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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강할수록 무시 당하지 않아”

[인터뷰] MB 외교안보 핵심 김태효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l승인2017.06.14l수정2017.06.14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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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phjmy9757@gmail.com

인터뷰 조희문 미래한국 편집장

한미관계 조정해 한중관계 강화시킨다는 막연한 인식, 전략적으로 위험하다”

북핵 문제에 관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유례없는 관심 속에서 국내는 사드 배치 논란으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출범 후 첫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문재인 정부는 이미 반입돼 있던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에 대해 국방부의 보고가 누락됐다며 연일 국방부 때리기에 여념이 없는 모양새다.

급기야 문 대통령은 사드 배치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법대로 하라고 지시하면서 사실상 사드 배치 전면 백지화 관측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사드 배치와 관련한 결정이 문재인 정부의 한미관계 지렛대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북핵 위기를 포함한 한반도 안보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미관계는 과연 전처럼 유지될 수 있을까.

본지는 지난 6월 5일 미래한국TV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외교안보 복심으로 통하던 김태효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에게 사드 논란을 포함한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특히 대미관계 전망 등을 들어봤다. 외교통상부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를 지낸 김 교수는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통일안보분과 상임자문위원을 거쳐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 대외전략비서관, 대외전략기획관을 지냈다.

 

-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대통령의 등장 수준을 넘어 대한민국의 성격 자체가 바뀌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이 있습니다. 대미, 대중 관계 등 국제질서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기도 합니다. 앞으로의 한미관계를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문재인 대통령이 새로 등장하는 과정에서 안보나 외교는 주요 이슈가 아니었습니다. 촛불시위, 탄핵정국이라는 아주 특별한 사건 속에서 대다수 유권자는 기존의 구태의연한 정치 청산을 요구했기 때문에 짧은 캠페인 기간 속에서 우리의 대외정책 이슈를 중심에 놓고 후보를 결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것보다 정치개혁이나 새로운 변화, 기존 우파 세력이 잘못한 것을 크게 꾸짖어야겠다는 책임 추궁의 정서가 우선이었고 그런 과정을 통해 신정부가 등장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 국민은 새 정부가 들어서 그동안 크게 생각해보지 않은 미국 정상과의 첫 만남 그리고 대북정책 조정, 대중(對中) 정책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를 지켜봐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해온 말이 있습니다만, 국민에게는 그다지 결정적인 사안이 아니었고, 지금에서야 주의 깊게 바라보게 된 것이지요.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국민이 의사 표현을 할 기회는 크게 제약돼 있고, 그런 상황에서 일부 전문가나 우파 지식인이 조금 우려스러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상황이 아닌가 합니다.

- 아직 예상 수준이지만 문재인 정부는 기존에 유지해오던 안정보다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쪽에 많은 국민의 시선이 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변화를 요구한다는 게 우리의 의지에 따라 가능한 것인지, 그에 따른 준비나 역량의 문제 등, 이런 점에서 새로운 정책 기조에 대한 예상을 어떻게 하십니까.

한국이 취할 수 있는 대외정책이란 게 대개 정해져 왔습니다. 6·25전쟁을 겪으며 한국은 스스로 생존을 지킬 만한 안보 역량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동맹이 체결됐습니다. 한미동맹은 미국의 입장에서는 동북아 개입 전략을 지탱시키는 주요 지렛대가 됐고, 한국의 입장에서는 생사의 문제로 시작한 것입니다.

한미동맹은 지난 70여 년 간 북한 위협 앞에서 그리고 냉전시기에는 소련 위협 앞에서, 지금은 여전한 북한 위협과 함께 중국에 대한 일정 부분 보험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한미동맹은 굳건하게 유지돼 왔지만,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좌파, 우파 정권이 교대로 출현하면서 미국에 대한 접근 태도와 인식은 상당히 달랐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미동맹을 부정한 세력은 없었지만, 그것을 위계적인 질서로 바라보고 ‘불공평했다’ 그리고 민족주의 시각에서 ‘우리가 좀 더 주도적 영향력을 발휘해야겠다’는 시각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전략적으로 합치되는 부분을 찾아 한미 간 협력을 만들어 나가되, 문제가 있거나 불만이 있는 것은 비공식적으로 부드럽게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실용파, 전략파와 대립해온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 우리 국민이 걱정하는 부분은, 기분으로 상대에게 어떤 불만이나 요구 사항을 제기한다는 문제와 그리고 북한이나 중국에 대해 우파 정부보다 더 전향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문제라고 봅니다.

이런 태도가 한미 관계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냐, 아니면 어떤 충격을 가져오거나 우리의 70년 대외관계의 주춧돌로 작용해온 한미관계에 금이 가게 할 것이냐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가 일관된 입장 보이면 중국은 ‘한국의 마지노선’으로 여기고 받아들인다”

- 노무현 정부 때 노 대통령은 ‘반미면 어떠냐’고 했습니다. 한국이 주체적으로 외교 중심이 되자는 주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더불어 당시 균형자론도 제기되었는데요, 그때의 기저가 이후의 한미관계에 변화를 주는 계기가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균형자 역할보다 외교관계에서 고립과 위축을 부르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노무현 정부 때의 균형자 정책에 대해 지금 어떻게 평가하실 수 있겠습니까.

그때는 중국 대외 영향력이 자라고는 있었지만 국제사회가 크게 주목할 만큼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자주외교는 한미관계가 불평등한 수직상하 관계라는 인식 속에서 출발한 것 같습니다. 2002년 김대중 정부 말기 여중생 사망사건이 있었고, 또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대한 개정 요구가 있었습니다.

당시 국민은 오랜 기간 동안 전쟁이 없다보니 한미동맹이 지켜온 평화에 대해 안이하게 생각한 점이 없지 않았다고 봅니다. 그런 인식과 마음 속에서 일련의 사건이 억눌러왔던 미국에 대한 섭섭함이나 불만을 촉발시켰던 것입니다.

지금 문재인 정부의 한미동맹 조정도 일정 부분 민족주의적 시각에 편승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큰 변수는 중국입니다. 중국의 경제력이 커지고, 또 한국 무역액의 30~40%를 중국과의 통상관계에 의존하다 보니 중국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중국을 도외시하고 외교관계를 짜기 어려워진 것이지요. 이 부분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데, 문제는 대북정책 그리고 대외외교 기조를 한미관계와 한중관계를 동일선상에 놓는 것입니다. 보통 이걸 제로섬 관계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한미관계를 축소시키고 한중관계를 강화하면 우리도 좋고, 중국도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인식은 전략적으로 위험하다고 봅니다.

- 새로운 관계를 모색해보자는 시도 속에서 대외적인 충격이나 외교적인 시그널이 혼란스러운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의 변화된 위상이 대북관계나 대미관계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한편에서는 반미까지는 아니더라도 친중으로 기울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한국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합니까.

좌우 이념을 떠나 한국이 잡아야 할 대외정책의 기본, ABC가 있습니다. 한미동맹이 약화될 때 중국과 러시아, 일본이 틈새를 파고들어 한국의 전략적인 능력이나 위상을 경시하고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주변국들이 한미동맹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에 이를 튼튼히 해야 주변국과 갈등과 협력할 때 역설적으로 한국이 존중받는 결과가 발생합니다. 우리나라 좌파와 우파가 그런 역학관계를 모르고 혼돈에 빠지면 한미관계를 조정해서 다른 무언가를 바꿔보겠다는 유혹에 빠지게 되는 것이지요. 그것이 박근혜 정부 중반기에 친중이란 일종의 착시현상이 나타났던 것이고, 지금 문재인 정부도 그런 길로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명박 정부에 몸담고 일한 경험에 의하면 중국은 우리가 우리의 전략을 확실하게 세우고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면 내심 받아들인다는 겁니다. 한국의 마지노선으로 여기는 것입니다. 중국과 신뢰를 강화하면서도 그런 태도를 유지하면 중국도 나름대로 한국에 대한 전략적 지형을 알아서 조정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가 먼저 나서서 한중관계와 한미관계의 틀을 마구 뒤섞어 놓으면 중국은 ‘이거 문제가 달라지겠구나’ ‘우리가 기존의 한일, 한미 관계 지렛대를 행사할 때 한국이 흔들리는구나’ 하고 여깁니다. 한국 언론과 여론이 당황할 때 자신들이 좀 더 강하게 나가면 한국이 주춤하고 두려워하는 것이 보인다면 중국은 전략적 목표를 확대, 수정해서 나오는 겁니다. 한국이 이런 악순환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 사드 배치 논란과 관련해 여쭙겠습니다. 지난 정부와 문재인 정부, 중국의 입장이 다 엇갈리면서 신호가 다릅니다. 현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명확한 사인은 없지만, 최근 사드 논란에 어떤 전략이 담긴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습니다.

저는 기본적인 책임이 박근혜 정부에 있다고 봅니다. 지금으로부터 3~4년 전, 당시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은 본국에 북한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추가적 대응 조치를 건의했습니다. 이 사실은 일부 국내 언론에 의해 보도가 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는데요, 그 당시 최소 6개월 동안 우리 정부는 아무런 입장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 5월 30일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 인근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 '사드출입금지'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 연합

단지 ‘논의를 시작한 바도 없고, 결정한 바도 없다’면서 한미 간 이 문제를 긴밀하게 공조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거부했던 것이지요. 그렇게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중국은 이 문제를 공부하기 시작합니다. 국내 여론은 여야, 좌우로 나뉘면서 찬반 논쟁이 극심하게 일면서 국론이 분열되기 시작합니다.

사드 잘 몰랐던 중국, 논란 키운 건 우리의 패착

- 중국이 공부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는 우리의 틈새를 찾기 시작했다는 의미인가요.
그렇습니다. 제가 나중에 확인해보니 중국 전문가들이 솔직히 이야기하더군요. 자신들은 처음엔 사드를 잘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한국 사정 돌아가는 거 보니 중국 정부도 입장을 정해야겠다는 의무감을 가졌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 정답은 명약관화한 겁니다. 중국은 사드 레이더 탐지 범위 등 논쟁을 떠나, 정치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이 문제를 불편하게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한국 외교가 중국의 이런 결정이 나오게끔 방치했다는 겁니다. 논란 이후라도 비공식적으로 중국에 가서 긴밀하게 설명을 하고, 또 한미는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서 선제적으로 여론을 관리할 수 있었을 텐데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2년 반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문제나 우리 대외 관계에 대해 박근혜 정부 기대에 쫓아오지 못하고, 결국 사드를 서둘러 결정하는 그런 과정을 지켜보게 된 겁니다.

중국이 우리에게 너무 가혹했다, 우리는 중국을 좋게 보려고 했는데, 우리 국민에게 상처를 줬다는 사후적 판단도 틀리지 않지만, 그런 결과를 자초했던 것은 우리 외교의 패착이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 다음, 현 정부가 사드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해석을 내리고 싶습니다. 첫째 안보에 대해 절박함이 없다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사드는 북한 핵미사일이 우리 중부 이남에 날아왔을 때 주한미군 기지와 우리 국민이 위험해지기 때문에, 백퍼센트 방어할 수 없을지는 몰라도, 그 준비를 시작하고 북한에 가시적으로 보여주자는 취지가 본질적인 취지와 목적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사드 반입 개수 논란과 국방부 보고 누락 논란 등 그 과정을 이렇게까지 공론화시켜 대외 정부와 지도자들이 다 보는 앞에서 국방부를 망신을 줄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 인식은 납득할 수 있겠으나 처리 방식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 사드 배치와 관련한 논란이 일면서 미국의 고위관계자가 들어와 사드 예산을 언급하고, 더불어 미군 철수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만약 미군이 철수하는 상황까지 생긴다면 한반도 안보는 미증유의 현실에 처하게 되는데, 실현 가능한 이야기입니까.

현재로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동맹의 심각한 균열을 결론지을 만한 단서는 아직 없습니다. 다만 노무현 정부 때 우리가 제기해 시작된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를 지켜봐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 때 1차적으로 연기되었고, 박근혜 정부 때 조건부로 무기한 연기되는 변동이 있었습니다.

조건부라는 것은 북핵의 심각성이 해소되는 것, 전시작전권이 전환되더라도 한국이 북한의 위협을 1차적으로 막을 준비가 충분히 돼 있느냐 입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가 전혀 충족되지 않은 상황이지요. 그래서 저는 문재인 정부가 한미동맹을 어떻게 진단할지 측정 지표를 달라고 한다면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한미정상회담이 있고, 이후 4~5년 동안 한미 간 여러 현안이 논의될 텐데, 혹시라도 문재인 정부가 조건부로 무기한 연기돼 있는 전시작전권 문제를 다시 꺼내 가속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다면 상황은 달라질 겁니다. 이것이 주한미군 역할과 위상을 축소시키고, 나아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미 간 불필요한 분열과 오해가 가중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 대북관계에서도 한미 간 입장이 다릅니다. 북한에 대한 제재가 궁극적 기조라면 문재인 정부는 제재 국면에 영향을 주지 않는 면에서 민간 접촉이나 교류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서로 모순이 되기도 하고 어떤 위험한 신호라는 측면도 있어 보이는데 어떻게 읽어야 할는지요?

흔히 자주 이야기하는 것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어떤 정치적 여건에서도 추진될 필요가 있다는 말입니다. 그것은 인도적 관점이라는 것이지요. 아마 모든 국민이 이 말을 들으면 맞는 말이라고 동의할 겁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합니다. 일단 북한은 민간이라는 주체가 없습니다. 우리 통일부가 비정부단체들의 대북 접촉을 허락하긴 하지만, 그 사람들이 북한에 가서 만나는 우리민족서로돕기 등 단체의 대표단들은 민간인이 아닙니다. 북한 당국으로부터 다 조정되어 업무 분담을 맡고 나온 사람들입니다.

제가 정부에 몸담아 업무를 하면서 느낀 게 있습니다. 북한 평양 밖 주민들에게 필요한 인도적 지원 품목들, 가령 생활 의료품이나 콩과 옥수수 같은 식량, 전기밥솥과 같은 가전제품 등의 지원을 북한 당국이 상당히 싫어한다는 점입니다. 그런 물품들은 시장으로 흘러가 장마당만 키워줄 뿐, 북한 당국이 시장을 통제하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북한 대표단이 항상 원하는 것은 쌀과 비료 지원입니다. 그리고 남북 접촉이나 방문이 이뤄질 때마다 현찰을 요구합니다. 예를 들어, 과거 모 방송국 우리 교항악단이 가서 한번 공연할 때 정해진 가격이 10억이었습니다. 몇 사람으로 얼마의 규모가 방북해 어떤 활동을 할 때마다 정해진 현찰 단가가 있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와 방위비용 증감 문제, 우리 정부는 철저한 전략 세워야

- 사드 문제와 관련, 한국에 비용을 부담시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한국 국민에게 충격으로 다가오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미국으로부터 안보 비용을 청구 받는다는 점에서 ‘미국이 우리에 이럴 수 있느냐’는 시각과 또 한편으로는 ‘미국이 한국의 역량을 충분히 인정하는 거 아니냐, 따라서 한국도 방위 문제에 미국에 의존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우리 정부가 대미관계에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한다고 할 때, 한국이 안보 비용 부담을 늘려가는 것이 올바른 방향인가요?

정부에 주문하고 싶은 것은 이 문제를 철저히 공부해서 전략을 세우라는 것입니다. 일본이나 독일에 비하면 국민총생산량, 혹은 1인당 국민소득에 비해 우리가 지출하는 방위비 규모가 조금 많습니다. 그리고 일본이나 독일에 비해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사들여오는 무기가 비싸고 많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40여조 원 가량 구입했습니다. 우리나라 1년 국방비가 32조인데 1년 국방비 총액을 넘는 양을 지난 10년 동안 무기를 사들여온 것이지요. 그리고 평택 미군기지 이전 작업이 10여 년에 걸쳐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데 비용 86% 이상을 우리가 분담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할 만큼 한다는 입장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개선할 수 있고 양국이 만족할 수 있는 요구 사안이 무엇인가를 놓고 당당하게 플랜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자유무역협정을 다시 협상하자는 말도 있습니다. 2009~2010년 한미 FTA 협상을 할 때 제가 뒤에서 담당했습니다만, 그 당시 우리는 미국 자동차 업계가 요구하는 안전기준이라든지, 자동차 시장에 대해 많이 들어주고 개방했습니다. 의약품이나 지적재산권 문제 등 일부에 대해 우리가 조금 받아냈고, 돼지고기 수입에 대해 조금 여유를 갖는 등 교환관계가 이뤄졌던 것입니다. 그런데도 미국이 지금 와서 대한 무역적자가 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미국의 적자가 늘어난 이유는 자동차 품질이나 애프터서비스 등 우리 제품이 가격 대비 품질이 좋아지는 등 높아진 경쟁력에 대한 소비자의 판단일 뿐입니다. 양국 정부가 절차에 대해 합의한 것은 대단히 투명하고 객관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우리 정부가 일정 부분 오바마 행정부 요구를 많이 들어준 것도 사실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순수한 시장의 영역과 정부의 재량권 개입 등의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우리나라도 산업자원부 밑에 통상협의기능이 이관돼 있지만, 다시 점검해봐야 합니다. 제조업계와 일선 기업을 직접 상대하는 기관이 기업의 애로 사항을 직접 청취하면서 그 기업에 개혁을 주문하는 대외협상을 동시에 담당하는 것은 모순적입니다. 이런 상호 충돌을 막는 합리적인 조직 개편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 한국이나 미국이나 새로운 가치를 정착시키는 변화의 과정 중에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한미관계를 포함해 동아시아 역학관계에 대한 전망을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아무리 색다르고 예측불가라 해도, 미국은 큰 나라이자 우리에게 전략적으로 긴요한 나라입니다. 저는 한국의 대외전략, 한미관계 관점에서 두 가지만 잊지 않으면 된다고 봅니다. 첫째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 어떤 정부보다 북한 문제에 관심이 크다는 겁니다. 이라크와 아프간 등 중동 문제에서 15년 이상 골머리를 앓다가 다시 동아시아로 회귀해 북한 핵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해 놓은 상황입니다. 이걸 한국이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이 가진 글로벌 리더십과 역량, 그리고 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전대미문의 관심을 이해하고 미국과 어떻게 효과적으로 공조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우리가 생각하는 통일 방안, 대북정책을 얼마나 최대한 담아내 우리 입장을 확대해 나갈 것인가를 우리 정부가 명심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둘째 글로벌 코리아 외교인데요, 이제는 저탄소 시대로, 기후변화 문제가 환경 파괴를 넘어 인류의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으로 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기존 화석 연류를 사용하면 구시대적 산업이 되는 것입니다.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현재

우리 정부가 원자력에 관해 잠시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지만, 원자력 에너지는 안전하게만 관리하면 가장 청정한 에너지로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 에너지 전력의 30% 이상을 기대고 있는데 갑자기 없앨 수 없는 것입니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문제에 대해 무심하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까지도 무심해선 안 되는 것이지요. 글로벌 시대에 선진국들이 미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은 비단 윤리나 가치 규범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새로운 시장과 기술 지평을 열수 있는 나라는 경제적 패권과 부도 얻을 뿐 아니라 세계 질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는 정유업이나 자동차 업계 등 기존 산업에 안주해왔던 유권자들과 지지층을 십분 의식한 결정으로 보입니다만, 미국 캘리포니아주 같은 곳을 가보면 신재생 에너지와 녹색성장을 위해 IT 기업들이 밤잠을 안자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리 그래도 시대는 21세기 중반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글로벌한 관점에서 한반도나 동북아에만 갇혀 있지 말고 넓은 시각으로 한미동맹을 끌어와야 합니다.

세계가 지금 어떤 것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지 명분과 실리를 잘 따져서 현명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전임 정부가 했다고 차별하고 무시하기보다 기존 콘텐츠에 발전된 내용을 첨가하거나 새로운 이름을 붙여서라도 대한민국에 필요하고 한미동맹에 도움이 되고 우리 미래에 큰 기회가 된다면 자신 있게 받아들이고 추진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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