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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블랙홀, 기술혁신 삼키다

[긴급진단] 이장재 미래한국 편집위원l승인2016.11.30l수정2016.11.30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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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재 미래한국 편집위원  webmaster@futurekorea.co.kr

대통령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이 형성해 놓은 정치적 블랙홀이 워낙 강력하기에 참고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시간은 대한민국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현재 대한민국은 대통령 비선 실세 비리라는 블랙홀에 빠져 허덕이고 있다. 국가의 모든 이슈들을 집어 삼키면서 블랙홀은 더 덩치를 키워가는 판국이다. JTBC가 태블릿 PC 파일을 공개한 이래 벌써 한 달째이다.

▲ 이장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선임연구위원·미래한국 편집위원

세계 동향도 만만치 않다. 우리를 둘러싼 강대국들은 유사 이래 가장 강한 개성을 가진 지도자들이 등장해 국익 위주의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국외적 대응만으로도 허덕일 상황인데 국내가 더 어지럽다. 

이제는 냉정하게 주위를 돌아보면서 현실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 감성적으로 블랙홀에 빠져들 것이 아니라 국내외 이슈들을 분야별로 분리해 차분하게 대처해 가야 한다. 현재는 국내외적으로 골든타임 시기이다. 

대한민국은 20세기 기간 중에 가장 발전한 성공 국가로 평가되고 있다. 우수한 인적 요소를 기반으로 도입하거나 개발한 기술을 통해 산업과 경제를 성장시켜왔다. 경제성장과 함께 사회 정치적 요소도 발전해 왔다. 

민주화와 견제 및 균형을 유지하는 사회제도 등의 발전이 그것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우리의 성공 경로가 21세기에도 유지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신기술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엄습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현재를 극복하고 21세기와 더 먼 미래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냉철함이 요구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필요한 것이 과학기술과 기술혁신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다. 과학기술을 통해 개발된 새로운 제품과 공정은 기술혁신의 원동력이 된다. 현재와 같이 세계 경제가 공급과잉으로 인해 위축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더 새로운 기술혁신만이 현실의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과거에 없었던 시장을 창출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 개인컴퓨터(PC), 스마트폰 등의 출현과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 미래한국 고재영

세계 경제가 공급 과잉인 상태에서는 기술혁신이 타개책

과거에 존재하지 않은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창의성과 상상력 그리고 잠재적 수요를 발굴하기 위한 사용자(user)와 공급자(producer)간의 의사소통이 요구된다. 잠재적 수요란 소비자의 제품 등에 대한 욕구가 시장에서 아직 나타나지 않은 수요를 의미한다. 제품 개발을 위한 뚜렷한 설계도가 없기 때문에 사용자와 공급자간의 긴밀한 소통을 통한 정밀한 조정(fine tuning)이 요구된다. 

최근까지 이뤄진 OECD의 연구에서는 국가의 기술혁신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관련 주체들간의 교류와 소통을 통해 이뤄지는 상호학습(interactive leaning)과 탐색과정(searching process)을 들고 있다. 이를 통해 최적의 학습과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도록 하는 최적의 국가혁신체제(National Innovation System)를 구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우리와 같이 물적 자원이 부족하고 인적 자원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경우 이러한 체제와 관련된 생태계를 구축하는 노력은 정부와 민간 모든 분야에서 매우 필수적이다. 경제 위기 극복과 미래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시도를 위한 노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현재 정치적 블랙홀에 빠져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과학기술과 기술혁신을 저해하는 주요한 핵심 이슈가 있다. 이른바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에 따른 지식의 창출과 교류를 규제하는 독소 항목이다. 동 법 시행령 10조(외부강의등의 신고방법)에 따르면 공직 및 공직관련자들은 모든 외부 강의 등에 대해 반드시 신고를 해야 한다. 

외부 강의 등에는 강의료와 원고료, 그리고 전문가 회의 등에 따른 출연료가 포함된다. 구체적 지침에 따르면 외부 강의 등의 신고 대상은 근무 시간 이외 및 휴일 등의 시간에 이뤄지는 모든 활동을 대상으로 한다. 

그리고 동 시행령 [별표 2]에 따른 사례금은 4등급으로 나뉘어 있다. 시간당 장관급 이상은 50만원, 차관급과 관련 기관장급은 40만원, 4급 이상 공무원과 관련기관 임원급은 30만원, 5급 이하의 공무원과 관련기관 직원급은 20만원이다.

그리고 1회의 상한액은 제시된 금액의 2분의 1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면 5급 이하 공무원이나 관련기관 직원급은 시간에 관계없이 1시간 이상의 강의 등을 통해 총 30만원 이하의 사례금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또 다른 규제가 포함된다. 특히 국책연구기관인 정부출연(연)의 전문인력은 한 달에 3회의 활동을 기준으로 신고제로 하고 나머지 활동은 기관장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에는 학위심사, 학회지 등 논문심사, 기고 활동, 평가활동 등이 포함된다. 근무시간 내와 근무 시간 외에 이뤄지는 모든 활동을 대상으로 한다. 

그리고 정부출연(연)의 경우 기관장들은 모든 활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3회로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 법이 규정하고 있는 한 달 3회 제한은 정부 부처가 직접 수행하는 활동에 참여하는 경우는 예외로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규정과 규제가 대학과 국책연구기관을 통한 창의적 지식 창출과 지식의 이전 활동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살펴보면 첫째, 대학과 국책연구기관 등의 전문 인력 등이 수행하는 사회적 활동을 부정청탁 혹은 금품수수라는 부정적 시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근본적 문제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식은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평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경우는 부정청탁 및 이로 인한 금품수수의 범주로 다뤄지고 있다. 활발한 지식과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이를 통한 교류를 확산해야 할 정부가 이와 반하는 방향으로 생태계를 조성하는 셈이다. 

둘째, 더 큰 문제는 사례금을 등급별로 제한하는 현대판 골품제를 도입하고 있다. 지식 활동에 골품제를 도입하는 사고 방식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부정청탁 혹은 금품수수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골품제는 오히려 반대로 설정되어야 한다. 

셋째, 학술지의 논문심사, 석·박사 등 학위 논문심사, 기고 활동 등이 1회로 간주되어 대외 활동으로 다뤄진다는 문제이다. 벌써 학계에서는 논문심사를 기피하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학위 심사의 경우 교통비 제공 등이 제공되고 있으며, 학술지 심사의 경우 2만원 상당의 사례비가 제공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넷째, 신고와 규제의 대상이 되는 모든 활동들은 근무시간과 관계없이 대상이 되며, 또한 속인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사실이다. 휴가 혹은 근무 외에 쓴 원고도 규제의 대상이고, 대한민국 전문가가 해외에서 발표하는 경우에도 대상이 된다. 서울대와 KAIST 등과 정부출연(연) 등 4등급 전문인력은 해외에서 초청받아 종일 강의하는 경우에도 사례금 30만원이 상한선이 된다.

▲ 픽사와 월트디즈니의 애니메이션‘WALL-E’. 디지털 애니메이션 기술혁신의 상징이 됐다. / WALL-E 홈페이지참조

김영란법이 학위심사, 기고 활동까지 적용되는 것은 창의적 연구활동 침체 요인

많은 지식인들이 동법의 근원적 취지를 이해하고 있기에 현재의 불합리함과 불편함에도 인내를 하고 있다. 또한 대통령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이 형성해 놓은 정치적 블랙홀이 워낙 강력하기에 참고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시간은 대한민국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과학기술계에도 이러한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어 창의적 지식 활동과 아이디어가 창출되거나 확산되지 못할 때 국가가 당면하게 될 피해는 재해 수준이 된다. 

또한 전문가 참여의 부족으로 인한 연구과제와 사업들이 제대로 기획 또는 평가되지 못할 때 대한민국의 과학기술과 기술혁신의 결과도 미래를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고려한다면 근무시간 중의 활동에 대해 차라리 사례금을 없애고 근무시간 외적인 활동에 대해 신고제를 도입하는 방식을 채택하거나, 하지 말아야 할 외부 활동 등을 구체적으로 정해 규제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3회 제한에 예외를 두는 정부활동에 정부 유관기관을 포함시키지 않고 있는 규정은 공직자 범주에 정부와 유관기관을 포함하고 있는 현실과는 모순이 되는 논리이다. 

이미 저질러진 물이라고 외면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과학기술 그리고 기술혁신 분야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 시스템이 필요한 때이다.

과학기술과 기술혁신의 속성상 가시적인 성과가 단기간에 나타나기 어렵다고 해도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 규제가 아닌 창의적인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그러한 시도가 필요한 것이다. 

현재의 정치적 블랙홀이 과학기술과 기술혁신 분야마저도 집어 삼킬 때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미래를 위한 포트폴리오 구성이 절실한 시기이고 이를 위한 국가와 국민적 노력을 기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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