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불통행정으로 정비사업조합 고사(枯死) 직전
서울시 불통행정으로 정비사업조합 고사(枯死) 직전
  • 장재원 변호사
  • 승인 2016.12.05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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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서울시가 조례로 시공자 선정을 사업시행인가 후에 하는 것으로 늦춘 것은 사업 속도나 

사업비 절감 측면 어느 쪽도 도움이 되지 못했으므로 결과적으로 실패한 정책이다. 

▲ 자유와통일을향한변호사연대·부동산정책위원장·법률사무소 행복 대표변호사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으로 약칭함) 제11조 제1항에 따르면,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은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다.

그런데, 2012년 정비사업의 공공관리제도가 도입되면서 도정법 제77조의4 제7항에서 공공관리의 시행을 위한 방법과 절차, 기준 및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의 지원, 시공자 선정 시기 등 필요한 사항은 시·도조례로 정할 수 있게 하자, 서울시는 서울시 조례로 시공자 선정을 사업시행인가 후에 하는 것으로 늦췄다. 

서울시 조례에 시공자 선정을 사업시행 인가 후로 늦춰 

당시 서울시의 논리는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시공자를 선정하면, 설계도면을 보고 공사단가 등을 제시하는 내역입찰을 하게 할 수 있어 조합원들이 공정한 기준으로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고, 향후 공사비 인상을 부추기는 설계변경이 방지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시공자 선정 후에도 수차례의 설계변경이 이뤄지고 있는 바, 처음부터 시공자와 팀워크를 이뤄 설계도면을 작성하는 것이 오히려 빠른 사업 진행에 도움이 되었다. 

사실 정비사업의 공공관리제도가 도입된 이후 시·도조례로 시공자 선정시기를 늦춘 것은 서울시가 유일하고, 경기도 등 다른 시도의 정비사업조합은 모두 조합설립인가 후에 시공자를 선정하고 있다는 점만 보더라도 서울시가 근거 없이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가 시공자 선정을 뒤로 늦추게 되면서, 일선 조합은 초기사업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서울시는 2012년 공공관리제 도입 당시, 시공자 선정 시기를 늦추면서, 공공융자를 통해 사업비 지원을 해줄테니 시공자 선정 시기를 늦추더라도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지원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예산 부족으로 소수의 조합과 추진위에만 소액의 자금을 빌려주고 있는 실정이다. 조합이 융자를 받더라도 시공자 선정 시까지 사용하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해 1년 정도 지나면 다시 자금조달을 걱정해야 한다. 

또한, 공공융자를 받기 위한 요구조건도 까다로워 모든 조합이 융자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조합과 추진위에 제한되고 있다. 더군다나 서울시 조건을 충족해 융자신청을 했는데도 서울시가 자의적 기준을 적용해 융자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어 서울시가 당초 약속했던 것과 달리 공공융자는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 

일선 조합들이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겪으며 사업이 지연되자, 공공관리제도 하에서도 시공자 선정 시기를 조합설립인가 후로 앞당겨 초기사업자금조달을 용이하게 하자는 논의가 대두되었다. 

결국 국토교통부는 2015년 9월 도정법 개정시 제77조의4 제8항을 신설해 건설업자와 공동시행 시 도정법 제11조 제1항에 따라 조합설립인가 후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개정을 했고 올해 3월부터 위 개정법이 시행되었다.

▲ 서울시는 돈줄이 막혀 고통을 겪고 있는 일선 현장의 의견은 전혀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다. /YTN뉴스영상 캡처

일선 조합은 초기사업자금 조달에 어려움

위 개정법 시행으로 시공자를 조기 선정할 수 있는 길이 열리자, 서울시에 있는 일선 조합은 공동시행방식을 도입해 시공자 선정을 앞당기려고 했다. 그런데, 서울시가 행정예고한 ‘서울시 공동시행 건설업자 선정기준’고시(안)을 보면, 건축심의를 받은 이후에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하여 그 시기를 종전보다 고작 수개월 정도 앞당긴 것에 불과하다. 

서울시의 이러한 고시 제정은 상위법인 도정법에 위반되는 위법한 행정행위이자, 초기사업자금 확보를 용이하게 하여 사업진행을 원활히 하자는 도정법 개정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시공자 선정을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겨 사업 추진을 활성화하는 것도 좋지만 공사규모가 최초로 결정되는 건축심의 이후 시공자를 선정해야 공사비 인상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고 한다. 즉, 서울시는 공공관리제 도입 시 시공자를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선정하자고 했을 때의 논리를 여전히 고수하며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돈줄이 막혀 고통을 겪고 있는 일선 현장의 목소리는 전혀 들으려 하지 않은 채 자기 고집만 부리는 것으로 불통행정의 전형이다. 필자는 서울시의 정비사업 공공관리제가 사업 속도나 사업비 절감 측면 어느 쪽도 도움이 되지 못했으므로 결과적으로 실패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자신의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식으로 몽니를 부리고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정책이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정책이 실패했다고 생각하면 이를 인정하고 빠르게 개정하는 것이 시민을 위한 바른 도리일 것이다. 그런데, 서울시와 서울시장은 왜 이렇게 아집을 부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진정으로 서울 시민을 위한다면, ‘서울시 공동시행 건설업자 선정기준’고시(안) 중 시공자 선정 시기를 건축심의 이후로 한 부분을 재고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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