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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월드, 대서양 우파동맹 꿈꾸나?

[스페셜 리포트]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l승인2016.12.22l수정2016.12.22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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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webmaster@futurekorea.co.kr

유럽에 부는 우파 정치세의 바람은 트럼프와 함께 중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유럽 우파동맹은 가능할 것인가

지난 11월 9일(현지시간) 美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45대 대통령에 당선이 되자 전 세계는 충격을 받았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세계 여론과 정치권, 금융자본을 좌지우지 하던 ‘진보 진영’은 충격에 빠졌다. 

한 달 남짓 지난 지금, ‘트럼프 충격’이 사그라지기는 커녕 유럽 대륙으로 번져나가는 모양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2017년 4월 열리는 대선 출마를 포기한 프랑스, 무슬림 난민 문제로 국론이 분열된 오스트리아와 벨기에,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점차 증가하는 독일, 상원 정족수를 100명으로 줄이는 국민투표를 놓고 분열된 이탈리아 등이 최근 ‘트럼프 당선’으로 고무된 우파 진영의 활동이 돋보이는 나라들이다.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은 이미 국민과 정치권의 정서가 큰 괴리를 보이고 있고,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에서는 무슬림 난민에 대해 격렬한 반발을 보인 지 오래다. 즉 유럽 대륙에서 그나마 ‘진보 성향’을 강하게 보이던 서유럽 일대가 큰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말이다. 

일단 주요 국가들을 훑어보면, 프랑스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프랑스에서는 현직인 올랑드 대통령이 대담집 <대통령이 이렇게 말하면 안 되는데>를 통해 주요 국가기밀을 유출했다는 지적으로 인해 지지율이 4%로 추락하고, 탄핵안까지 발의된 상태다. 

▲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한국 언론들은 EU회원국들에서도 우파 정당의 지지율이 크게 오르고 있는 현상에 당혹해 하고 있다. (좌)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내가 버인 마약과의 전쟁에 상당히 공감했고 용기를 줬다”고 주장했다. 이는 2016년 내내 논란이 됐던 오바마 대통령의 갈등 양상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우)

우파의 약진,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의 발언은 여당인 사회당이 2017년 4월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도록 만든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자신에 대한 비난이 갈수록 거세지고 여당 내에서조차 반발하는 움직임이 강해지자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다. 

이로 인해 이익을 보게 된 것은 우파 성향의 공화당과 ‘상대적 극우’인 국민전선(FN)이다. 사실 올랑드 대통령의 지지율이 추락하기 전까지 프랑스 안팎에서는 2017년 대선이 그와 마리 르펜 국민전선 대표 간의 대결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올랑드의 지지율 추락은 공교롭게도 프랑수아 피용 前 총리의 부각을 불러왔다.

2007년 5월부터 2012년까지 총리를 지낸 피용은 국내 언론을 통해서는 ‘대처주의자’로만 알려져 있다. 동성애, 낙태 등에 반대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그의 공약을 찬찬히 살펴보면, 오히려 트럼프와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그는 가톨릭 토대 위에 세워진 프랑스의 국가적 전통을 되살리고, 프랑스 정부의 재정은 프랑스 국민을 위해 사용되어야 하며, 가족의 가치와 자유·평등·박애라는 프랑스 혁명의 정신을 다시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정신을 내세워 사회당 정권에서 이행했던 무슬림 난민의 수용, 동성애 결혼 허용, 낙태 허용 등에 반대한다. 

피용 前 총리는 또한 사회당 정권이 실시한 부자 증세, 기업에 대한 세율 인상,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 정책 등을 뒤집어 자유시장경제와 경쟁 원칙을 되살리겠다고 말하고 있다. 

피용 前 총리와 마리 르펜 국민전선 대표 간의 차이점은 경제 정책과 이민 정책에서 부분적인 차이를 보이기에 지지층이 상당 부분 겹쳐 있다는 것이 현지 언론들의 평가다. 다만 르펜 대표는 무슬림 난민 수용 반대를 넘어 현재 프랑스에 있는 무슬림과 외국인 이민자에 대한 추방 등 정책 공약의 이행 방식이 보다 거칠고 과격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좌익의 추락’ 예상되는 독일·오스트리아 

독일의 경우 2017년 10월 총선이 있다. 독일 국민들은 원칙을 지키는 데 충실하고, 2차 세계대전의 교훈으로 인해 극우 성향에 히스테리컬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와 기독교민주당의 무슬림 난민정책은 독일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독이 고향으로, 어릴 적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서독으로 건너온 뒤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메르켈 총리는 취임 이후 한동안은 독일에서 시작된 청교도적 정신을 잘 구현할 인물로 꼽혔다. 하지만 지금 그는 독일 사회에 팽배해 있는 ‘진보적 가치’에 빠져버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15년부터 유럽으로 몰려들기 시작한 무슬림 난민을 가장 많이 받아들인 독일은 이후 자국민보다 난민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는 것처럼 보였다. 독일 국민들은 이런 정책의 시행 초기에는 별다른 불만을 갖지 않았지만,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월 사이에 일어난 무슬림 난민들의 난동과 이후 메르켈 총리가 보인 태도로 인해 생각을 바꾸게 된다. 

당시 외신에도 알려진 무슬림 난민의 난동은 한국 언론들이 보도한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연말 축제에 나타난 무슬림 난민들이 10여 개 도시의 중심가에서 독일 여성들을 성추행, 집단 강간하거나 강도짓을 벌였다. 당시 피해자는 언론에 알려진 것만 150여 명에 달했다. 당시 무슬림 난민들은 자기네 전통놀이라며 ‘타하루시(집단 강간)’를 벌였던 것이다. 

그런데 피해 여성의 신고가 이어졌음에도 독일 경찰들은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내막은 독일 지방 언론의 취재로 드러났다. 독일 연방정부에서 무슬림들의 난동 사건에 대해 언론에 알리지 못하도록 하고, 사건의 축소를 지시한 것이다. 

이후로도 열차 내 칼부림 사건, 테러 시도 등 무슬림 난민의 범죄가 끊이지 않자 독일 국민들은 무슬림 난민을 경계함과 동시에 메르켈 총리와 기독교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기 시작했다. 터키 출신 무슬림 이민자들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독일 국민들은 또한 ‘우파 정당’이라는 기독교민주당이 무슬림 난민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자 이들보다 더 우파적 성향이 강한 ‘독일을 위한 대안’이라는 신흥 정당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실제 이들은 지난 3월 지방선거에서 메르켈의 기독교민주당을 제치고 25%의 득표율을 올렸다. 

지난 5월 대선을 치른 뒤 개표 과정의 결함을 문제로 대선을 재실시한 오스트리아에서도 우파 정당과 후보의 득세가 눈에 띈다. 역사적으로 독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오스트리아는 독일보다 더 ‘진보 성향’이 강한 나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전체 인구의 5분의 1이 무슬림이 되어버린 현재 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진보 진영’의 공허한 주장에 대한 반발로 연결됐다. 이 때문에 지난 5월 대선에서 좌파 성향의 무소속 후보 알렉산더 판데어벨렌이 승리한 듯 보였으나 개표 상의 문제가 파악돼 대선이 계속 연기됐다.

지난 12월 4일 대선에서 판데어벨렌 후보가 53.8%를 득표, 당선이 확정됐다. 그러나 한국 언론들이 ‘극우 후보’라고 부르는 노르베르트 호퍼 후보는 당선되지는 않았지만, 49.7%를 득표, 결선까지 갔다는 점 때문에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일부 외신은 2016년 대선에서는 우파 후보가 뽑히지 않았지만, 다음번 대선과 총선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트럼프 취임 이후 유럽, 어떻게 바뀔까? 

이처럼 유럽 각국은 정치권과 국민들이 유리되는 현상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 현상이 2017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과 맞물리면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유세 기간뿐만 아니라 당선 이후에도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고 있다. 유럽과 관련해서는 “NATO 회원국은 국방예산으로 GDP의 2%를 쓰라”는 것과 “EU 회원국과의 FTA 문제에 대한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특히 유럽 금융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활동하는 부분에 대한 불만이 스며들어 있다. 

트럼프 정부는 2017년 유럽 각국에서 중요한 선거가 치러진다는 점을 고려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을 향해 “NATO 기여분을 증액하라”고 요구하며, 유럽 금융기관의 미국 내 사업을 연계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때 유럽 금융기관에 대한 美 정부의 ‘채찍’은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를 받는 국가와의 거래를 빌미로 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0년 사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비롯해 국제사회가 금융거래를 금지한 북한, 이란 등과 비밀리에 불법적으로 거래한 금융기관 대부분이 영국, 독일, 프랑스 투자은행이라는 점을 봐도 미국이 처음 사용할 ‘채찍’을 예상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는 또한 냉전 이후 20세기 말까지는 중립국이었지만, 러시아의 압박으로 NATO 가입을 희망하는 북유럽 국가와 더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 가운데 프랑스에서 우파 성향의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새 대통령은 과거 드골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NATO를 탈퇴하고 ‘자주국방 노선’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2017년 10월 치러질 독일 총선에서는 ‘독일을 위한 대안’이 주요 정당이 될 수도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에는 EU와 유로존의 결속력이 약해지면서 극심한 경제적 쇠퇴와 함께 남북 간의 균열 조짐이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각 지역을 기반으로 한 군소정당과 토호들 간의 유착 문제는 이탈리아의 통일을 위협할 가능성도 있다. 

프랑스와 독일의 정책이 급변하면, 즉각적인 영향을 받는 나라는 벨기에, 오스트리아, 네덜란드다. 베네룩스 3국의 지도층은 영국과 깊은 혈연관계가 있고, 경제적으로는 프랑스, 독일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에 이들 또한 우파 성향의 정당들이 득세할 가능성이 높다. 

남부 유럽에 있는 스페인, 포르투갈은 프랑스, 독일, 베네룩스 3국의 변화에 따라 더 이상은 유로존의 혜택을 보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경제적 쇠퇴가 가속화되면서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유입되는 무슬림 난민을 막지 못해 ‘선진국’ 대열에서 탈락하게 될 수도 있다. 

트럼프 정부의 대유럽 압박과 유럽 전역에서 들불처럼 번지는 ‘정체성 운동’은 거대한 변화를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이런 유럽의 변화에서 주요 변수로 작용할 나라는 터키와 러시아다. 터키는 EU가 회원국 가입을 20년 넘게 받아들이지 않자 지난 11월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회원 가입을 신청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 경우 터키는 지정학적 입지, 러시아 푸틴 정부와의 우호관계를 바탕으로, ‘무슬림’을 유럽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삼을 가능성도 있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게 매우 우호적인 레제프 아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종신 집권을 위해 위장 쿠데타를 일으키고, 이후 초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고, 푸틴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우애를 노골적으로 자랑하고 있는 현실에서 터키가 냉전 시절과 같은 ‘친서방 국가’로 계속 남을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트럼프 취임 후 유럽 변화, 한국은?

트럼프 후보가 미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한국 언론들은 EU 회원국에서도 우파 정당의 지지율이 크게 오르는 것에 당혹해 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유럽의 정국 변화가 한국에 그렇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유럽의 변화가 한국 사회에 끼치는 정신·문화적 충격 또한 적지 않다. 현재 한국의 주류 기득권 세대 학자들 가운데 ‘자칭 진보학자’들 상당수가 유럽에서 수학했다. 이들이 유럽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한국 사회에 사실대로 전달하지 않거나 비판적으로 전달할 경우 몇 년 뒤에는 이 문제가 한국 사회 내부 갈등의 소재가 될 수도 있다. 

나라 밖의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12월 2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자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전화 통화를 가졌다. 1979년 이후 37년 만의 일이었다. 대만 총통부와 트럼프 당선자 인수위 측은 전화 통화에서 경제·안보·정치 분야에 대한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자는 같은 날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도 짧은 시간 동안 전화 통화를 했다. 약 7분 동안의 통화에 대해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트럼프는 내가 벌인 마약과의 전쟁에 상당히 공감했고 용기를 줬다”고 주장했다. 이는 2016년 내내 논란이 됐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간의 갈등 양상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트럼프 당선자는 또한 지난 11월 30일(현지시간)에는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전화 통화를 했다고 한다. 파키스탄 정부는 전화 통화에 대해 “트럼프 당선자는 테러조직 격퇴를 위해 파키스탄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자가 내정한 美 정부의 안보라인, 본인의 정치적 성향과 공약, 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기존 美 정부와는 다른 접근법 등은 中 공산당을 포위하고 굴복시키기 위한 정책이 전방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행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필리핀의 ‘범죄와의 전쟁’, 베트남의 ‘경제 발전을 위한 외자 유치’,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의 ‘영유권 수호’, 대만과 홍콩의 ‘독립’을 지지하고, 여기에 대한 반대급부로 ‘남지나해 봉쇄’를 요구할 경우 남지나해와 동지나해 주변의 정세는 긴장도가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에서의 변화, 그리고 2017년 하반기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동아태 전략의 변화 속에서 한국은 ‘안미경중(安美經中)’이라는 전략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트럼프 월드’에 철저히 녹아들 것인지를 선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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