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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왜 '더러운 잠'을 끌어내렸나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l승인2017.02.09l수정2017.02.0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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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phjmy9757@gmail.com

박근혜 대통령 모욕 논란 사진 철거한  심동보  예비역 해군제독

대통령을 발가벗긴 묘사, 표현의 자유에도 금도 있는 것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은 2월 2일 박근혜 대통령 성폭력 논란을 낳은 그림 전시회를 주선해 파문을 일으킨 표창원 의원에게 당직 정지 6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표 의원은 이 기간 동안 민주당의 모든 당직을 맡을 수 없다. 표 의원은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표창원 의원실은 지난 1월 20일부터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에서 ‘시국풍자 전시회-곧, BYE!’를 개최했다. 전시 작품 가운데 ‘더러운 잠’이라는 그림은 곧장 논란에 휩싸였다. 이 그림은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그림 ‘올랭피아’에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얼굴을 끼워 넣어 패러디한 그림으로, 모욕과 성희롱, 여성혐오 시비에 휩싸였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그림은 24일 오후 한 남성에 의해 강제 철거되기 전까지 계속 전시될 수 있었다. 다수의 여성 의원들이 포함된 300명의 국회의원들이 로비를 오가면서도 이 그림을 의도적으로, 또는 무관심으로 방치했기 때문이다.

▲ 1월 24일 국회의원회관 1층 로비에서 전시중인 '더러운 잠'을 철거하는 심동보 예비역 제독의 모습. / 출처 : 심동보 블로그

그림 강제 철거소식이 언론을 타자 해당 남성은 당장 유명세를 탔다. 주인공은 해군사관학교 31기로 최윤희 전 해군참모총장의 동기인 심동보 예비역 해군제독.심동보 제독과 1월 26일 간단히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철거한 남성이 누군지 궁금해 합니다.

“처음 현장에선 신분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런 저런 인연이 있는 분들에게 피해가 갈 것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림을 철거하는 동영상이 뜨면서 알아본 분들이 많았습니다.”

- 어떻게 그림을 철거하시게 된 겁니까.

“국방 안보 관련해서 세미나나 토론행사가 있어 가끔 국회에 들릅니다. 그날도 행사가 있어 국회에 들렀다가 로비 입구에 있는 그림을 보게 됐어요. 내가 국회에 오기 전 24일 TV를 보니, 그림은 이미 논란이 되고 있었고, 표 의원 소속 정당도 사과를 했더군요. 문재인 전 대표까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어요.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겠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국회에 가보니 그림이 계속 걸려 있는 겁니다. 그림을 뗐겠지 싶었는데 버젓이 걸려 있더군요. 자기들이 잘못을 인정을 한 것인데 그림이 그대로 있다는 게 너무 한심했습니다. 국회의원 300명이 있는데 감각들이 없어요. 제가 그림을 떼 던져버렸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들더군요.”

- 불편한 그림이지만 그래도 행동으로 옮기려면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은데요.

“제 평소 소신이 ‘의(義)를 보고 행하지 않으면 용기가 없는 것이다’라는 겁니다. (심 제독은 자신의 블로그에 쓴 한 글에서 ‘의를 보고 행하지 않으면 용기가 없는 것이다.-견의불위무용야: 見義不爲無勇也’ 란 공자의 글을 소개해 놓았다) 제가 해군사관학교를 나왔습니다. 군 생활하면서도 평생 그런 가르침 속에서 살았습니다. 무사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간다는 생각을 갖고 살았습니다. 행동하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겁니다.”

-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으셨지요?

“국회 경위 측에서 신고한 것 같은데 그날 오후 3시경 연행돼 그 다음날 11시까지 조사를 받았습니다. 제가 어느 정당이나 단체에 가입된 사람이 아니고, 그림을 뗀 것은 시민으로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경찰에 가서 밝혔습니다.”

- 한 측에선 불편해하지만, 다른 한 편에선 그림 철거가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주장을 합니다.

“아무리 표현의 자유라지만 금도가 있는 겁니다. 역지사지로 만일 제가 그림을 그린 작가 부인을 그렇게 그려서 전시했다 칩시다. 작가는 그걸 표현의 자유로 인정하겠습니까. 너무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는 겁니다. 아무리 민주주의라도 지킬 건 지켜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대통령을 발가벗겨서 묘사한 것도 그렇고, 특히 마약에 취한 것처럼 묘사했습니다. 그게 뭡니까.”

- 철거한 사람이 제독님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후에 신변 위협은 없었습니까?

“현재까지는 없습니다. 다만 제가 걱정한 건 가족이었어요. 신상 털기 같은 것 말이죠. SNS상에서 일부 극소수 사람들이 부정적인 댓글을 다는 사람은 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지요.”

- 촛불집회에서 대통령에 대한 심한 명예훼손과 모욕적인 조형물도 등장했습니다. 요즘 사회 분위기 어떻게 보시는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가 아닙니다. 제가 그림을 뗀 것은 박 대통령 개인 차원이 아니라 국가원수에 대한 인격모독, 인격살해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수치심으로 도저히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부끄럽고 민망스러웠습니다. 광화문 촛불집회에는 박 대통령에 대해 더 심한 그림도 등장했어요. 표창원 의원이 전시회를 하기 전에 이미 징조들이 있었고, 표 의원은 숟가락을 얹은 셈이지요. 대통령 조형물을 꽁꽁 묶고 끌고 다니면서 모멸감을 주는 이런 촛불시위가 표현의 자유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국민의 분노를 부추겨 마음을 황폐화시켜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들은 자제해야 합니다. 공권력이 그것을 완전히 근절해야 하는데 그러면 인권탄압이다 뭐다 해서 별 이야기가 다 나오지요.”

- 우리 사회에  말씀하고 싶으신 게 있다면요.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두 축이 있습니다. 그런데 민주주의를 이야기할 때 늘 민주만 외치고 자기 책임에 대해선 말하지 않고 국가에 요구만 합니다. 그건 민주주의를 착각하는 것이지요. 세월호 사고도 무조건 대통령 책임이라고 몰아붙이지 않습니까? 세월호 침몰 원인과 책임자들 다 밝혀졌고, 당사자들은 법원 판결까지 나와 형을 살고 있는데 뭘 더 규명하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무조건 반대 편 사람을 흠집 내려고만 하고 자기들 유리한 대로 하려고 하는데, 이런 현상을 척결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희망이 없습니다.”

국가 공권력 강화를 강조한 심동보 제독은 2012년 대선 당시 김두관 민주통합당 경선 후보의 안보특보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TV와 YTN, 참깨방송 등 이념과 정당을 불문하고 ‘국가안보’를 이슈로 다루는 데는 적극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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