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절 조선일보’ 보수에서도 퇴출론
‘변절 조선일보’ 보수에서도 퇴출론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7.03.08 09: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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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난 조선일보의 정체성 ‘보수 상업주의’와 정치·이념적 변절…조선일보와 보수우파, 화해 가능한가?

박근혜 정부 후반기 벌어진 잇단 사건을 통해 보수진영 내에서 조선일보 거부론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해 7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처가 부동산 매매 의혹 보도 이후 터진 대우조선해양 관련 송희영 전 주필 비리 의혹 사건과, 박근혜 대통령 ‘기획탄핵설’ 연루 의혹 구설에 오른 이진동 TV조선 사회부장 논란이 계기가 됐다.

조선일보에 대한 보수진영의 의구심은 박근혜 정권 핵심 인사인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과도한 의혹 제기에서부터 시작돼 박 대통령 탄핵 사태를 계기로 정점에 이르렀다. 조선일보에 대한 비판 취지를 요약하면, 보수우파적 논조를 버리고 좌파와 영합해 현 정권을 탄핵하는 데 앞장서면서 조선일보 사세를 키운 보수층을 배신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언론계에서는 박 대통령 탄핵 사건을 전후로 조선일보를 절독한 구독자의 수가 10만 이상이라는 소문이 내부 정보 보고를 통해 돌았다. 대량 절독 사태 흐름은 “골수 독자층이 많이 떨어졌다”는 서울·수도권 조선일보 지국 관계자들의 전언을 보도한 본지 취재에서도 감지된 바 있다.

그동안 조선일보는 주 독자층인 보수층으로부터 최근 사태와 같이 단기간 집중적인 외면을 받은 경우가 없었다. 좌파진영으로부터 ‘안보 상업주의’, ‘보수우익의 당파지’ ‘극우 상업주의’ 등의 이유로 안티운동의 대상이 된 적은 있었다.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 전 노무현 민주당 후보의 지지 모임인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필봉을 휘두르는 조폭적 형태를 보이는 언론이 상당수 있다”며 “우선 올해 말까지 조선일보를 상대로 50만부 절독운동을 벌이겠다”고 조선일보를 표적으로 삼은 적이 있다.

그러나 주 독자층으로부터 집단적 배척을 당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으로, 조선일보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측면에서 조선일보의 위기설을 부추기고 있다는 게 문제.

조선일보에 대한 보수우파의 분노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정체성의 문제이다. 조선일보가 보수우파적 가치를 펴는 부동의 정론지라는 믿음이 깨졌다는 부분이다. 다시 말해, 이른바 ‘보수 상업주의’의 면모를 드러냈다는 것.

▲ 2016년 10월 18일 TV조선 <강적들> 패널 방송인 김갑수 씨의 편파 발언에 항의, 경찰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섰던 어버이연합. 경찰이 입구를 막고있는 가운데 한 회원이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사라진 정론지…드러난 조선일보의 민낯 ‘보수 상업주의’ “조선일보는 左 右 어느 쪽이냐”

조선일보 출신의 한 언론인은 “조선일보는 보수상업주의라고 규정한다. 그게 딱 맞는 표현”이라고 했다. 그는 “방응모 창업주가 북한에 납치된 이후로 반공과 승공, 보수논조를 확고히 지켜왔고, 독자들도 거기에 충실하면서 평생 독자로 이어왔는데, 그걸 조선일보가 이번에 스스로 깬 것”이라며 “(송희영 사건이나 이진동 TV조선 부장 기획폭로설 의혹 등) 비리를 감추고 사익을 추구하면서 종편(TV조선)을 지키려는 쪽으로 움직였는데, 독자들이 그 부분에 실망했기 때문에 독자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을지는 조선일보 내부에서 치열하게 논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조갑제닷컴 대표)은 박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민심이 이른바 태극기 애국진영으로 기울자 양비론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조선일보를 향해 아예 노골적으로 정체성을 따져 물었다. “좌 우, 조선일보는 어느 쪽이냐?”라고 했다. 조선일보의 정체성을 물은 셈이다.

조 대표는 “탄핵 사태의 가장 큰 책임자는 반 박근혜 선동에 열중하여 저널리즘과 보수의 윤리를 저버린 조선일보와 조선일보가 밀어준 김무성 일파의 배신이었다”며 “이게 조선일보 노선이라면 조선일보의 번영을 보장하였던 대한민국과 독자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대통령 탄핵을 촉발한 고영태 기획폭로설과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진동 TV조선  사회부장 논란이, 역설적으로 조선일보의 정체성을 말해준다는 시각도 있다.

이른바 조중동이라 불리는 일간지 출신의 전직 기자는 “내가 알기로 조선일보 출신은 공천을 받거나 선거에 출마한 사람이 다시 재입사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경우의 친구들을 몇 몇 알고 있다”면서 “그런데 이진동은 예외적으로 보인다. 전략적으로 윗선이 박아놓은 케이스라는 소문이 있다. 이번 사건(기획폭로 의혹)은 신문기자와 정치 사이의 직업윤리를 떠나 그 이상”이라고 했다.

즉, 조선일보가 정치에 깊숙이 개입해 관찰자가 아닌 선수로 직접 뛴다는 취지의 시각이다.  선수로 뛴 조선일보는 보수 상업주의 차원을 넘어 좌우 정체성까지 넘나들며 ‘변절’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으로, 보수층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반성하지 않는 오만한 언론권력

보수우파가 조선일보에 분노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오만한 언론권력의 문제이다.조선일보 내 ‘송희영 파’가 존재할 정도로 사내에 막강한 영향력를 발휘했던 것으로 알려진 송 전 주필은 대우조선해양 비리 의혹과 관련해, 오히려 박근혜 정부의 탄압과 음모로 책임을 돌렸다.

송 전 주필은 대우조선해양 측의 입장에 맞춰 칼럼·사설을 써준 후 1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이 자신을 불구속 기소하자, 지난 1월 17일 낸 입장문을 냈다. 그는 “저는 2004년 9월 ‘박근혜 버블’이라는 비판성 칼럼을 쓴 이래 2016년 4ㆍ13 총선을 앞두고 조선일보 사설과 칼럼을 통해 친박들의 기괴하고 비정상적인 정치 행태를 끊임없이 지적했다”라며 “이어 조선일보는 우병우 수석 처가의 강남 땅 거래 의혹, TV조선은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 설립 의혹을 특종 보도했다. 이런 일련의 비판적 보도들이 박 정권의 심기를 거슬리지 않았나 추측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송 전 주필은 이어 “검찰의 이런 무리한 수사는 박근혜 대통령과 그 측근이었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국정농단 세력의 치밀한 기획과 지시에 의해 자행되었음이 틀림없다고 생각된다”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 변호인단이 “‘빅 브라더’ 같은 존재”라며 의혹을 제기했던 이진동 TV조선 사회부장 역시, 박 대통령 탄핵 사태와 관련한 ‘기획폭로설’을 해명하라는 여론의 요구에도 침묵하는 모양새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은 ‘안티조선’ 민심이 들끓는 태극기 정국에서도 양비론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박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쏟아낸 무수한 오보와 악의적 보도를 이유로 “조선일보 폐간, TV조선 폐방”을 요구하는 민심을 정면에서 마주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편에선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뒤늦게 오보를 정리하는 등 보수층 독자를 달래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사설 등을 통해 박 대통령의 사퇴를 종용하는 듯한 기회주의적 논조를 보이고 있다.

MBC 기자 출신 이상로 미래미디어포럼 회장은 관련 논평에서 이 같은 조선일보의 태도에 대해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얍삽함”이라고 정리했다.

이 회장은 “조선일보가 정말로 비난받아야 할 일은 이미 오래 전에 거짓으로 밝혀진 루머들의 진위 여부를 새삼스럽게 확인할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문제에 대하여 답하거나 취재하여 보도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며 ▲ 첫째, 조선일보는 무슨 이유로 전(前) 민정수석 우병우 씨의 구속에 그토록 집착했는가를 밝힐 것 ▲ 둘째, 조선일보는 왜 특검의 인권 유린에 대하여 침묵했는지 말할 것 ▲ 셋째, 녹취록에서 드러난 TV조선 이진동 기자와 고영태 일당의 음모에 대하여 취재 보도하지 않은 것에 대해 해명할 것 ▲ 넷째, 매주말 조선일보 사옥에서 불과 수백 미터 거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태극기집회를 보도하지 않았던 이유를 설명할 것 ▲ 다섯째, 헌재에서 김평우 변호사가 제기한 단핵소추 과정상의 위법성에 대하여 깊이 있게 보도하지 않는 속사정을 털어놓아야 할 것 등을 지적했다.

독자와 시장의 외면 속에서 궁지에 몰린 조선일보에게는 여러 난제가 남은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와 보수우파는 다시 화해를 할 수 있을까? 이것이 성사되려면 강력한 후속조치 등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해 보인다.

“심리적 공범자 집단, 망해야 정신 차릴 것”

조선일보 출신 한 언론인은 “신문도 이미지 상품이라 한 번 맛이 가면 다시 돌이키기 어렵다. 일종의 부부관계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애정을 나누었던 상대의 외도로 받은 상처는 회복하기 어렵다”면서 “조선일보 안에 똬리를 튼 좌파성향의 특정 지역 중심 세력들의 문제 등 내부 인적 청산과 방 씨 집안 4대로 이어져오는 방만한 경영윤리, 오너의 부패 문제 등 총체적으로 청산하지 않으면 조선일보의 미래는 어둡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한, “과거 노무현 정부 때 모든 세력이 다 굴복했어도 조선일보 하나로 끝까지 버텼고, 조선일보는 대한민국을 보수 논조로 이끌어온 중심매체”라면서 “이번에 조선일보 내부 문제로 좌파매체인 한겨레와 결합함으로써 보수 독자를 배신했다. 독자 뿐 아니라 보수세력, 소위 말하는 정통세력을 배신했기 때문에 처절한 자기 쇄신이 없다면 다시 독자의 사랑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출신 조우석 KBS 이사는 “조선일보는 아직까지 독자가 납득할 만한 반성을 한 적이 없다”면서 “이유는 조선일보가 심리적 공범자 집단이라 그런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 이사는 또한 “조선일보는 송희영, 이진동을 쳐내고 자정할 능력을 이미 상실했다. 아직까지 송 전 주필 인맥이 내부 네트워크를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설도 있다.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자기 반성이 불가능한 구조”라면서, 특단의 조치란 “방 씨가 대오각성 하여 자리에서 물러나고 인적쇄신, 지면쇄신을 단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시민들의 추가 절독운동으로 조선일보는 망해봐야 정신을 차릴 것 같다. 방법이 없다”고도 했다.

조 이사는 “방우영 회장이 과거에 쓴 글에서 조선일보가 60년대 중반까지는 신문시장에서 꼴찌였다고 스스로 밝힌 적이 있다. 반세기만에 다시 꼴찌로 추락할 수 있다는 게 내 판단”이라며 “자유민주주의와 법치를 어긴 조선일보에 기업이 광고도 주어선 안 된다.

틈만 나면 기업을 때리고 반기업 정서를 조장했다. 대통령 탄핵 인용이나 기각과 상관없이 조선일보는 독자와 시장으로부터 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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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 2017-03-09 20:30:11
아주 예리한 분석과 예측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선일보는 더 많은 절독과 광고중지 상태를 맞을 것이고, 따라서 내부적으로 환골탈태하지 않고는
옛 명성을 찾기 어려울 거라 봅니다. 자업자득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