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를 주목하라
에어비앤비를 주목하라
  • 이성은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16.12.07 0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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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월세 살던 20대 청년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일상에서 사용되는 자기 재산을 시장에서 자본으로 활용한다는 아이디어로 공익을 창출한다. 창조경제란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경제라는 점을 알려준다.

공유 숙박 서비스 에어비앤비는 200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던 두 명의 20대 청년의 아이디어로 출발했다. 이들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매년 열리는 국제 디자인 컨퍼런스 기간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호텔이 만실을 이루는 것을 보고, 자신들의 월세를 충당할 겸 임차를 하고 있는 아파트의 일부 공간을 일정 금액을 받고 빌려주자는 발상을 했다.

이들은 컨퍼런스 참석차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방을 빌려준다는 공고를 냈고, 얼마 후 3명의 여행객을 맞이하게 되었다. 두 청년은 여행객들에게 침대 2개와 간이침대 하나를 내줬고, 간단한 시리얼을 아침식사로 제공했다.

컨퍼런스 일정을 마친 후에는 함께 시내 관광을 다녀오기도 했다. 두 청년은 1주일간 여행객들과 서로의 경험을 공유했고, 여행객들이 돌아간 뒤에는 수중에 1000달러의 돈이 생겼다. 이것이 에어비앤비의 시작이었다.

얼핏 보면 아주 사소한 이 발상은 청년들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애당초 이들의 삶은 매달 월세를 내는 것조차 버거웠지만, 에어비앤비를 창업한 지 5년 만에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힐튼 호텔(1919년 설립)의 기업 가치(276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순식간에 빌리언달러 스타트업의 CEO가 되었다.

▲ 에어비앤비는 룸메이트 친구였던 조 게비아(오른쪽)와 브라이언 체스키(왼쪽)가 자신들이 월세로 거주하던 아파트를 내주는 것으로 태동했다. 이후 기술책임자로 네이션 블레차르지크(가운데) 합류하면서 3명의 공동창업자로 출발하게 되었다.

국제 행사 숙소 부족 문제 해결 

2016년 현재 에어비앤비의 기업 가치는 300억 달러(한화 약 34조 원)로, 우버와 샤오미에 이어 전 세계 비상장기업 중 3위에 랭크되어 있다.

에어비앤비는 오랜 세월 고착화되어 있던 전 세계의 여행·숙박의 패턴까지 바꿨다. 기존에는 호텔과 게스트하우스가 여행객들의 유일한 선택지였다면, 이제는 에어비앤비가 또 하나의 선택지가 된 것이다.

에어비앤비의 가장 큰 메리트는 현지인들이 거주하는 집에서 ‘살아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호텔을 단연 1순위로 생각하던 여행객들도 호텔에서는 느낄 수 없는 현지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에어비앤비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에어비앤비의 누적 이용자 수는 2012년 400만 명 수준에서, 2016년 중순을 기점으로 1억 명을 돌파하며 4년 사이 무려 25배 이상 증가하는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제는 전 세계에서 하루 100만 명 이상이 에어비앤비를 이용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누구나 별다른 제약 없이 개인의 거주 공간을 숙소로 제공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특징은 대규모 인원이 몰리는 국제 행사가 열릴 때, 숙박난을 해결하는 실질적인 방안이 된다. 

실제로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브라질은 미흡한 대회 준비로 인해 관광객 수용 시설이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었다. 자칫 열심히 차린 밥상에 손님을 불러들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거론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브라질 월드컵 기간 동안 숙박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월드컵 기간 동안 브라질을 찾은 전체 여행객 중 20%에 해당하는 약 12만 명의 관광객이 에어비앤비를 통해 현지 숙소를 예약한 것이다. 이로써 숙박난은 자연스레 해결되었고, 브라질 현지인들은 숙소를 제공함으로써 여행객들이 지불한 숙박료를 통해 경제적 유익을 얻을 수 있었다.

따라서 브라질 정부는 브라질 월드컵 이후 2년 뒤 열린 2016 리우올림픽에서도 에어비앤비가 숙박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요청하며 에어비앤비를 공식 파트너로 선정하기도 했다. 리우올림픽 기간에는 7만 명의 관광객이 에어비앤비를 통해 현지인들의 숙소를 이용했다.

에어비앤비 측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공유 숙박을 통해 숙소 부족 문제 해결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 에어비앤비의 전망 밝은 시장 

에어비앤비는 2013년 1월, 한국 지사인 에어비앤비 코리아를 설립해 마케팅 및 영업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한국 시장에 중요한 의미를 두고, 아시아에서는 지역 헤드쿼터인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에 지사를 설립했다. 

에어비앤비가 한국 시장에 매력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빠른 속도로 공유 경제, 공유 숙박 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O2O 기반의 공유 서비스가 이미 대중들에게 익숙하다. 따라서 공유 숙박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수요의 빠른 증가 추이를 보인다. 

게다가 한국은 매년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만 600만 명이 넘는다. 이러한 성장 가능성과 외국인의 유입 증가 추세는 에어비앤비가 한국 시장에 매력을 느끼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한국의 에어비앤비 등록 숙소는 2013년 2000여 개에 불과했으나 이듬해 6000여 개로 3배 이상 늘었으며, 2015년 1만3000여 개, 2016년 11월 현재 약 2만2000여 개로 우후죽순 같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 에어비앤비는 현지인들의 실제 거주 공간에서 호스트와 게스트가 함께 살아가는 경험을 나눌 수 있다는 메리트로 여행트렌드를 바꾸고 있다.

노인 빈곤, 노후 대책의 대안으로 부상 

한국의 에어비앤비 문화의 특이점 중 하나는 일명 ‘액티브시니어’라 불리는 50-60대 장년층 호스트의 유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50-60대 시니어들은 대부분 자식들이 장성해 출가한 후 빈 방이 있는 집에서 부부가 함께 살아가거나 혹은 홀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인 시니어들에게는 에어비앤비 호스팅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준다. 

실제로 에어비앤비 호스팅을 하고 있는 액티브시니어들은 공허했던 공간에 사람의 온기가 채워지고, 세계 각국의 여행객들과 소통을 경험하면서 삶의 활력을 되찾았다고 술회한다. 에어비앤비 자체 조사에서는 액티브시니어들이 호스팅을 통해 사회와 다시 연결되는 느낌을 받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을 통해 큰 만족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처럼 노후 준비가 빈약한 국가에서는 시니어층의 에어비앤비 호스팅이 노후 준비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국의 시니어들은 대부분 에어비앤비 호스팅을 통해 얻은 수입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거나 노후 자금으로 사용한다. 

따라서 시니어의 에어비앤비 호스팅은 노후와 노년기 우울증 해결의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최근 ‘트립 호스팅’이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런칭했다. 트립 호스팅은 현지의 호스트가 취미 활동이나 여행 프로그램을 상품화해 기획하고, 이를 경험하기 원하는 게스트가 비용을 지불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에어비앤비는 공유의 영역을 숙박에서 여행까지 확장시킴으로써 현지인들이 다양한 재능과 취미를 바탕으로 다양하고 이색적인 프로그램들을 공유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여행 업계를 뒤흔들 수 있는 서비스인 만큼, 여행 업계도 상품의 다양화에 박차를 가하게 되는 경쟁의 불씨로 작용할 전망이다. 300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기업가치가 말해주듯, 에어비앤비는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단지 게스트들은 저렴한 가격에 현지 가정집을 이용할 수 있고, 집을 빌려주는 호스트들은 경제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차원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다.

이보다 더 큰 에어비앤비의 파급력은 현지의 민간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여행객들은 현지인에 비해 소비 성향이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현지를 찾는 여행객들은 다방면에서 다양한 소비를 한다. 이는 지역사회와 골목상권 모두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나비효과는 전 세계 190여개 국가의 3만4000개가 넘는 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와 같은 파급력을 볼 때 에어비앤비는 창조경제의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창조경제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창조적 아이디어를 통해 다양한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는 백수나 다름없던 20대 청년들의 아이디어 하나에서 출발했다. 단 하나의 숙박 건물도 소유하지 않고서 세계 최고의 호텔 프렌차이즈 보다 높은 수익을 창출하고, 수많은 산업 영역과 현지 시민들에게 경제적인 효과를 제공하는 기적 같은 현실로 바뀌었다.

이것이 단기간에 놀라운 성장을 이루고, 수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얻게 하는 창조경제의 마법이다. 이는 결국 창조경제라는 것이 정부 주도 사업으로 생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 

에어비앤비가 던지는 창조경제의 메시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생하는 성장 모델은 기존 대기업의 발전 모델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스타트업을 육성한다는 명목으로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고, 대기업의 모델을 벤치마킹 하도록 하는 인큐베이팅 정책은 사실상 창조경제 태동이 불가능한 시스템이다. 오히려 스타트업의 정신을 퇴색시키고, 발전 동력을 상실하게 만드는 무의미한 예산 낭비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서 창조경제의 씨앗이 싹을 틔우고, 그 싹이 거대한 밀림을 이룰 수 있는 토양을 만들려면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사장(死藏)되지 않고,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의 옷을 벗길 필요가 있다. 

창조경제의 잭팟을 터뜨린 기업은 단숨에 전 세계 시장을 섭렵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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