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주정부의 황당한 규제 독점으로 성장한 테슬라. 그리고 중국의 국가자본의 투입으로 거품판이 된 중국의 전기차. 과연 이들이 시장경제의 산물들일까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논쟁이 뜨겁다. 정부는 지난해 1대당 전기차 보조금을 1500만 원 지급했지만 올해 초에는 300만 원 감소한 1200만 원을 책정했다. 하지만 올해 7월 이후에는 다시 200만 원을 올려 14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국회는 이 과정에서 올해 7월 이전 구매 소비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은 기아차 레이(RAY)·르노삼성 SM3·한국GM 스파크(SPARK)·BMW i3·기아차 쏘울(SOUL)·닛산 리프(LEAF)·현대차 아이오닉·파워프라자 라보피스(Peace·전기화물차) 등 8종이다.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시장의 수요는 썰렁하다. 이유는 달리 없다. 가격 대비 수요자의 효용 만족이 적기 때문이다. 배터리 문제, 주행거리 문제 등은 비단 우리나라 전기차 시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흥미로운 것은 전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은 미국의 테슬라의 성장세다.
중국의 전기차 시장이야 공산주의 방식의 국가자본투자라고 치더라도, 시장경제를 운용하는 미국에서 테슬라는 왜 성공 가도를 달리는 것일까. ‘혁신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테슬라의 CEO, 엘런 머스크이지만, 사실 테슬라의 사업 배경을 잘 들여다보면 어이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정부의 규제독점으로 성장한 테슬라
테슬라의 전기차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것은 시장 수요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1996년 정치적으로 진보성향이 강한 캘리포니아주가 법으로 자동차 업체들에 판매 차량의 일정 비중 이상을 ‘ZEV(배출가스 제로 차량·Zero Emission Vehicle)’로 채우도록 의무화하는 강제 수요정책을 만들었고, 여기에 테슬라만이 유일하게 ‘크레디트’를 얻었다.
오는 2018년부터는 모든 자동차업체들은 전기차 판매를 16% 이상 채워야 되는 상황이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테슬라가 실제로 전기차를 팔아서 이익을 내는 구조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테슬라는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전기차 의무운행규정에 따른 ‘크레디트’라는 경제적 지대(地代)로 수입을 만들어 왔다.
예를 들어 혼다와 같은 차종은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규격을 맞추지 못하기에 캘리포니아 주로부터 유일하게 크레디트를 얻은 테슬라로부터 판매 쿼터를 사야 한다.
최근의 이 크레디트는 6800만 달러에 이르렀다. 만일 이 크레디트가 없었다면 테슬라는 전기차 1대당 1만1400달러, 총 57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미국 자동차업계는 추산했다. 이를 테슬라의 판매 수량과 연계해 비교해 본다면 테슬라는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로부터 차량 1대당 1만3000달러의 이익을 얻은 것과 같다.
테슬라의 성장에는 정부의 세금공제와 보조금도 크게 기여했다. 테슬라 전기차를 구매하는 경우, 그가 납세자라면 누구나 7500달러의 세금이 공제됐다. 보조금의 경우, 캘리포니아는 2500달러가, 일리노이의 경우 4000달러가 테슬라 모델S에 지불됐다.
이러한 사업 배경으로 테슬라는 골드만 삭스로부터 1억5000만 달러의 융자를 얻었으며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유상증자와 장기융자를 얻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테슬라가 구글과 같은 기업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테슬라의 이러한 사업 방식은 테슬라의 미래를 확신하지 못하게 만든다. 테슬라는 하이엔드 고급차량으로 1대당 8만 달러에 달하는 비싼 차량들을 출시했지만, 이 부분에서는 적자를 봤다. 도대체 누가 그렇게 비싼 전기차를 사려 할까. 아이러니하게도 테슬라의 자동차가 많이 팔리면 팔릴수록, 테슬라 전기차를 타지 않는 미국인들은 테슬라에 더 많은 돈을 뜯기게 되는 구조다.
테슬라는 전기차의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는 수요를 창출하지 못한다. 유일한 길은 배터리의 성능을 높이고 주행거리를 늘려서 같은 가격이라면 기존 화석연료의 차량을 구매하는 것보다 가성비 대비 효용이 높아야만 한다.
하지만 과연 보조금과 주 정부의 수요보증이라는 보호정책 하에서 테슬라의 전기차가 혁신을 이룰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적어도 시장경제를 설명하는 경제학 원리로는 지대추구가 일어나는 분야에서는 혁신이 일지 않기 때문이다.
▲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정책은 시장에 비효율을 만든다. |
보조금은 경쟁력을 없앤다
200여 년 전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국가의 보조금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국가의 보조금은 결국 세금으로 지불하는 것이고, 세금이란 민간 부문이 경제에서 사용할 유동자본의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아담 스미스는 ‘자본가들이야말로 자신의 자본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가장 신중한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시장경제에서 자본은 ‘본원적 생산요소’이기에 그러한 자본은 수익을 내지 못하면 시장에서 사라진다. 그런데 만일 국가가 세금을 거둬 장기적인 보조금으로 지불하면, 가격에 왜곡이 발생하고 자본은 그러한 왜곡된 가격 신호를 가이드로 해서 시장의 생산요소들을 재배치하게 된다.
그 결과는 대개 ‘의도하지 않은 오류’로 끝나는 것이 태반이다. 대개 보조금이라는 것이 ‘없는 수요’를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기에 보조금이 중단되었을 때, 소비자의 효용이 제품에 만족을 주지 못하면 가공으로 발생한 수요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문제는 이를 배반하는 ‘성공적 사례’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유는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과 그렇지 못한 기업들 간에 경쟁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전기차의 가장 큰 공급자는 역시 중국 정부다. 한마디로 ‘전기차 굴기’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인데 지난해 중국 내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를 포함한 전기차 판매량은 전 세계 판매량의 40%에 가까운 20만7382대였다.
대기오염 감소, 전기차산업 부흥 등을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줘서다. 그 결과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거대한 거품들과 모럴 해저드다. 만일 중국식 경제가 옳다면 우리는 하루 속히 시장경제 자본주의 시스템을 내다 버려야 한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가 없다면, 중국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중국과 미국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전기차에 올인 하고 있는 동안, 시장은 엉뚱하게도 ‘수소차’라는 새로운 공급 상품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수소차는 충전시간이 5분 안팎이며, 한 번 충전으로 400㎞ 이상을 갈 수 있다. 별도 에너지 없이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만든다. 문제는 생산비. 1㎏에 1억 원이 넘는 백금을 전기 생산을 위한 촉매제로 대당 70g 안팎씩 써야 한다.
수소충전소 한 곳 건설에 약 30억 원이 필요해 인프라 구축도 쉽지 않은 편이다. 현대차는 2013년 세계 최초로 ‘투싼ix’ 수소차 양산에 성공했다. 한 번 충전에 400㎞ 넘게 달릴 수 있다.
현대차는 2018년 차세대 수소차도 내놓을 계획이다. 전기차를 만들지 않는 도요타는 지난해 수소차 ‘미라이’를 출시했다. 혼다는 지난 3월 양산형 수소차 ‘클라리티’를 내놨다. 손 놓고 있던 메르세데스벤츠와 제너럴모터스(GM), BMW, 포드 등은 제휴를 통해 수소차 시장 진출을 타진하는 분위기다.
전기차든 수소차든 시장 자본에 맡겨라
부품의 70% 가량이 겹치는 전기차와 수소차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전기차 진영 맹주인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수소차 사회는 오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반면 권문식 현대차 부회장은 “궁극적으로 수소차가 전기차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전기차든, 수소차든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효용이다. 물론 정부의 입장에서는 환경규제와 같은 국제협약 때문에 국내 산업을 규제하거나 보조금으로 유도해야 하는 정치적 상황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규범의 문제이지, 구체적 현실의 문제가 아니다. 질서는 규범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 해결로부터 등장한다는 점을 이해한다면, 비현실적 규제들과 보조금정책은 아담 스미스가 말한 한 나라 안의 생산적 자본을 지속적으로 감소시키는 행위에 속한다.
2000년 전 이집트 사람들이 석유를 몰라서 연료로 쓰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석유는 그저 구토제나 상처에 바르는 고약 정도에 그쳤다. 불이 붙는다는 점도 알았지만 그런 시커멓고 냄새나는 원유를 연료로 쓰기에는 이집트인들 주변에 땔감으로 쓸 편리한 나무가 너무나 흔했던 것이다. 경제는 자발적 수요와 공급의 문제다.
이런 문제는 정부가 계획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민간이 자본을 어떻게 생산적으로 사용할 것인가에 달렸고, 그러한 원리를 존중해야 실패하더라도 더 나은 방법이 등장해 진화를 가능하게 한다. 정부의 개입은 그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진화의 단계를 아예 막아 버리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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