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국 바다·하늘 침범할 때 국가안보 컨트롤 타워는 없었다
중국이 한국 바다·하늘 침범할 때 국가안보 컨트롤 타워는 없었다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17.01.31 14: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월 9일과 10일, 한국과 일본의 방위 부서가 발칵 뒤집혔다. 9일에는 중국군의 H-6K 폭격기 6대, KJ-200 조기경보통제기, Y-9 정찰기가 한국과 일본 방공식별구역(KADIZ·JADIZ)을 무단 침범한 뒤 대한해협 사이를 지나 동해상까지 올라갔다 돌아간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튿날인 10일에는 중공군 호위함 2척과 보급함 1척이 한일 사이 대한해협을 유유히 지나갔다. 중국 측의 의도적인 무력시위였고, 한국과 일본을 향한 강력한 경고성 메시지였다.

중국 측은 이 사건에 대해 일말의 미안함도 보이지 않았다. 한일 양국 사회가 받은 충격은 매우 컸다. 중국의 무력 시위가 위협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中 H-6K 폭격기 편대, 한일방공식별구역 침범 후 유유히 운항

한국군과 일본 언론들이 전한 바에 따르면, 지난 9일 중국군의 한일 방공식별구역 침범 당시 상황은 이랬다.

오전 10시, 중국군 폭격기 H-6K 폭격기 6대, KJ-200 조기경보통제기(AEW&C) 1대, Y-9 정찰기 1대가 중국방공식별구역(CADIZ)을 지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과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를 침범한 뒤 그대로 대한해협을 지나서 동해 상공까지 날아갔다.
중국 폭격기 편대의 한일방공식별구역 침범 시간은 4~5시간.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에는 비상이 걸렸다. 한국 공군은 F-15K와 KF-16 전투기 10여 대를 긴급 발진시켜 감시·추적에 나섰고, 일본항공자위대도 JADIZ를 침범하자 F-15J 전투기 등 20여 대를 출격시켰다고 한다.

중국군 H-6K 폭격기와 KJ-200 조기경보기, Y-9 정찰기 편대는 한국 공군과 일본 항공자위대의 경고와 감시에도 이날 오후 3시까지 동해와 동지나해를 유유자적 오갔다고 한다. 이 시간 동안 한국군은 요격에 나선 전투기를 통해 중국군 편대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박근혜 정부 들어 설치한, 중국과의 핫라인을 통해 강력히 항의했다고 한다.

중국 측은 KADIZ와 JADIZ를 침범한 군용기의 종류와 임무시간 등을 알려주며 “통상적인 훈련 중”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10일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지금까지 중국 군용기가 KADIZ를 침범할 때는 주로 이어도 쪽이었고, 폭격기는 드물었다”면서 “이번처럼 폭격기를 포함한 편대가 침범한 것은 매우 드문 사례”라고 밝혔다.
‘방공식별구역’이 국제법상으로 영공은 아니지만, 국제 관례로는 해당 지역을 통과할 때는 관할 국가에 사전 허가를 받거나 통보를 해주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다. 중국은 이런 국제 관례를 아예 무시했다.

한일방공식별구역을 침범, 대한해협을 지나 동해까지 날아온 H-6K 폭격기는 중국군의 주력 장거리 전략폭격기다. 중국은 이를 미공군의 B-52H나 러시아 공군의 Tu-95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선전한다.

한일방공식별구역 침범했던 H-6K 폭격기는 ‘핵폭격기’

길이 34m, 폭 33m, 높이 10m, 3500km 가량의 작전 행동 반경을 갖고 있는 H-6K 폭격기의 원형 ‘H-6’ 폭격기는 중국 공군이 1958년 구 소련제 폭격기 Tu-16을 베껴 만든 구형 기종이다. 중국군은 H-6의 엔진과 항공전자장비를 계속 개량, 지금도 사용한다. 180대 가량을 생산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이라크와 이집트에 수출하기도 했다. 지금은 50~60대 가량을 운용 중이라고 한다.

이번에 한일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한 H-6K는 2007년 1월 처음 공개된 개량형이다. 중국군은 미 공군의 B-52H나 러시아 공군의 Tu-95와 비교하려 하지만 작전 반경은 B-52H의 3분의 1, Tu-95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데다 폭탄 탑재량도 겨우 9톤에 불과해 실제로는 ‘급이 다른’ 폭격기다. 참고로 한국 공군의 F-15K 폭탄 탑재량은 최대 11.1톤이다.

최고 속도가 1050km/h에 불과하고, 작전 반경도 짧아 현대전에서는 요격기의 밥이 되기 딱 좋다. 그나마 쓸 만한 용도는 날개 아래에 있는 무기 장착대 6곳에 초음속 순항 미사일을 탑재하고, 적 함대를 공격할 때이다.

H-6K 폭격기는 날개에 CJ-10A라는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다. CJ-10A는 사거리 1500km인 CJ-10 공대함 미사일을 개량한 것으로 사거리는 2000~3000km로 추정된다.

CJ-10A 미사일은 일반적인 폭탄 외에도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이는 구소련 해군의 ‘초음속 장거리 핵탑재 순항미사일’ 개념을 물려받은 것으로, 미 해군 전력을 장거리에서 대량의 핵탄두 장착 초음속 미사일로 공격하는 무기다.

H-6K 폭격기가 CJ-10A 초음속 대함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한 뒤 공격을 하게 되면 한일 영공에 근접하지 않고도 핵공격이 가능하다는 정도가 위협이다. 중국군은 이 점을 최대한 부각시켜 자신들을 ‘세계 3대 전략폭격기 운용 군대’라 자랑한다.

중국군의 KJ-200 조기경보기는 러시아제 수송기 An-12를 개조해서 만든 것이다. An-12는 구형 수송기로 중국군은 1981년부터 사용 중이다. 기체 자체의 성능은 한국 공군의 E-737 AEW&C나 일본 항공자위대의 E-767에 비해서는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군은 조기경보기를 수입하지도, 제공받지도 못해 An-12 수송기에 자체 개발한 레이더를 장착해 KJ-200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인명 피해를 겪었다.
2006년 3월 중국군은 An-12 수송기를 조기경보기로 만들어 시험 비행을 했다. 하지만 비행기 무게 중심을 맞추지 못해 비행 중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중국군 과학자와 군인 40여 명이 즉사했다. 중국군은 이후 KJ-200 생산에 성공, 실전 배치를 시작했지만 대량생산에는 실패, 2015년 기준으로 7대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성능이 떨어진다고, 무기로서의 기능을 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장비 수준과는 상관없이 무력 시위를 한 것은 분명하다. 중국군이 핵공격이 가능한 폭격기 편대와 조기경보기, 정찰기를 의도적으로 대한해협으로 보내자 한일 양국에서는 예민하게 반응했다. “중국이 고의적인 무력 시위를 통해 한일 양국을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중국군의 한일 위협은 이 날로 끝나지 않았다.

다음날인 10일에는 중국군 호위함과 보급함이 대한해협 공해상을 지나간 사실이 일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한국 군 당국은 11일에야 관련 사실을 공개했다.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지난 10일 일본 방위성 발표를 인용, “중국 해군 호위함 2척과 보급함 1척이 대한해협을 지나 중국으로 갔다”고 전했다. 일본 방위성이 배포한 중국 해군 호위함 편대의 사진도 보도했다.

한국군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1일 브리핑을 통해 “중국 군함들이 국제 관함식에 참석한 뒤 복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대한해협의 공해상을 지나간 것이기 때문에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당시 대한해협을 지나간 중국군 프리깃함이 어떤 기종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관함식에 참석한 전투함이라면 최신형일 가능성이 높다. 군사전문가들은 한국과 일본의 이지스 구축함이나 프리깃함에 비해서는 성능이 떨어진다고 해도 결코 우습게보면 안 된다고 충고한다.

“중국군 규모 커져 불가피한 현상” 중국의 적반하장

이틀 동안 공중에 이어 바다에까지 중국군 전력이 침범하자 한일 양국 사회가 들끓었지만 중국은 “별일 아니다”라는 논평만 내놨다. 미안하다거나 부주의했다는 표현은 전혀 없었다.

지난 11일 중국군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이번 일은 모두 중국군의 통상 훈련 중에 벌어진 일”이라며 “중국군 규모가 커져 불가피하게 활동 영역이 커진 것일 뿐이다. 공군은 과거 한일 양국 공군기가 침범했을 때 우리도 참았었고, 해군은 공해상을 통과했으므로 국제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같은 날 중국 공산당 관영 ‘환구시보’는 11일 ‘중·일·한, 전투기로 여론전을 벌여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속내를 드러냈다. 중국군이 H-6K 폭격기와 Y-8 조기경보통제기, Y-9 정찰기가 한일방공식별구역을 침범, 대한해협을 지나 동해상까지 비행한 것에 대해 “중국 해군과 공군의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활동 영역의 확대가 불가피하다”면서 “동지나해의 중국방공식별구역(CADIZ)에 일본과 한국 전투기가 여러 차례 침범해도 중국은 논란을 일으키지 않고 참아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중국이 보기에 일본해(동해)는 물론이고 태평양도 공해이므로, 비행훈련 전에 일본, 한국에 사전 통보할 필요가 없다”면서 “중국이 통상적인 훈련을 할 때마다 전투기를 출격시켜 대응한다면, 동북아 정세는 ‘방공식별구역 놀이’에 좌우될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이 전투기를 출격시킨 사실을 두고 비아냥거렸다.

“중국은 동북아시아의 패자(霸者)가 될 생각이 없고, 일본과 한국을 굴복시킬 생각도 없다”면서 “중·일·한 3국이 자신의 패를 내놓고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만약 상대방이 패를 보여줬는데 나는 이런 패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해서 반드시 보복에 나서거나 심각해질 필요는 없다”면서 “몇 번 충돌하다 보면, 파생된 피해가 가치가 있는지 냉정하게 분석하게 될 것이고, 가치가 없다면 일찌감치 조정을 하면 될 일”이라는 적반하장식 논리를 펼쳤다.

중국군 폭격기 편대의 한일 방공식별구역 침범과 호위함 편대의 대한해협 통과로 일어난 논란의 피해자는 중국이라는 풀이가 가능했다. 환구시보가 이처럼 억지를 부렸지만, 중국 측에 항의한 한국 정치인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특히 2017년 새해 초부터 중국을 찾아 공산당 관계자를 만나서 ‘사드 배치 반대’에 대한 잔소리만 듣고 온 더불어민주당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中논리 비판 못하는 친중 사대주의자들

중국 공산당을 만나고 지난 7일 귀국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친중 사대외교’라는 국내여론의 비판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중국과 국교를 단절하고 살 거냐”고 반발했다.

송영길 의원은 지난 9일에는 ‘오마이뉴스’의 팟캐스트 프로그램 ‘장윤선·박정호의 팟짱’에 출연해 “생각을 바꿔하면 그래도 우리를 만나주는 게 (한·중간의) 새로운 채널이 됐다는 걸로 봐야 될 것 같다. 오히려 자기들(정부와 여당)이 저질러놓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한 당국자들이 우리를 공격하는 건 모순이라 생각한다”는 주장을 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주 호흡을 맞추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 쇼’에 출연해 “군용기가 열 대 씩이나 와서 네다섯 시간을 비행하는 무력 시위를 한다는 것은 ‘외교로 해결이 안 될 때는 군사적 행동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사드 배치 문제를 다음 정권으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도 더불어민주당의 ‘친중 행태’를 거들었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1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중국군 폭격기 편대가 한국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번 일은 ‘사드’ 배치에 따른 경고 메시지”라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중국의 무력 시위는 문제지만 더 괘씸한 점은 우리 정부”라면서 “9일 오전에 일어난 일임에도 일본 NHK 보도를 통해 10일 아침에서야 한국 언론에 보도된 것은 우리 정부가 이를 은폐한 의혹이 있다”며 모든 책임을 한국 정부로 돌렸다. 주 원내대표는 현 정부를 향해 “트럼프도 중국에게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사드’ 배치 문제를 다음 정부로 넘기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문제 외에는 침묵하는 국가안보실

‘친중 사대주의’로 보일 만한 야권의 이 같은 행태에 현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 국가안보의 실질적 사령탑이 된,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침묵은 국민들을 당혹케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조태용 국가안보실 1차장, 안총기 외교부 1차관의 뒤를 이어 미국을 찾았기 때문에 일일이 대응하지 못했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중국이 ‘사드 배치’를 이유로 대놓고 한국을 협박하기 시작한 것이 지난해 7월부터였음을 상기하면 이 해명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마이클 플린 차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를 만나 ‘사드 배치’ 결정에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동의한 것이 10일(현지시간)이라고 해도, 그 전후로 중국을 향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 등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중국군 폭격기와 호위함이 한일 양국에 논란을 일으킨 지 1주일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국가안보실은 ‘미국과의 동맹의지 확인’에 대해서만 말할 뿐 중국 측을 비난하는 발언은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국가안보실에서 중국을 비난하는 메시지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의견이 팽배하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2013년 국방부 안팎에서 나돌던 소문이 떠올랐다. 박근혜 정부가 청와대 위기관리실을 ‘국가안보실’로 확대개편 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외교부 등 국가안보부처 수뇌부가 ‘친중 성향 인물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소문이었다. 이때 만난 일부 군 관계자는 “그것도 몰랐냐”고 핀잔을 줬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동북아 균형외교’를 내세우면서 국가안보전략이 이상하게 꼬여버린 이유가 혹시 안보 부처 수뇌부에 ‘친중 사대주의자’가 있어서인 때문은 아닐까. 그렇다면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우파 진영이 내걸어야 할 문제가 하나 생긴 셈이다. 바로 ‘반중 문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한국, 미국, 일본, EU의 독자 대북제재에 구멍이 난 것, 그 덕에 김정은 집단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이 모두 중국 공산당의 비호 덕분이라는 점을 떠올려보면, ‘반중 문제’는 북핵 문제와 더불어 한국의 생존을 위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