹에 놓인다.

하지만 정부가 단호하게 에너지 시장을 개방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허용하게 된다면 자연독점적 사업자라 하더라도 더 많은 소비자 선택을 받기 위해 혁신을 추구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러한 시장의 원리가 에너지 포퓰리즘을 막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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