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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 대한 오해를 넘어야 대한민국이 산다

스페셜 리포트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l승인2017.04.17l수정2017.04.1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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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재벌기업은 가족경영그룹이다. 그러한 기업 형태는 한국에만 고유한 것이 아니며 대마불사의 신화적 존재도 아니다. 시장이 커지면 재벌기업도 사라진다.

▲ 롯데월드타워는 전망대, 호텔 레지던트, 사무실 등으로 구성된 국내 최고층 건물로 4월 3일 문을 연다. / 연합

▲ 롯데월드타워는 전망대, 호텔 레지던트, 사무실 등으로 구성된 국내 최고층 건물로 4월 3일 문을 연다. / 연합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1909~2005)는 나치의 본질을 파헤친 <전체주의의 기원>이라는 책에서 자신이 독일에서 겪었던 한 일화를 소개한다. 그는 어느 날 거리에서 연설하는 한 나치 장교를 목격했는데, 그 장교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는 밀의 가격이 오르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밀의 가격이 내리는 것도 원치 않습니다. 그렇다고 밀의 가격이 그대로인 것도 원치 않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밀의 가격은 나치가 정하는 바로 그 가격입니다.” 피터 드러커는 그 나치 장교의 주장이 어이없었지만 군중들은 열렬히 환호했다.

드러커는 옆에 있던 친구에게 ‘지금 저 나치 장교의 말을 믿나?’라고 물었는데 돌아온 대답이 걸작이었다고 기록했다. “이 친구야 말하자면 그렇다는 거야. 나치 말고 지금 어떤 대안이 있나?” 1930년대 히틀러의 독일 국민들은 절망적인 상태에 있었다. 1차 세계대전으로 사회주의는 실패했다.

그나마 자본주의가 희망이었다지만 미국에서 불어 닥친 세계 공황은 독일에도 상륙해서 결국 자본주의도 실패했다는 생각이 팽배했다. 여기에 프랑스를 비롯해 외국의 영토적 야심들이 노골화되고 있었다. 과거의 질서는 무너졌고, 새로운 질서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은 대중들로 하여금 포퓰리즘 선동의 나치를 대안으로 삼기에 충분했다.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 파면된 대한민국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국민 노후의 보루인 국민연금공단이 최소 1388억 원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대주주들은 8549억 원에 달하는 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특검의 이러한 계산은 ‘엿장수 엿가락 자르기 식’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검은 합병 실제 비율인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시장 가격을 통해 산출된 것이었다. 특검은 이를 무시하고 1주당 0.46주 이상을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천문학적 손해를 봤다고 공소장에 기재했다.

한마디로 특검이 독일 나치처럼 주식시장 거래자들의 판단을 대신한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하던 날, 박영수 특검은 “경제보다 정의가 중요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특검이 중요하다고 말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 자의였을 뿐이다. 그 결과 특검이 남긴 것은 구체적인 범죄사실 증거가 아니라 반기업, 반재벌 정서였다.

여야 구분 없는 재벌기업 죽이기

대통령 탄핵 심판 파면으로 대통령 선거가 목전에 다가왔다. 탄핵정국이 블랙홀이 되어 모든 문제를 삼키는 과정에서 경제 문제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었다. 한국 경제의 기관차라고까지 불리는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으로 사령탑이 부재한 가운데 50년 만에 그룹을 해체했다. 특검은 ‘경제보다 정의’를 내세웠다. 여야 정치권의 유력한 대선 후보들의 경제 공약은 반기업, 반시장 일색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재벌개혁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방했다. 이를 위해 집중투표제·다중대표소송제·노동자추천이사제 등을 도입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재벌을 해체하겠다는 수준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재벌 초과수익 환수, 법인세 인상, 비과세 혜택 폐지 등을 주장하며 재벌 대기업을 사회의 병폐로까지 지목하고 나섰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다르지 않다. 재벌 지배구조 통제를 강화하고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 등을 주장한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대기업 순환출자제도 개선, 자사주 의결권 제한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통령 후보는 출자총액제한제도 강화, 기업 총수의 사면·복권 금지 등을 주장하며 반기업적인 포퓰리즘에 기대고 있다.

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높이는 상법 개정안에 찬성하고 있다. 그러한 상법 개정안은 이미 선진국에서는 실패한 모델로 판정 났지만, 재벌과 대기업을 ‘사회적 거악(巨惡)’으로 지목하는 정치권의 반기업 포퓰리즘은 오히려 최순실 사태를 호재로 삼아 표를 구걸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 3월 22일 경기도 수원시 서수원칠보교육 체육관에서 열린 제16회 아시아 여자 핸드볼 선수권대회 시상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핸드볼협회 회장) / 연합

▲ 3월 22일 경기도 수원시 서수원칠보교육 체육관에서 열린 제16회 아시아 여자 핸드볼 선수권대회 시상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핸드볼협회 회장) / 연합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이재용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간의 뇌물수수 혐의는 국민연금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찬성하는 대가라는 것이 특검의 주장이다. 특검의 주장이 100% 진실이라고 해도 이 문제의 원인과 본질은 불합리한 제도로 말미암은 삼성가의 경영권 상속 어려움이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65% 할증과세) 그리고 적대적 M&A 방어장치 도입 불허 등으로 인해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한 제도적 환경을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계열사간 지분 구조를 복잡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의 경우 65%의 상속세를 물고 나면 실질적으로 경영권 승계가 불가능해진다. 삼성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이 부회장의 지분이 가장 많은 계열사의 수익구조를 고도화해서 이 부회장이 상속세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마련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한 복잡한 계산과 전략은 기존 법리로 불법이 아닌 방향을 찾으려 들기 마련이고 새로운 전략은 항상 법의 심판에 놓이게 된다.

문제는 재벌과 대기업에 대한 적대적 정서가 높은 상황에서 이 법의 심판은 언제나 정치적으로 구속된다는 경험적 사실들이다.
재벌 대기업들의 경영권 승계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소득불평등의 관점에서 다뤄지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기업이라는 실체가 생산과 고용의 주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더 많은 생산과 고용을 위해서 재벌 대기업이라는 개념을 ‘가족경영회사그룹’으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재벌은 가족경영회사, 세계적으로 보편

가족경영회사(Family Own Business)는 특이한 것이 아니며 세계에서 공통적인 현상이다. 이 문제를 연구한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 의하면 어느 나라든 창업기업의 85%는 가족의 자금으로 창업한다. 그렇게 창업에 성공하면 자연히 가족기업으로 지속적으로 존속, 발전하게 된다.

미국의 월마트, 포드자동차, 이탈리아의 피아트 그룹, 독일의 BMW 등 전 세계 기업 중 2/3가 가족기업이다. 미국 주가지수 S&P500 및 Fortune500 글로벌기업의 1/3 이상에 해당한다. 가족기업은 매출, 고용, 기업가치, R&D투자 등에서도 비가족기업보다 우수한 성과를 도출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IBK은행 연구소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이들 가족기업이 각국 GDP 대비 45~85%를 차지하며 일자리 창출의 45~80%를 담당한다.

독일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 박사가 선정한 ‘히든챔피언’(hidden champion, 즉 규모는 작지만 틈새시장을 차지해 세계 최강으로 자리 잡은 기업)의 3분의 2가 가족기업이다. 최 교수는 “현대 기업은 주식이 널리 분산되고 전문경영인이 경영한다는 일반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세계적 기업 중 많은 기업이 가족 또는 국가가 경영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국의 경우 거래소 및 코스닥 상장기업 중 2007~2009년 평균 자산규모 1000억 원 이상, 제조업 494개사 중 2006년 기준 73.7%가 가족기업으로 타국에 비해 다소 높은 편으로 나타난다. 한국에서 가족기업의 비율이 높은 이유는 시장 규모가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작다는 점에서 찾아진다. 시장이 크면 클수록 가족경영으로는 불가능해지고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면서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기에 창업단계부터 금융회사가 개입해 기업을 소유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또한 한국의 가족기업이 대물림하고 있다는 주장도 사실은 선진국에 비해 우리 기업의 역사가 짧기 때문인 것으로도 지적된다. 경영 컨설팅회사인 매킨지의 보고서에 의하면 가족기업이 3대에서 생존할 확률은 13% 정도이며 따라서 우리 재벌기업들도 앞으로는 부침이 심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재벌 판도는 IMF 외환위기 후 3년 동안 격심한 변화를 보였다. 2002년에 발표된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1997년의 30대 기업집단 중 4년 사이에 대우(3), 쌍용(7), 동아(10), 한라(12), 고합(17), 아남(21), 진로(22), 해태(24), 신호(25), 대상(26), 뉴코아(27), 거평(28), 강원산업(29), 새한(30)의 14개 그룹이 탈락했다(괄호 안은 1997년 순위). 가족경영의 장점은 R&D의 효과가 매우 크다는 것, 신속한 의사결정, 안정적 경영권 등을 들 수 있다.

한국 재벌기업의 탄생은 시대적 요구였다

한국에서 재벌이 탄생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1972년 8월 3일 정부가 ‘경제의 성장과 안정에 관한 긴급명령’ 즉, 사채동결긴급조치를 선포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 조치의 골자는 기업과 사채권자의 모든 채권.채무관계는 1972년 8월 3일 현재로 무효화되고 새로운 계약으로 대체된다는 것이다.

채무자는 신고한 사채를 3년 거치, 5년 분할상환조건으로 상환하되 이자율은 월 1.35%로 하는 한편 사채권자가 원하면 출자로 전환할 수 있게 했다. 이 조치로 사채조정과 특별대환실시, 금리의 인하가 기업의 금융 부담이 대대적으로 경감된 것이 사실이다.

최 교수는 최근 자유경제원의 세미나에서 이 8.3조치가 개인 금융시장 및 그 투자자들을 희생시키는 대신, 대기업을 구해준 것으로 평가한다. 사유재산을 보호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원칙을 분명히 위반한 것이었다는 것. 그러나 이 조치가 없었다면 1973년과 1979년의 오일쇼크를 극복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데 대부분 경제학자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특히 출자전환 및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으로 기업들이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을 경우, 새로 회사를 만들었고 따라서 재벌들이 많은 계열사들을 만들게 되었다. 이러한 구조 하에 대기업그룹이 탄생할 수 있었는데, 이 구조가 결정적으로 순환출자구조가 되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사실로부터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재벌 대기업의 순환출자구조는 그 시대적 산물이었다는 점이다. 기업은 고유성과 계속성의 원리가 있기 때문에 각 나라의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상황에 따라 그 형태나 상거래 관행이 진화적으로 발달하게 된다.

만일 그러한 기업의 형태가 더 이상 변화된 환경에 적응할 수 없다면 기업의 형태나 상거래 관행도 변화하기 마련이며 이러한 문제는 현실이 아닌 이상적, 추상적 규범으로 제어하기 어렵다는 점이 있다. 정치인들이나 관료, 사법부가 현실 속에서 진화되는 기업들의 속성과 원리를 무시하고 당위성에만 입각한 규범으로 기업들을 옥죌 경우, 당연히 해당 산업과 경제는 발전할 수 없게 되는 원리가 우리 재벌기업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증거는 이미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했던 경제민주화가 만든 여러 폐해로 증명하고도 남는다.

경제민주화 대신 경제자유화 결단해야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낮췄다.
IMF는 작년 10월 세계경제전망보고서에서 한국의 2017년 경제성장률을 3.0%로 전망했으나 0.4%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더 큰 문제는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는 현상이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2015년 기준 3%대 초반으로 추정되지만, 일부에서는 이미 2%대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015~2019년 2.3% 수준이며, 2020~2024년에는 1.9%로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생산과 소득 증대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와 같다. 이러한 문제를 돌파하려면 이제까지의 경제민주화와 같은 패러다임으로는 불가능하며 본격적인 경제자유화 조치들을 통해 기업들의 생산 의욕과 시장 확대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미 많이 늦었고 더 늦기 전에 결단해야 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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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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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숨죽이고 사는 대학생 2017-04-18 02:55:17

    대한민국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한탄할 노릇. 여론이 법이되는 시대. 휘둘리는 민초들이야 개혁이다 혁신이다 청산이다 뭐다하며 좋아하지만 배우고배운 사람들조차 광란에 삼켜져 정의를 잣대며 마음대로 심판하고있습니다.. 좌파다 우파다며 정적을 해치우는건 동서고금 당연했지만 기업마저도 자기멋대로 재단해버리고 있습니다. 나조차도 작금의 사태가 심각하다고 인지하고 있는데 그들은 인지하지못한걸까요?. 과거 8.90년대 운동권들이 법조.언론.문화.사회 너무많이 침투해 있는것같습니다. 제가 그들을이해 할수없는건지. 제가 그들이 말하는 극우인지..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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