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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오래된가족 기업 머크 매출 15조 원의 초우량 글로벌 기업

독일기업 머크의 성공 비결 이근미 소설가·미래한국 편집위원l승인2017.03.13l수정2017.03.1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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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소설가·미래한국 편집위원  webmaster@futurekorea.co.kr

대기업은 정치권에게는 개혁의 대상이고 청년들에게는 꿈의 직장이다. 대기업 노조는 경영층을 타도의 대상으로 몰아붙이면서도 자녀에게 자신의 자리를 대물림해주려고 안달한다. 대한민국 성장을 견인해온 대기업에 대한 애증(愛憎)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모순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은 두산으로 창립 121년이 됐으며 대부분의 기업은 100년 미만의 짧은 역사를 갖고 있다. 한국 100대 그룹의 평균 역사는 49.2년에 불과하며 국내 중소기업 가운데 3년 넘게 사업을 계속하는 비율은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대부분 가족기업인 우리나라 대기업이 ‘안정적인 지배구조 속에서 성장하는 모델 기업’을 찾기 힘든 실정이다.

세계 많은 회사들이 1668년에 창업해 349년째 승승장구하고 있는 독일 기업 머크(Merck)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머크의 가장 큰 특징이 ‘가족기업’이라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 대기업 2~3대 경영진들이 갖가지 질시와 잡음에 시달리는 반면 머크는 12대째 탄탄하게 달리는 중이다.

1668년 약국으로 출발한 머크는 유기화합물 알칼로이드(alkaloid) 분리 방법 개발에 성공하면서 19세기 초 의약·화학기업으로 규모를 갖췄다. 머크는 매년 10억 유로 이상을 투자하면서 의약, 화학, 생명과학 분야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고 현재 디스플레이 소재, LED 조명 및 OLED 소재, 태양광 패널용 기능성 소재, 화장품-의약품-식품-코팅-플라스틱용 기능성 원료 및 안료, 전자 및 반도체 산업용 고순도 화학소재, 미세분자 약품, 정수 및 바이오의약품 제조-분석-샘플, 시약, IVD/OEM 키트, 심혈관 및 대사질환 치료제, 난임치료제, 성장호르몬,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항암제 등을 생산하고 있다.

머크가 생산하는 품목은 항암제, 코팅제, 노화방지 화장품 원료, 세포 계수기, 액정 등 다섯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머크의 연구 패턴을 살펴보자면 1888년 세계 최초로 액정 현상이 발견되었을 때 응용 분야가 없었지만 가능성 하나만 보고 1904년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1989년에 이 분야에서만 1000여 건의 특허를 확보했고 1990년대 중후반 액정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을 때 곧바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액정은 현재 머크의 대표 상품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100년 앞을 내다보고 연구에 뛰어든 것은 가족기업이었기에 가능했다. 머크 기업을 연구한 책 <머크웨이>는 가족 기업의 강점을 ‘장기적인 안목에서 경영계획 수립, 신속한 의사 결정, 고용 구조 안정화, 책임 경영 도모, 주주 가치의 실질적 확보, 위기 상황에서 구심점 기능, 이해관계자들과 장기적·협력적 거래관계 구축, 소유 분산으로 인한 무임승차 문제 해결, 대리인 문제(오너-경영자 갈등) 해소’를 들고 있다.

가족기업에 대한 불신이 큰 우리 사회와 달리 가업 승계의 원칙, 가족들의 경영 참여와 역할에 대한 합의를 확실히 하여 잡음 없이 기업을 경영해온 머크 가문에 대한 독일 사회의 신뢰도는 높다. 머크 가문은 1995년부터 후계자 양성을 위한 체계적인 자녀 세대 교육을 하고 있다. 가족 전용 인트라넷을 설치하고 가족 잡지를 발행하며 여름과 겨울에 캠프를 통해 가족 유대감을 증진시킨다. 머크의 사업분야, 회계, 트레이닝, 연구, 파트너의 권리와 의무 등 여러 주제로 행사를 열고 있다.

머크가의 자녀들이 18세에 인턴사원 훈련 기회는 얻되 신입사원이나 중간관리자로 고용되는 일은 매우 드물다. 다른 회사에서 경력을 쌓아야 엄격한 선정절차를 거쳐 머크에 입사할 수 있다.

이중적 구조가 안전 성장 견인

머크는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만 해도 외부인의 개입 없이 온전히 가족들끼리 기업을 운영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람 중심경영’이라는 모토 아래 종업원들을 최우선으로 대했다. 지역민들이 부러워하는 최고의 대우를 해준 덕분에 세계대전으로 공장이 초토화된 후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원료를 안전한 곳에 숨겨놓았던 직원들이 헌신적으로 일해 회사가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왔던 것이다.

머크는 적성국 교역법에 따른 재산 몰수 등 여러 위기를 넘긴 뒤 1920년대부터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기 위해 노력했다. 1995년에 기업 공개를 했고 현재 머크 가문이 상장 주식의 70%를 소유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이사회 멤버가 모두 비(非) 머크가 사람들로 채워졌고 최고경영인들은 회사에서 은퇴하거나 파트너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5년까지 무한책임을 진다. 이는 단기 실적에 급급해 근시안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추진하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전문가들은 머크 가문의 성공 요인으로 첫째 창업 이후 줄곧 가족 경영 지배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든다. 둘째 ‘인재, 진취성, 대담성, 개척 정신’을 바탕으로 달려온 머크의 기업가 정신을 꼽는다. 셋째 의약·화학 분야로 기초를 쌓은 뒤 액정, 바이오, 암 치료제 등으로 질적 확장에 성공한 점을 든다.

100년 가는 제품과 경쟁을 헤쳐 나갈 전략이 성공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넷째 가족기업의 장점을 살려 특정 핵심 역량을 장기간 축적하고 선택과 집중이라는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

가족기업들은 창업주가 일군 사업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과거 성공 공식에 발목 잡혀 도태되기 쉬우나 머크는 급변하는 시대를 전략적으로 헤쳐 나왔다는 평이다.

독일에서는 머크의 성공을 ‘이중성’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변화·성장·지속이라는 전략 아래 리스크는 줄이고 가능성은 높인 점, 의약과 화학의 쌍두마차, 가족기업이면서 상장기업, 기존사업과 신규사업 간의 균형, 전통과 혁신간의 균형 등 이중적 구조가 이 회사의 안전한 성장을 견인했다는 것이다.

머크는 현재 전 세계 66개국에 200개가 넘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현재 5만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2015년 매출은 128억 유로(한화 15조 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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