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정말 좋아지고 있나?
한국경제 정말 좋아지고 있나?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7.06.2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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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7~2021 중기경제전망 보고서

최근 주식, 부동산 활황은 글로벌 공급조정에서 온 유동성 장세.  하반기 넘어서면 거품 꺼질 것. 한국은 보다 구조적 문제 직면하고 있어.

최근 부동산과 주가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이면서 우리 경제가 바닥을 치고 상승하는 국면이 아니냐는 장밋빛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 정부 출범 후 나타나고 있는 증시 랠리 현상은 전 세계 경기 호전과 자산 가격 상승 동조화 분위기 속에 새 정부에 대한 시장 지지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비슷한 관점에서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불안 정국이 해소되면서 경제의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그동안 응축된 소비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기도 한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LG경제연구원이 ‘2017-2021 중기경제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와 우리 경제의 중기적 전망을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LG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분명히 최근 세계 경기는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이에 따르는 경기 반등은 수요확대보다는 공급조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분석됐다.

▲ 부동산 청약 열풍이 수도권 재개발 단지들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중동에서 감산으로 유가가 상승하고 중국의 과잉공급 능력 조정으로 철강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디플레 우려와 개도국 위기 리스크가 줄어들었다는 것. 이와 함께 미국에서 재고조정이 마무리되고 내구재 소비 사이클이 상승국면으로 돌아서는 등 경기순환적 측면에서의 회복 흐름도 나타났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결국 우리 경제의 주식과 부동산 호황도 이러한 국면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암시한다.

LG경제연구원은 세계 경기의 하향추세가 일단 멈췄지만 하반기부터는 반등의 힘이 점차 약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인상, 내구재 소비 둔화 등으로 미국의 성장 활력이 낮아지면서 지속적인 수요확대를 견인할 힘이 크지 않다는 것이 원인. 이에 따라 유가상승이 멈추면서 개도국의 경기회복세도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기적으로 세계 경기는 3% 내외의 부진한 성장 흐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고령화와 핵심 생산연령인구 둔화로 수요 활력이 약해지고 노동부족에 따른 생산차질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고령화는 보건의료 등 노동집약적인 서비스 소비를 늘려 인력 부족 현상을 가중시킬 것으로 전망됐다. 인공지능, 로봇 등 노동제약을 극복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들이 세계 경제 성장세를 높이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도 내놓았다. 무엇보다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서 국가간 분업이 약화될 것이라는 점이 성장 제약요인이라고 LG경제연구원은 분석했다.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부터 세계 경기의 상승 활력이 둔화되는 가운데 미국의 무역제재 및 중국의 사드 보복 등 통상환경 악화 역시 지속적으로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 상승,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주택 수요가 둔화되면서 신규 분양 및 착공이 위축될 것이라는 점도 하반기 경기에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기적으로 수출주도 성장 어려워

LG경제연구원의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 하향 추세는 탈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한 예상의 근거는 최근 세계 교역이 회복되고 있지만 유가상승 등에 따른 일시적 반등의 의미가 크며 추세적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

아직 제조업 수요회복을 이끌 만한 제품이나 산업 부문이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세계적으로 고령화에 따른 서비스 중심의 수요확대 추세가 강화되면서 제조업 성장세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더욱이 미국과 중국 등 세계 경기를 주도하는 국가들이 자국생산을 강조하면서 글로벌 임밸런스(국가간 무역불균형)가 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세계 경제가 교역을 통해 성장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제기된다.

이러한 전망은 중국의 지속적인 도전에 대응해야 하는 우리 경제로서는 힘든 상황이다.

여러 산업연구 기관들의 공통된 전망은 우리 기업과 중국 기업과의 기술력 격차가 계속 축소되는 가운데 앞으로 수요가 확대될 첨단 산업 분야에서는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LG경제연구원의 보고서도 같은 관점이어서 최근 주요 산업 부문에서 우리나라와 중국의 기술력 격차는 1년 이내로 좁혀졌다는 분석을 인용했다. 반면 혁신역량 지수나 글로벌기업의 영업이익률 측면에서 ‘우리나라와 선진국의 차이는 점차 커지는 모습’이어서 우려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거대한 내수시장과 적극적인 정부 지원을 배경으로 향후 중국 기업들은 우리 산업을 잠식해갈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선진국 기업들이 원천기술력과 자본력의 강점을 최대한 이용해 첨단산업 분야의 기술을 선점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앞으로 ‘중국과 선진국 기업 사이에서 우리 기업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우려가 크다’는 점이 우려된다. 규모는 줄어들겠지만 경상흑자가 지속되면서 원화가 절상압력을 받는 점도 가격 경쟁력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1970년대 이후 수출이 성장을 이끌면서 선진국에 진입했지만 당분간 수출주도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이다.

생산가능인구 감소 영향 본격화

문제는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 감소의 추세다.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선다. 이 문제에 대해 보고서는 올해는 1만 명 이내의 소폭 감소이지만 2020년부터는 연간 20만 명 이상 줄어들면서 감소폭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겪은 나라들은 성장세가 급락하거나 경제위기를 맞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 지적된다.

보고서는 일본의 경제활동인구 감소가 장기침체기간 중 발생해 불황을 장기화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점을 든다. 남유럽의 재정위기 발생기간도 생산가능인구 감소 기간과 일치해 생산인력 감소가 조세수입을 떨어뜨리고 재정지출을 확대시킨 요인이 되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단기간 내 위기 발생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생산가능인구 감소 속도가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빨라 ‘중장기적인 성장세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것.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 감소 속도는 일본, 독일보다 빠르며 체제 변환기 대규모 인력 유출로 인구가 감소했던 동유럽과 맞먹는 수준이다. 향후 5년 30~40대 인구는 지난해보다 7%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2020년부터는 20대 청년층 인구 감소도 가속될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이처럼 20~40대 인구 감소가 장기적으로 계속되면서 내구재 등의 소비 활력을 떨어뜨리고 주택건설 투자를 제약하는 요인이 된다. 낮아진 가계소비 성향 역시 단기간 내 개선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 점에 대해 LG경제연구원의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소비 성향이 급락한 것은 장기 성장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노후 대비를 위해 가계부문이 저축을 늘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연금 고갈 우려로 공공연금의 노후 보장 역할을 확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소비성향이 다시 회복되기보다는 낮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건설투자 역시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줄어들면서 성장 활력을 떨어뜨리는 부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세 저하, 금리 상승으로 주택경기 둔화

이번 LG경제연구원의 중장기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역시 부동산경기 부문이다. 보고서는 2015년 이후 우리 경제 성장세가 2%대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건설투자는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면서 급격한 경제위축을 막는 역할을 한 바 있음을 지적했다.

지난 2년간 급격하게 늘었던 분양 물량을 바탕으로 주택투자가 이어지면서 올해에도 건설투자는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 이후 건설투자 활력은 점차 낮아질 전망이다.

수도권 주택가격은 여전히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대구, 경상도 등 일부 지방에서는 주택가격의 하락세가 4개월 이어지고 있음을 보고서는 지적했다. 그렇다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침체된 주택 경기는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보고서는 최근 주택 경기의 둔화는 주택공급이 단기간 내 크게 늘면서 공급과잉 우려가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11~2013년 3년간 평균 21.5만 호씩만 공급되었다가 2014년 이후 지난 3년 동안에는 연평균 29.4만 호로 늘었으며 올해와 내년에는 36만호, 42만호에 이를 것으로 조사되었다. 빠른 공급증가로 주택 실수요가 충족되면서 주택 임대가격이 하락하고 있었다는 것.

여기에 가계부채의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규제 강화도 주택수요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중기적으로 보더라도 경제성장세가 저하되면서 미래소득 전망이 어두워지는 가운데 주택 보유 비용이라고할 수 있는 금리는 오르면서 주택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보고서는 시중금리 1%p 상승 시 가계의 주택구입능력은 약 5~6%p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하며 고령화로 주력 주택 구입 연령인 30~40대 인구가 감소하는 점도 중기적으로 주택 건설투자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짚었다. LG경제연구원의 보고서는 성장 흐름과 함께 예상되는 국내외 경제의 중기적인 주요 변화들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고령화로 노동집약적 서비스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생산가능인구가 둔화되면서 세계적으로 노동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하겠지만 향후 5년 내에는 노동력이 부족해지는 속도가 더 빠를 것으로 보인다. 첨단 산업 등 젊은 층의 노동력이 필요한 직종에서 인력난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제까지 글로벌화 과정에서 하향 흐름을 보이던 노동소득 분배율도 다소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강대국 주도의 자국 이기주의가 확산될 전망이다. 강력한 리더십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지도자들의 권력이 강화되고 큰 정부를 지향하는 정부개입주의적 정책이 강조되는 분위기다. 미국이 주도하는 보호무역주의 흐름은 트럼프 정부 집권 시기 중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수출주도 성장이 멈춘 개도국 역시 내수확대를 위해 통상규제를 강화할 우려가 있다. 미래 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산업육성 정책 경쟁도 심해지면서 우리나라에 중요한 위협요인이 될 전망이다. 한편 통화정책의 효과가 약화되면서 재정정책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풀어놓았던 유동성을 회수하는 과정이 지속될 것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유로존도 통화완화에서 통화긴축으로 선회하면서 국제금리는 전반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다만 전반적인 세계경기의 부진이 예상되고 일본과 중국은 통화완화 정책을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여 금리 인상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역시 국제금리 상승의 영향을 받아 시중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비우량 기업들의 자금 조달 사정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넷째, 글로벌 유동성 회수 과정에서 향후 5년 내 국내외적인 위기 발생 우려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2000년대 경제위기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 집중되었다면 향후 위기는 개도국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다. 우선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글로벌 투자자금의 선진국 회귀로 인해 취약 개도국의 외환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기업 구조조정 지연으로 부채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중국에서도 기업도산과 외국자본 이탈 등에 따른 금융위기 리스크가 남아 있다. 유로존에서는 중기적으로 통합의 힘이 약화되는 점이 그리스의 부채위기나 이탈리아의 은행위기 리스크를 심화시킬 수 있다. 국내적으로는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둔화되는 과정에서 부실화되는 한계 가구가 늘어나고 원금상환부담 증가로 소비가 감소하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 북핵 문제의 향방도 매우 불확실해 중기적으로 수요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섯째, 대부분 국가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지역별 명암이 뚜렷해질 전망이다. 선진국 중에서는 미국이 상대적으로 젊은 인구와 기업들의 높은 혁신 역량 등을 바탕으로 선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유럽과 일본은 기업경쟁력 제고도 기대하기 어려워 저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개도국 중에서는 모디 총리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개혁정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도의 성장세가 기대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생산지로서의 매력도 저하, 인구 고령화, 부채 문제 등으로, 러시아와 브라질은 중장기적인 성장 동력 부재로 인해 2000년대 중반의 고성장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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