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대한민국의 정통성 그리고 기독교
국정교과서, 대한민국의 정통성 그리고 기독교
  • 박명수 서울신학대 교수
  • 승인 2016.12.21 11:2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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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기독교는 근대 개항시기에 문화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고대 삼국시대의 불교, 근세 조선의 유교와 마찬가지로 다뤄져야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최근 한국 사회의 주요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바로 교육부가 새로 출판한 국정교과서(교육부는 ‘올바른 교과서’라고 부름)에 관한 논쟁이다. 국정교과서에 대한 논쟁은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하나는 국정교과서의 정당성에 관한 문제이다. 

▲ 보스턴대 신학박사·서울신대 신학대원장·서울신대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

오늘날처럼 민주화된 사회 속에서 정부가 획일화된 역사를 가르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런 주장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민주화된 사회는 다양성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는 이것을 가로 막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두 가지 측면에서 다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하나는 현재 역사교육이 과연 다양성을 보장하는가 하는 점이다. 과거 교학사 교과서가 나왔을 때에 이 교과서를 채택하는 학교가 극소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온갖 압력을 가해서 이것을 채택하지 못하도록 했다.

현재 역사학계는 지극히 소수의 다른 의견도 용납하지 않고 있다. 만일 역사학계가 좀 더 폭 넓은 사고를 가졌다면 국정교과서는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새로운 역사교과서와 대한민국의 정통성 

다른 하나는 다양성의 범위이다. 대한민국의 다양성은 헌법이 용인하는 범주 내에서의 다양성이다. 대한민국 자체를 부정하는 다양성을 용인할 수는 없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민주주의 국가이다. 그런데 과거 검정 교과서는 해방 이후 한국사를 설명하면서 임시정부의 주도권을 부정한 여운형과 건국준비위원회를 중심에 놓고 서술했다.

또한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인 자유민주주의를 주장한 세력을 극우로 평가해서 통일을 방해한 세력으로 비판하는 반면 자유 대한민국의 수립을 방해한 행동들을 긍정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여기에 비해서 새로운 교과서는 오늘의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에서 나타난 민주주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 다른 논쟁점은 새로 출판될 국정교과서가 친일과 독재를 미화할 것이라는 것이다. 비판자들은 국정교과서 집필자그룹은 결국 친일·독재세력이기 때문에 새로운 국정교과서는 일제의 식민정책을 옹호하는 식민지 근대화론이나 이승만·박정희의 독재를 긍정적으로 서술할 것이라는 것이다. 일면 이런 주장은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새로운 교과서가 나왔으니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인가 아닌가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출판된 국정교과서를 보면 과거 검정 교과서와 같이 일제 말의 친일 반민족 행위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고, 해방 이후에도 반민족 행위 처벌법을 언급하면서 그 한계를 분명하게 언급하고 있다. 친일을 미화했을 것이라는 추측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났다. 그러면 해방 이후 이승만과 박정희의 독재는 어떻게 서술했을까? 이번 검정 교과서는 이승만과 박정희의 독재에 대해서 분명히 언급하고 있다. 

따라서 독재를 미화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다만 이들이 대한민국의 수립과 발전과정에서 미친 기여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해방 이후의 한국사를 균형 있게 설명했다고 말할 수 있다. 반대자들도 객관적인 시각으로 역사교과서를 봐야 할 것이다.

▲ 1889년 언더우드 선교사(왼쪽 세 번째)와 그의 아내(왼쪽 다섯 번째). 한국의 근대 학교와 근대 문물은 기독교와 함께 들어왔다.

새로운 역사교과서와 기독교 서술 

역사교과서 문제가 한국 사회에 등장하면서 한국 기독교는 다른 차원에서 이 문제를 보기 시작했다. 한국 기독교는 오랫동안 한국의 근·현대사에 미친 기독교의 역할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져왔다. 하지만 현행 역사교과서에는 기독교의 이런 역할은 거의 무시되어 왔다.

현재의 역사교과서를 살펴보면 불교와 유교는 말할 것도 없고, 천주교와 천도교의 경우에도 항목을 정하고 상당한 분량으로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 비해서 기독교는 개항 이후 여러 종교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단 몇 줄로 설명하고 있다.

한국 기독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방면으로 노력했다. 제일 먼저 부딪친 벽은 교육부가 발행한 편찬기준에 기독교 서술 지침이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 교회는 기독교의 서술을 위해서 편찬기준을 개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 결과 이번에 발표된 2015년 개정교육과정에 따른 편찬기준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공히 “근대문물의 수용에 대해 서술할 경우 기독교가 수용되면서 선교사들에 의해 병원이나 학교가 다수 설립되었다는 사실에 유의한다.”(26, 50쪽)는 편찬 유의점이 명시되어 있다. 이것으로 새로운 교과서에 기독교가 근대 문화에 기여했다는 내용을 서술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 11월 28일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공개했다. 이 교과서는 ‘대한민국 수립’이란 표현을 사용하는 등 현대사를 균형 있게 다뤘다는 평가지만 근대화에 있어 기독교의 영향에 대해 선 자세히 다루지 않는다. / 연합

대한민국과 기독교 

이같은 개정된 편찬기준에 의해서 2016년 국정교과서는 새롭게 쓰였다(185쪽). 새로 쓰인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는 “교육·의료 분야에서의 선교사 활동”이라는 항목 아래 상당한 분량으로 기독교의 근대문화 기여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국정교과서는 “조선이 서양 국가와 조약을 맺으며 알렌, 언더우드, 아펜젤러 등 서양 선교사들이 조선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의료와 교육 분야에서 활동하며 근대문물 수용에 크게 기여했다”고 기록한다.

이어서 구체적으로 알렌을 통한 제중원의 설립과 기타 전국의 근대의료시설을 설명하고, 배재·숭실 등의 근대식 교육과 이화·정신 등의 근대 여성 교육을 기술하고 있다. 이어 기독교를 통한 한글보급, 서양음악, 근대 체육도 언급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역사교과서에 기독교가 독립된 항목으로 취급되어 본 일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매우 중요한 진전이라고 본다. 하지만 새로운 역사교과서에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중학교 역사교과서에는 기독교의 근대문물 도입에 관한 부분이 없는 점이다. 위에서 지적한 대로 편찬기준에는 고등학교와 중학교 교과서에 공히 기독교의 근대문물 도입이 소개되도록 되어 있는데, 중학교에는 나오고 있지 않는다. 현재 역사교과서는 편찬기준대로 서술해야 할 것이다. 

둘째, 고등학교 한국사에는 기독교 자체의 도입과 발전 과정은 설명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불교와 유교는 말할 것도 없고, 천주교와 동학의 경우에도 해당 종교의 한국 도입 과정, 발전, 그리고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 등이 설명되고 있다. 하지만 기독교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셋째, 현재의 역사교과서에는 해방 이후 한국의 종교에 관한 내용이 하나도 언급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역사교과서는 종교에 관해 전근대시기에는 자세하게 설명하고, 근대시기에는 대폭 축소되고, 현대시기에는 아주 사라졌다. 현재의 한국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교분리와 종교의 자유와 같은 개념들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한국 기독교는 한국 근대사에서 세 가지 측면에서 기여했다. 첫째는 개항기에 근대문화를 한국에 소개했고, 둘째는 일제 강점기에 민족운동의 기지 역할을 감당했고, 셋째 해방 후에는 대한민국의 수립과 발전에 기여했다. 현재 역사교과서에는 첫 번째와 두 번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기술되어 있다. 하지만 세 번째 문제에 대해서는 전연 언급되고 있지 않다.

한국 기독교는 초기부터 한국 사회에 민주주의를 소개했고, 교회를 통해서 민주주의를 훈련해 왔다. 이런 기독교는 종교 자체를 부정하는 공산주의와 맞설 수밖에 없었고, 대다수의 북한의 기독교 신자들은 자유를 찾아 월남했다. 이들은 미국과 이승만과 더불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

한국 기독교는 대한민국을 사랑한다. 따라서 올바른 역사교육이 이뤄져 우리의 자녀들이 대한민국에 대해서 긍지를 갖고 세계를 향해 나가기를 바란다. 우리가 피땀 흘려 이룩한 대한민국이 여기에서 멈출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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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2016-12-25 03:31:32
근거도 없이 무조건, 반대하는 놈은 간첩이라니, 그렇다면 간첩이다.
오죽 허접하면 당장 입시 준비해야 하는 학년들 말고, 학교가 교과서를 거절하나.
나라를 위기에 빠뜨리며 만든 교괴서, 박정희 대통령이 퍽이나 장하다 좋아하겠다. 반대하는 국민이 대부분이니, 국민 대다수가 간첩이구나. 짧은 임기 동안 96% 국민을 간첩으로 만드는데 성공한 박근혜의 기적, 장하다. 그 아버지 땐 대다수가 애국자였는데 참 이상하구나.

나라사랑 2016-12-23 14:58:06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놈은 간첩이다.

맙소사 2016-12-22 16:19:14
국민 분노가 활활 타서 폭발하라고 남은 기름을 털어 붓는구나. 정말 부도덕하다.
어떻게 이 정권은 이렇게도 줄기차게 국민들의 뜻과는 정 반대로만 나갈수 있는지 신기하다.
잡신, 귀신을 섬기며 굿을 하고 점을 치니, 정통 종교는 찬밥이겠지.
다음 국정 교과서엔 실정한 현 정권과 영생교의 관계, 그 패악적 영향이 두어 줄 실릴수도 있겠군. 사이비의 해악을 배우고 시험까지 치면, 정통 종교가 거국적으로 강화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