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7은 북한에게 미국을 이긴 날
7.27은 북한에게 미국을 이긴 날
  • 백요셉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7.07.26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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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훈장을 달고 전우들 모여왔네 / 전승의 기쁨을 안고 전우들 모여왔네

공장과 협동 벌의 그 옛날 병사들이 / 오늘은 군복을 떨쳐입고 모두 모여왔네

7.27 우리의 7.27 승리의 7.27 / 전우여 그날의 우리 노래 함께 부르자

<우리의 7.27>이라는 제목의 북한군가 가사내용이다. 공산국가 특유의 힘찬 박력과 선동성이 다분한 이 군가는 해마다 6.25와 7.27을 맞으며 북한군의 대승을 경축하고 제국주의 미제를 타승한 김일성의 위대함과 인민군 전사들의 위용을 노래하는 군가 메들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올해 7월 27일은 정전협정체결 64주년이 되는 날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의 포성이 멎은 지 64년이 흘렀다. 북한에서 7.27은 <조국해방전쟁 승리기념일>로 불리며 국가 공휴일로도 제정되어있다.

▲ 지난 25일 '전승절'(조국해방전쟁승리의 날) 64주년을 앞두고 북한 육군, 해군, 항공 및 반항공군(공군) 결의대회가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북한은 1996년부터 정전협정 체결일을 '전승절'로 제정해 기념하고 있다. / 연합

북한은 지난 25일 평양시내에 위치한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탑 교양마당’에서 ‘조국해방전쟁승리 64돌 경축 인민군 육해공군 장병들의 결의대회’를 진행했다고 26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행사에서 박영식 인민무력상은 “적(미국과 남한)들이 오판하면 사전통고 없이 핵 선제타격을 가하겠다”고 한국과 미국을 위협하기도 했다.

해마다 이맘때면 열리는 이 행사는 6.25전쟁을 승리에로 이끈 김일성의 위대함과 그의 뒤를 이은 김정일의 강력한 선군통치, 그리고 김정은의 핵보유 등을 찬양하고 김정은 두리에 굳게 뭉쳐 공화국을 사수하자는 취지로 진행되고 있다.

군뿐만 아니라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등 사회단체들과 전국각지의 공장, 기업소 농장, 학교 등에서 '조국해방전쟁 승리 64돌 경축' 관제행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린다. 정전협정 40돌이 되는 1993년 7월 26일에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까지 벌릴 정도로 7.27 정전협정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북한이다.

북한이 이렇듯 7.27에 그 의미를 과잉부여하고 있는 데는 6.25 전쟁에 대한 왜곡된 정의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에서는 6.25 전쟁을 ‘미제국주의를 등에 업고 남조선 이승만 괴뢰도당이 일으킨 북침전쟁’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유치원에서부터 시작해 북한의 모든 학교들에서 그렇게 교육하고 있다.

▲ 지난 25일 '전승절'(조국해방전쟁승리의 날) 64주년을 앞두고 북한 육군, 해군, 항공 및 반항공군(공군) 결의대회가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 연합

북한은 유치원에서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전국의 모든 공장 기업소, 농장, 마을 등에 6월 25일부터 7월 27일까지 이른바 ‘반미공동투쟁기간’이란 것을 설정해 놓고 이 기간 동안 주민들을 대상으로 반미사상교양을 집중적으로 진행한다.

‘조선중앙텔레비전’에서는 이 기간 동안 다부작(多部作)으로 된 전쟁다큐 ‘조국해방전쟁’을 반복 방영하고 ‘명령-027호’, ‘월미도’, ‘민족과 운명’, ‘전초선’ 등 반미·전쟁관련 영화들을 내보낸다. 그 기간 동안에는 TV 프로그램 대부분이 전쟁 및 반미관련 내용들 뿐이다.

특히 최근에는 과거 <2.16> 이라는 김정일 생일 숫자로 시작된 노동당 간부들의 개인차량 넘버를 전부 <7.27>로 바꿨다고 전 북한군 8.15 훈련소 중위 출신 김정아 통일맘 대표가 증언했다.

현재 남한 육군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그의 증언에 따르면 기존에는 당 중앙 간부들에게 ‘영광’, ‘붉은별’, ‘락원’ 등 과 같은 고급담배를 지급했었지만 김정은 정권 들어 7.27표 담배가 등장해 당 간부들에게 지급되고 있으며 ‘이 담배를 피우면서 간부들이 전쟁에 대비하라’는 특별지시까지 있었다고 한다.

또한 미국이 북한과의 전쟁에 지쳐 핵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1953년 7월 27일 북한군이 일방적으로 승리함으로 인해 미국의 핵 사용계획이 실행되지 못했고 결국 7.27 북한군의 승리는 세계의 핵전쟁 참화를 막을 수 있었다는 황당한 역사왜곡을 버젓이 교육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친애하는 동포형제자매들, 영웅적 조선인민군 장병들과 남녀빨찌산들, 용감한 중국인민지원군 장병들, 친애하는 동지들, 지난 7월 27일 10시에 판문점에서는 조선인민군과 중국인민지원군 대표들을 일방으로 하고 미제국주의자들을 위수로 한 무력침공군 대표들을 타방으로 하여 정전협정이 체결되었습니다. 조선에서 정전의 달성은 외래제국주의 련합세력을 타승하고 미제국주의 리승만 매국도당들을 반대하여 자유와 독립을 수호하여 우리 조국 인민이 3년간에 걸친 영웅적 투쟁의 결과이며 우리나라와 우리 인민이 쟁취한 위대한 력사적 승리입니다.” 1953년 7월 정전협정이 체결 된 이후 김일성이 전쟁승리를 자축하는 이른바 ‘전승열병식’에서 한 연설내용이다.

북한주민들 대다수는 이렇게 6.25가 북침전쟁이었으며 7.27은 북한군의 일방적 승리로, 6.25 전쟁은 남조선을 해방하고 미제국주의자들의 내리막길의 시초를 열어놓은 정의의 전쟁으로 알고 있다.

▲ 북한의 대남선전 포스터

하지만 외부정보가 차단된 북한도 아닌 남한사회의 일부에서까지 6.25에 대한 북한의 황당 주장에 동조하고 있는 현상이 아이러닉하다. 1990년대 초 스탈린-김일성의 남침 합의각서가 공개되고 북한의 남침을 뒷받침 하는 6.25 관련 중국공산당 내부문서들이 비밀해제 되면서 6.25가 남침인가 북침인가의 역사적 논쟁은 확실히 종결되었다.

2010년 8월 4일 KBS 라디오 <열린토론>에서 옛 통진당의 이정희 대표는 한국전쟁이 남침인지 북침인지 묻는 질문에 ‘그 문제는 역사적인 논쟁이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또한 2001년 6월, 이수호 전 <전교조>위원장이 펴낸 통일교육 지침서인 <이 겨레 살리는 통일>에는 “해마다 6.25가 되면 한국전쟁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전교조 교사들은 매우 당혹스럽다. ‘6.25전쟁의 원인은 남한 정부’에 있으며 ... 이 모든 전쟁들은 외세에 의한 민족분단을 극복하려는 정당한 전쟁이었다. 북에 대한 경계심을 버려라. 경계심은 민족애를 허문다. 북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라는 기존의 안보교육은 민족애와 민족화해 및 통일에 걸림돌이다. 남에서 보낸 간첩은 선(善)이고 북에서 보낸 간첩은 악(惡)이라는 개념으로 보는 것은 분명한 선입견이다”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2013년 6월 인터넷 매체 ‘뉴데일리’가 폭로했다.

▲ 지난 26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원불교 성주성지 대각전 앞마당에서 열린 사드 반대 집회에서 주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

사드가 들어오고 있는 경북 성주에서는 26일 원불교, 개신교, 천도교, 천주교 종단이 ‘사드반대 범종교인 평화기도회’라는 행사가 열렸다. 이들은 "64년간 지속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돌리기 위해 종교인 연합 평화기도회를 열게 되었다“면서 ”(한미의) 사드배치는 한반도 전쟁위기를 고조시키고 평화를 깨뜨르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실현이 필요하다"고 했고 주장했다. 6.25 전쟁의 주범들에 대한 규탄과 북한의 사과와 반성을 촉구하는 한마디 말도 없다. 이들에게는 아직도 전쟁의 주범은 북한이 아니라 남한과 미국이라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북한은 지금도 핵·미사일 시험을 계속하면서 한편으로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남한에서 주한미군을 쫒아내어 우리민족끼리 자주적인 연방제 평화통일을 이룩하자'고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이에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남한의 서울 광화문에서는 1980년대 유행했던 “양키고홈” 구호가 또다시 울려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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