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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인민위원회 공화국인가?

위원회 남발하는 문재인 정부는 비효율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l승인2017.09.05l수정2017.09.0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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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문재인 정부 100일 동안 벌어진 일들 가운데는 자고 일어나면 등장하는 위원회들이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일자리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탈원전을 선언하면서 여론의 반대에 부딪히자 ‘신고리원전공론위원회’를 만들어서 결정을 맡기겠다고 했다.

그러던 문 대통령은 부자증세에 대한 비판이 일자 이번에는 ‘조세공론화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말많고 탈많았던 세월호특조위원회는 올해 안에 2기를 연장해서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더 정밀하게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문이 든다. 도대체 문재인 정부는 왜 그렇게 위원회를 좋아하는 것일까.

먼저 문재인 정부에서 야심차게 추진한 일자리위원회는 도대체 그 성격이 불분명해서 이 조직이 정부의 행정위원회인지, 아니면 독립 행정기관인지, 대통령 자문위원회인지 구별이 쉽지 않다. 더구나 대통령직속 위원회라는 그 위상과는 달리, ‘중기(中機) 일자리위원회’니 ‘산림청 일자리위원회’니 하는 방식으로 마치 북한의 천리마운동이나 혁명소조운동처럼 기업들을 윽박지르고 있어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일자리위원회, 기업인들로부터 면박

실제로 지난 8월 16일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서 열린 ‘청년일자리 선도기업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중소기업들의 일자리 창출 협력 요청의 발언을 했다가 기업인들로부터 쓴 소리를 들어야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노학명 티맥스소프트 대표는 “기업은 사업이 잘되면 알아서 고용을 창출한다.

사업 환경을 조성해달라”고 면박에 가까운 의견을 개진했고 중견 IT기업 연우의 기중현 대표는 “기술 인프라 구축 등 큰 틀에서 일자리 정책을 챙겨달라”고 주문했다. 기 대표는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으로선 급여가 얼마든 우수한 설계 엔지니어를 찾고 싶다”며 “정부가 우수한 설계 분야 엔지니어를 배출하는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탈원전 정책을 급작스레 꺼내들었다가 반발 여론에 부딪힌 문재인 정부는 ‘신고리원전공론화위원회’를 설치해 100일 동안 여론 수렴을 한 후 그 결정을 맡기겠다고 했지만, 정작 원전공론위원회는 국민적 반대 여론을 의식해 위원회는 공론 결과를 정부에 건의하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한정했다.

당연히 탈원전 정책결정 책임을 정부와 위원회 간에 서로 떠넘긴다는 비판이 일었다. 한편 문재인 정부가 올해 안에 2기 연장을 약속한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의 경우, 심각한 정치적 편향성이 그동안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이 때문에 세월호특조위는 ‘정치편향특조위’라는 비난을 받았으며 여야가 추천한 위원들 간에 끝없는 갈등과 분란만 이어졌다.

새누리당 추천인사들은 사퇴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고 이석태 위원장과 야당 추천 인사들이 인사와 조사 대상을 독단적으로 처리하는 경향이 강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소모적 정쟁만 벌어졌다.

그러한 세월호특조위는 정작 가장 중요한 세월호 침몰 원인과 구조과정의 문제점, 사후 재발 방안 등에 대한 조사는 소홀히 한 채 수백억 국민 혈세만 낭비했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지만 무엇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일 행적 7시간 조사에 초점을 맞추면서 조사의 최종 목적이 박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폄훼하는 것이라는 불만이 보수진영과 새누리당에 의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문재인 정부에서 회기를 연장하는 세월호특조위는 이번에도 여야가 바뀐 상태에서 정쟁의 무대가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 사회적 일자리 위원회는 기업들의 자유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 연합

정부도 숫자 파악 못한 우후죽순 위원회

한국법제연구원의 나채준 부연구위원은 2014년 발간된 <법제논단>에서 ‘한국은 이미 여러 차례 위원회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많은 위원회가 난립되어 있고, 일부 위원회는 정부 부처를 감독하고 통제할 뿐만 아니라, 부처 내부의 의사결정에까지 깊이 개입하여 행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까지 이르렀다’고 단언하고 있다. 나 연구원의 이러한 지적은 2015년 국회 입법조사처가 <정부위원회의 현황과 보고>라는 제하의 국정감사 보고서의 내용과도 일치한다.

문제는 그 정체와 성격을 알 수 없는 정부의 위원회가 너무나도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먼저 ‘2015년 6월 기준 549개 정부위원회의 총 위원수는 대략 8000명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정부가 발표하는 정부위원회는 설치 근거가 법률과 대통령령인 위원회만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시행규칙 및 행정규칙에 설치 근거를 둔 정부위원회는 몇 개가 설치되어 있는지 알 수 없다’고 기술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부 스스로도 도대체 몇 개의 정부 위원회가 설치되어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정부 위원회가 이미 중구난방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고백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감사 보고서는 ‘행정규칙에 의해 설치된 위원회의 심의 또는 의결이 국민의 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 문제는 대단히 심각하다. 정부의 행정위원회는 독임제(獨任制)라 불리는 행정부처의 독단을 막기 위해 전문가와 민간인이 참여하는 합의제 행정기구라 할 수 있고, 따라서 이러한 행정위원회에서 결정되는 사안들이 국민 일반의 삶의 질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500여개가 넘는, 그것도 파악이 불가능한 조례나 규칙 등으로 만들어진 위원회들의 위원 선정과 의사결정 과정, 그리고 공무원들의 간섭 내지 부당한 영향력을 감시하는 기구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현재 난립되어 있는 각종 행정위원회가 사실상 정부 관료들과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독단적인 행정을 시민 참여라는 이름으로 책임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거나 또는 정치권의 정책 결정 하수인 정도로 전락하는 것이 보통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법제연구원의 나채준 연구원은 “행정위원회의 존립이 정치적 영향을 받아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조직이 개편되거나 폐지되어 담당 공무원의 잦은 이동으로 업무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한다.

또 “행정위원회 대부분이 부처 소속으로 되어 있어 의사결정에 상급기관의 영향력이 개입되는 등 독립성과 자율성에 한계가 있고, 위원회 운영이 위원 중심이 아니라 위원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문제로 인하여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의 장점인 독립성·공정성·객관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일반 부처와 같은 독임제 기관의 특성을 보이고 있는 점도 문제”임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행정위원회가 정치권과 결탁할 경우, ‘위원회정치’라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정부의 그 어떤 기관으로부터도 통제와 감사를 받지 않는 ‘국가인권위원회’를 들 수 있다. 그러한 국가인권위원회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권의 영향으로 민감한 정치적 아젠다들을 생산해 냈다. 그런 국가인권위원회는 행정 부처에 대해 시정 권고를 할 수 있으며 그러한 권고가 강제조항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정치권의 입장이라는 점에서 권고를 받은 행정 담당 관료들은 이행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런 국가인권위는 2017년 1월부터 6월 사이에 국회 개헌안과는 달리 독자적 개헌안을 내면서 헌법에도 없는 ‘성적지향’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헌법 개정안을 냈다. 이는 명백히 동성애의 권리를 합법화하는 것이어서 우리의 선량한 미풍양속에 저해되며 개인의 성적취향을 권리로 인정하게 되면 모든 국민이 여기에 의무를 져야 하는 불합리를 가져온다는 문제로 이슈가 됐다.

 

위원회제도의 본질은 자율적 규제

정부의 위원회제도는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국가의 행정기능이 확대되면서 행정수요가 다양화·전문화되고, 이에 따라 종래의 계층적이고 1인의 독임적 행정조직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사회적·경제적 문제들이 나타남에 따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등장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각종위원회를 설치, 활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이토록 모호한 규정으로 방만한 행정위원회를 시행하는 국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원래 정부의 위원회제도는 미국에서 19세기경 주로 경제 부문에서 자율적인 규제 시행을 위해 처음 등장했다. 그 대표적인 위원회가 바로 FRB라고 불리는 미연방준비위원회다.

이 기구는 미국 경제의 금융질서를 총괄하지만 민간기구다. FRB 의장은 종신제이며 정부 간섭을 받지 않는다. 정부 위원회의 효시국인 미국은 우리처럼 일자리위원회라든지,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와 같은 것을 만들 수 없다. 모든 위원회는 금융이면 금융, 통신이면 통신, 무역이면 무역에 해당하는 법률에 의해 구성되기 때문이고, 그 목적은 자율적 규제이며, 철저히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의무를 갖는다. 우리와 가까운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내각부설치법에 의해 설치된 행정위원회와 각 성(省)과 청(廳)에 자문위원회를 두고 있다.

각 성·청에는 심의회 등 자문 기구가 설치·운영되고 있어서, 중요사항에 관한 조사 심의 및 불복심사와 기타 학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합의에 의하여 처리할 필요가 있는 경우 설치하게 된다. 성 단위기관의 경우 정책자문·심의 등의 필요에 따라 평균 15개 내외의 위원회가 설치·운영되고 있으며 청 단위기관은 집행적 기능이므로 필요에 따라 3~4개 정도 설치되어 있다. 우리처럼 우후죽순식의 위원회를 운영하지 않는다.

우리 정부에서 위원회가 가장 많았던 때는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절이었다. 그 기록을 다시 문재인 정부가 도전하고 있는 셈인데 실제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 만에 신설된 핵심 위원회만 10곳이 넘는다. 문 대통령은 크고 작은 위원회를 20개 안팎으로 신설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문제는 활동이 전무한 위원회가 수두룩하다는 사실이다. 이름만 걸쳐놓고 수당만 받아간다는 비야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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