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추진 상법개정안은 기업활동 막으려는 법
야당 추진 상법개정안은 기업활동 막으려는 법
  •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 승인 2017.03.31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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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위원분리선출 및 자사주규제 부활을 중심으로

야당이 주도한 상법개정안이 27일, 국회 법사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지 못해 임시국회 2월 처리는 일단 피했다. 하지만 야당의 추진 의지는 그대로여서 전망은 여전히 위협적이다.

지난해 7월 4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재벌총수를 겨냥한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는데, 다중대표소송제 등 6개항의 주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2인 이상의 이사의 선임을 할 때 소수주주권으로 집중투표를 청구할 경우 정관으로도 이를 배제할 수 없도록 하여 집중투표제를 의무화(김종인, 채이배, 노회찬 의원안) 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이 중에는 감사위원 별도선임 강제화 자사주 처분 규제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규정들이 통과되는 경우 경영권 행사가 사실상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전 구조조정을 위한 사업 재편이 어려워 국내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상법개정안에는 자사주의결권 부활을 차단하는 입법안을 발의했는데, 이에 따르면 지주회사 전환시 지주회사에 현물출자되는 자사주에 대한 신주배정을 금지시키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는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경영투명성을 제고하려는 기업들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길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어서 국내기업들의 사업재편 및 사전 예방적 구조조정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삼성이 미전실 폐지와 계열사 자율경영을 핵심으로 한 쇄신안을 발표했다. 삼성그룹이란 이름도 더이상 쓰지 않가로 했다. 연합

이런 점을 고려해 볼 때 이번 상법개정안은 최대주주의 지배권을 통제함으로써 외국투기자본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고시켜 사실상 상시적 경영권 위협 상태에 직면하도록 법제도화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불발되기는 했지만, 언제든 재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재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영권 방어의 심각한 위협이며,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족쇄가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상법개정안에 담겨 있는 문제점을 살펴본다.

 야당 상법개정안은 ‘기업경영 와해법’

전통적으로 회사법은 경영권 안정을 통한 성장에 주안점을 두고, 이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소수주주의 경영 참여를 제도화 해왔으며, 현재도 선진 각국은 이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대륙법계의 경우에는 경영권 안정과 소수주주의 경영 참여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법제도화 하고 있으며, 영미의 경우에는 소수주주의 경영 참여보다는 경영권 안정에 비중을 둬 회사법체제를 유지해 왔다.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대륙법계의 법제도를 운영해 오다,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이러한 법제도 위에 미국에서 사용되는 경영권 안정을 위한 법제도는 빼고 경영권 견제에 필요한 법제도만 도입해 이를 강제화함으로써 대한민국 만의 독특한 회사법체제를 구축해 오고 있다.

그 이후 대한민국 회사법제는 경영권 통제는 점차적으로 강화되는 반면, 경영권 안정은 상대적으로 점차 약화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이러한 현상은 점차적으로 개인재산을 기업에 직접투자하는 동기를 억제하는 결과를 가져 오고 있다. 특히, 2011년 이후 경제민주화 열풍이 불면서 대주주의 경영활동에 대한 회사법적 통제를 강화하면서 점차적으로 국내자본시장에 직접투자가 감소하는 반면 해외투자는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경영권과 투자에 대한 가치의 재정립 필요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20대 국회 여야의원 122명이 공동 발의한 상법개정안은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는 입법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상법개정안 중 감사위원 분리 선임과 자사주 의결권 규제의 문제점을 파악한 후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경영권이란 최대 투자자에게 부여되는 재산권의 일종이다. 경영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굳이 거액을 투자할 유인을 상실하게 되며, 이는 경제를 위축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그 이유는 투자란 권리를 취득하기 위해 지급한 금전 등의 총액보다 회수금이 적을 가능성을 감수하면서 금전 등을 지급하는  것으로서 손실을 감수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즉, 투자의 목적은 권리취득인데, 당해 권리란 투자한 재산보다 많은 금액을 회수할 권리 향유(수익 향유권) 또는 경영권 행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법률이 이러한 수익 향유권과 경영권을 제한하는 경우 투자 유인이 감소하게 된다. 이번 김종인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법개정안은 수익 향유권보다는 경영권 행사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은 회사법의 기본 본질에 반하는 입법안이라고 할 수 있다.

주식회사는 주주의 권리가 얼마나 보장되는지 여부에 따라서 총투자의 규모가 달라진다. 대한민국이 지난 30년간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이면에는 부를 축적한 재산가들이 그 재산을 토지에 투자하지 않고 산업에 투자했던 모험정신이 있었다.

결국, 재산상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투자를 통한 부를 창출하고자 하는 재산가들의 열망이 오늘날의 경제대국 대한민국을 만들어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지난 40~50년간 주식회사제도가 우리나라에 기여한 바는 굳이 수치를 통해 입증하지 않더라도 모두가 공감하는 사실일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주식회사제도가 이처럼 지속적으로 경제대국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는 중심축이 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발의한 이번 상법개정안은 오히려 주식회사가 그 역할을 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투자 위축이라는 부작용을 가져 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의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신중히 고려해야

현행법상 감사위원은 이사 중에서 선임하도록 되어 있고, 감사위원 중 사내이사인 자는 주주총회에서 선임 시 특수관계인 포함 3% 의결권 제한규정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법 제542조의12 제4항). 따라서 감사위원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사내이사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경우에만 3% 룰이 적용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배주주에 대한 감사위원회의 감독기능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고 있다는 전제하에 이번  상법개정안에는 사내이사든 사외이사든 불문하고 모든 감사위원 전원을 주주총회에서 이사와는 별도로 선임하고, 이들 선임시 특수관계인 포함 3% 의결권 제한제도를 적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도 3인 이상인 감사위원 중 사내이사 선임 시에만 별도로 선임하고 3% 룰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 역시 주주의 의결권 제한이라는 점에서 위헌의 여지를 안고 있다는 지적들이 많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상법개정안이 입법화된다면 향후 국내기업들의 이사회 구성 자체를 대립구도로 이끌어 의사결정을 지연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즉, 대부분 국내 상장사들의 이사회 구성원 중 최소한 3분의 1은 이질적인 인사들로 채워지게 되며, 그 중에서 상당수는 외국계 투기펀드가 지지하는 인사가 감사위원이 될 수 있다.

▲ 김종인 전 더불어 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2월 27일 '소상공인에게 경제민주화란?' 주제로 토크 콘서트에 참석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 연합

이는 국내 상장사들의 영업 비밀은 물론이고 민감한 경영전략까지 외국계 투기자본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사회란 상호 견제보다는 모험적 경영 판단을 함께 감수하는 위험공동체가 될 때 비로소 그 기업의 운명을 책임질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상법개정안이 입법화되는 경우 국내 상장사 대부분을 무책임경영으로 내몰고, 급기야는 국가경제를 파탄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감사제도의 정립 필요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모든 감사위원 선임시 3% 룰을 적용하겠다는 것은 우리 헌법 제119조 제1항에서 정하고 있는 자유시장경제원칙에도 정면 배치되는 것으로서 향후 기업에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하는 재산가들의 투자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

감사제도는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해 빠질 수 없는 중요한 기관이다. 그러나 회사법의 출현과 함께 감사의 역할과 경영투명성 제고라는 대명제 하에 끊임없이 감사제도의 개선에 관 입법론적 연구들이 많이 진행된 바 있다.

그러나 2001년 엔론 사태 등을 보면서 그 어느 국가의 법률도 최선의 감사제도를 갖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실정이 되었다. 이는 감사제도 자체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한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감사제도에 관한 한 의결권 3% 룰이나 상근감사제도, 사내이사 감사위원선임시의 의결권 제한 등 어느 나라에도 존재하지 않는 엄격한 제도를 갖고 있다. 문제는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나라의 감사제도의 효율성에 대한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으며, 입법자들은 끊임없이 이 제도를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기업들의 경제력 집중 억제에 대한 입법정책이 공정거래법은 물론이고, 금융관련법, 심지어 회사법 영역에서도 뿌리 깊게 내재되어 이와 관련된 모든 입법정책에 반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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