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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말 많으면 실수한다’ 트럼프에게 한 수 가르친 美 헤리티지 보고서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l승인2017.04.20l수정2017.04.2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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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군사행동과 미중회담에 대해 헤리티지 연구소는
‘신중할 것’을 주문했다. 자기 발등을 찍지 말라는 것.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북정책으로 정치.경제 압박을 우선시하고 군사 옵션은 후순위로 가닥을 잡았다고 4월 11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트럼프의 다소 요란한 대북응징 선언과는 거리감이 있는데다, 칼빈슨호 항모를 한반도 유역으로 항로를 변경하면서까지 급파한 사실에 비춰 보면 쌩뚱 맞다.

▲ 잭슨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에게 아직 보여주지 않은 깊고 짙은 레드라인이 있을자도 모른다”면서도 “북한에 대해 많은 옵션이 없다는 데 사람들의 불만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 사진출처 : dailysignal.com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새로운 대북정책에 사인했으며 여기에는 북한 김정은 정권을 향해 경제적 정치적인 압박을 우선적으로 가하고 군사 옵션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려하는 안이 담겼다고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같은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미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완성됐으며 여기에는 중국이 북한의 입지를 축소시키기 위해 압박을 취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덧붙였다. 만일 중국과 다른 국가들이 대북 압박에 동참하지 않으면 미국은 중국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취할 것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전쟁 대신 대화로...’ 본심을 다 들킨 트럼프의 대북 응징

그렇다면 트럼프의 ‘독자적 대북 응징’ 선언은 불행하게도 일종의 ‘쇼’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카드는 이미 대부분 노출된 것이고 김정은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로 해석해서 더 노골적인 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러한 문제를 두고 워싱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실행하지도 못할 행동을 함으로써 부담만 안고 있다고 평가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12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핵문제로 문젯거리를 찾고 있으며 중국이 이 문제 해결을 돕는다면 좋겠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미국 단독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포스팅했다. 그러자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제임스 카라파노 연구원은 코멘트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면 3차 세계대전이라도 하겠다는 건가?”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헤리티지는 트럼프에게 ‘현실적합한 방법을 찾으라’라고 주문했으며 그 방법은 ‘북한을 고립’시키고 경제적 제재를 가하되 이를 위반하는 중국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라는 주문이었다. 헤리티지 연구소가 미 워싱턴의 공화당 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을 단독적으로 다루지 않으며 중국과 연계해서 다룬다는 방침이 기본 방향으로 설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북한의 지하핵시설을 폭격할 전략무기가 없는 칼 빈슨호의 항로를 변경시켜 북한에 대한 무력시위를 함으로써 오히려 김정은은 ‘항모가 접근하면 핵미사일로 때리겠다’는 엄포를 사야 했다. 결국 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에 북한이 별다른 핵위협을 가하지 않는다면 미국도 항모를 돌리는 수순으로 가게 되며 결국 트럼프가 선언한 ‘문제 해결’은 유보된 상태로 남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김정은에 대해 ‘미국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만 준 꼴이 되며 김정은은 핵공갈을 계속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된 셈이다. 물론 트럼프의 전략자산 운용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이언 그래햄 전 북한 주재 영국 외교관은 북한에 선제 타격할 가능성은 없지만 미국이 핵항모를 한반도에 재배치한 건 전통적인 ‘강압적 외교(coercive diplomacy)’ 유형이며 이는 실제 지역 긴장 악화를 막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좌충우돌식 안보전략은 오히려 김정은에게 나쁜 버릇만을 키워줄 우려가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있었던 미·중 정상회담의 전략에 대해 헤리티지 연구소가 지난 3월 28일에 제시한 회담전략 보고서가 주목된다. 당시 회담을 앞두고 국내 언론들은 북핵 문제가 미·중 회담의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회담 직전 미국이 시리아를 미사일로 폭격하면서 트럼프는 시진핑을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정작 회담에서는 아무런 공동성명도 발표되지 않은 채 막을 내렸다.

이를 두고 국내 언론에서는 ‘미중간에 물밑 협상이 있다’는 식의 보도들이 등장했으나 정작 헤리티지 보고서를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사전에 헤리티지 연구소의 제안을 100% 수용했었음을 알 수 있다. 헤리티지 연구소의 중국 전문가 딘 창과 월터 로흐만 두 연구원이 공동으로 펴낸 보고서에 의하면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 사안을 모두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먼저 가볍게 움직이면 안 된다는 것이며 그런 차원에서 ‘극도의 주의’(Extreme Caution)를 제시했다.

즉 경제와 통상의 문제 외에는 다른 어떤 이슈나 아젠다도 꺼내지 말며, 최소한의 대화로 마치라는 주문이었다. 헤리티지 연구소가 이러한 제안을 했던 배경은 중국의 외교협상 전략이 대의명분으로부터 구체적 현실을 규범적으로 포획하는 전략이기 때문에 미국은 역으로 구체적 현실의 사안들에 대해 ‘힘의 우위’로 나아가는 실리정책을 펴야 한다는 이유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했던 ‘독트린’과 같은 것을 꺼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는데, 미국 대통령들은 중국과의 협상에서 자기 발등을 자신이 찍는 오류를 범해왔다는 것이다. 한 말에 대해 책임을 져야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협상전략은 중국의 유교식 명분에 의한 ‘세계 질서·조화론’에 대해 노장(老莊)사상에 입각한 무위자연(無爲自然) 또는 허허실실 전략인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중국의 장점인 대의명분론에 끌려가지 않아야 한다는 헤리티지의 제안은 어떤 점에서는 더 중국적인 면모가 있다. 실제로 중국인들은 유교이념보다는 생활속에서 노자(老子)의 지혜를 숭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미·중회담 전략에 ‘허허실실’을 주문한 헤리티지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는 아무런 의견도 요구도 제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회담 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시진핑 주석에게 북핵 문제 해결에 중국의 역할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중국과 통상에서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협력의 메시지를 띄웠다.

하지만 과연 중국이 미국과의 통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핵을 해결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외교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대통령 재임기간 안에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로 성가시게 하지 말아줄 것을 중국과 북한에 요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고 여기에 북한은 트럼프의 인내심을 자극해 군사적 충돌보다는 미북협상과 같은 테이블로 미국을 끌어내려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상황이 어떻든 트럼프 대통령은 모순된 메시지와 행동으로 자신의 속내를 중국과 북한에게 다 노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러한 전략 미스는 북폭을 위해 한반도로 이동한다는 칼빈슨 항모에 지하 핵시설을 폭격할 전략무기가 없어서 괌기지에서 B1이나 B-52와 같은 중대형 폭격기가 발진해야 한다는 점, 항모나 전투함의 미사일로는 핵시설 정밀타격이 불가능하다는 점, 북의 미사일을 중간에서 요격하는 것도 어렵다는 군사 전문가들의 코멘트로 북폭설이 과장된 것이라는 해석만 부추기는 결과를 나은 점도 부정하기 어렵다.
랄프 코사 국제전략연구소(CSIS) 소장은 칼빈슨 재배치는 미사일 발사와 핵개발로 도발을 일삼은 북한에 미국이 신물이 났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려는 표징이라면서도 북한과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고 전했다.

다니엘 케이 이노우에 아시아·태평양 안보학 연구센터의 밴 잭슨 교수는 지난 4월 6일 미국이 시리아에 미사일을 발사했던 상황과 대조했다. 그는 “미국은 매우 신속하고 조용히, 허세 없이 시리아를 공격했다”면서 “북한에는 정확히 그 반대로 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거대한 전략 무기인 칼빈슨호를 동원해 압박에 나선 건 실제 타격을 하려는 목적이 아닌 것이 99%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잭슨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에게 아직 보여주지 않은 깊고 짙은 레드라인(한계선)이 있을지도 모른다”면서도 “북한에 대해 많은 옵션이 없다는 데 사람들의 불만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대북 외교안보 전략에 불신이 높아간다면 우리에게도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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