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한국의 친구인가?
미국은 한국의 친구인가?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7.06.1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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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0일, 미국의 유력한 온라인 매체인 허핑턴 포스트에는 ‘한국은 정말로 미국의 친구가 되기를 원할까?’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 더그 밴도우 케이토 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기고자 더그 밴도우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특보를 역임한 바 있으며, 현재 케이토연구소의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인계철선: 변화하는 세계 속의 한국과 미국의 외교정책>이 있다.

먼저 칼럼은 대한민국이 자신의 적인 북한에 대해 경제와 산업기술 차원에서 압도해 왔으며 외교적으로도 북한에 비할 바 없이 넓은 국제관계를 맺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러한 한국은 북한에 대해 충분히 자신을 방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더그 밴도우 연구원은 “한국이 자신의 방어를 워싱턴에 의존하기를 선호하는데, 미국 정부가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려 한다면 왜 한국이 자신의 방위비를 굳이 지출하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한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미국이 지상군이든 공군이든 심지어 핵이든 필요한 모든 것을 한국 방어에 자기 비용으로 지출하는 것은 ‘흡족한 거래’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칼럼은 “그러나 워싱턴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안보자산을 늘리면 늘릴수록, 한국인들은 친구라는 미국으로부터 잊혀져 가며, 한국의 방위가 도대체 누구의 이해관계인지” 확실하지 않게 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칼럼은 그러한 상황을 NBC뉴스와 인터뷰했던 린지 그레이험 상원의원의 말로 설명한다.

린지 상원의원은 “북한에 대해 군사적 공격에 찬성하느냐”는 앵커의 질문에 “필요하다면 찬성한다”고 대답한 사실을 환기시키며 칼럼은 “하지만 불행하게도 북의 김정은은 미국의 공격을 앉아서 당하고만은 있지 않을 것이며, 즉각 호되게 보복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칼럼은 린지 상원의원이 그러한 점을 인정하며 “북의 반격은 한반도에 나쁜 결과를 안겨 줄 것이며, 중국과 일본에도 나쁜 영향을 주며 결국 한국에게도 나쁜 결과를 주는 것이어서 결국 북한은 끝장이 날 것”이라고 말한 점을 상기시킨다.

한국을 방위한다는 미국, 북한 선제공격?

칼럼은 “그러나 결과는 미국에게는 별 것이 아니(No Big Deal)”라는 워싱턴의 생각을 드러낸다. 린지 상원의원이 “전쟁은 여기 미국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며, 그곳(한반도)에서 끝나기 때문”이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더그 밴도우 연구원은 “그것이 한국에게는 작은 위안이 된다는 것”이라며 비웃는다. 한국의 방위를 지킨다는 미국이 결국 북한을 끝내기 위해 한국을 잿더미로 만들 수 있다는 것에 한국인들이 동의할 수 있겠느냐는 반문이다.

칼럼은 이어서 “서울은 한국의 정치와 산업, 그리고 문화의 중심”이며 “서울과 인천의 경인지역은 한국 인구의 약 절반을 수용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러한 한국의 심장이 북한의 장사포와 스커드미사일, 그리고 생화학무기와 심지어는 핵미사일의 가시권 안에 있다는 점을 들어 한국으로서는 전쟁은 파멸적일 수 밖에 없으며 “한국의 경제적 피해는 즉각 중국과 일본을 시련으로 이끌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렇다면 방법은 무엇일까. 칼럼은 “김정은은 사악하기는 해도 자멸을 초래할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다”며 “그가 원하는 것은 미국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미국으로부터 공격받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미국이 자국의 영토가 아닌 한국에서, 그것도 한국인들의 의지에 의한 전쟁이 아니라 미국의 의지로 전쟁을 치르겠다고 하면 한국인들로서는 심각한 상황이 된다는 점을 칼럼은 지적한다. 칼럼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ICBM에 대해 ‘매우 매우 중요한 갈등’이라고 언급한 점을 지적하며 한미 FTA에 대해서는 ‘지독한 협상’임을 들어 이를 폐지하고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새로운 협상을 제시하려 하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 한국은 한미 FTA 취소에 대해 미국보다는 중국이나 일본과 교역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무엇보다 칼럼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해 10억 달러의 가치가 있으며 한국이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했던 점을 비판하는 대목이다. 칼럼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결국 한미 방위비 분담에서 한국이 져야 할 부담을 상기시키려 한 정치적 제스처임을 한국 정부로 하여금 인식시켰다고 분석한다. 문제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대응전략을 중국, 일본과는 협의하면서도 한국은 제외시켰다’는 점이라는 것.

미국, 한국에 동맹관계 회의 시그널 보내

이러한 태도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한국 방위에 제값을 받기까지는 한미동맹의 옹호자가 아니라는 점을 드러내는 것임을 뜻한다고 칼럼은 분석한다. 그렇다면 미국은 한국에 방위비 청구서를 내밀면서도 한반도 전체에 파국을 불러올 수 있는 북한 처리 문제를 한국과 협의하지 않는 행위에 한국인들로부터 동의를 받을 수 있을까. 칼럼은 이 문제를 화두로 제시하고 있다. 칼럼은 다음과 같은 주장으로 끝맺는다.

“한국이 미국의 방위에 의존해서 얻는 이익은 명백하다. 그런데 이제 그 비용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로 확실해져가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치하에서 한반도 전쟁이 일어난다면 한국은 동맹의 비용을 따져보려 할 것이고 한국인들은 미국이 정말 친구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 테드 게일런 카펜터, 더그 밴도우 지음. 유종근 옮김. 창해. 2007

▲ 테드 게일런 카펜터, 더그 밴도우 지음. 유종근 옮김. 창해.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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