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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절대권력자인가 꼭두각시인가

백요셉 미래한국 기자l승인2017.10.26l수정2017.10.31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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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요셉 미래한국 기자  yosep2050@naver.com

10월 16일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서울공항(공군 제15전투비행단)에서 열린 ‘서울 국제항공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개막식에 미군의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5A와 미 공군의 주력 스텔스 전투기 F-22랩터 등 미군의 최신예 전투기들이 속속 등장했다.

10월 13일에는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인 미시간호(SSGN 727)가 부산항에 입항했다. 그보다 앞선 10월 7일 미 해군의 최신 공격형 핵추진 잠수함 투산(SSN 770)이 진해항에 입항했었고 지난달 24일에는 ‘죽음의 백조’라고 불리는 미 공군 스텔스 폭격기인 B-1B 랜서가 미군 단독으로 동해상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북한 동해안을 따라 함경북도 앞바다까지 진입하기도 했다.

B-1B 랜서를 위시한 한미 공군은 북한의 노동당 창건 기념일인 10월 10일에 또다시 동부전선의 군사분계선 지역을 근접 비행하면서 가상 공대지 미사일 사격훈련을 가졌다.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한미 해군은 한반도에 추가로 투입된 미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CVN-76)와 함께 동해와 서해에서 동시에 항모강습단 훈련과 한미연합 대특수전부대작전(MCSOF)훈련을 실시했다.

▲ 10월 13일 조선중앙방송은 전날 김정은이 설립 70주년을 맞은 만경대혁명학원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 연합

김정은은 진짜 실권자다?

그동안 미국과 남한을 향해 끊임없는 위협과 원색적 비난의 수위를 높여오던 북한은 지난 9월 15일 북태평양 해상으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를 발사한 이후로 일체의 군사적 행동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한반도에 총출동한 미국의 전략자산 앞에 북한 김정은이 전략적 숨고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다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것으로 예상했던 지난 10월 10일 북한은 조용했다. 국내 언론은 북한의 도발이 아닌 김정은의 체제내부 결속과 당의 친정체제 공고화에 관심을 보였다.

북한은 당 창건기념일을 3일 앞둔 10월 7일 뜬금없이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를 열고 최룡해와 김여정 등 측근 인물들을 당 중앙 핵심 위치에 임명했다. 이에 대해 김정은이 최측근인 최룡해와 친동생인 김여정을 내세워 노동당 실권을 사실상 장악한 것으로 국내 언론은 평가했다.

앞서 9월 28일 KBS는 ‘김정은의 두 얼굴’이라는 스페셜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프로그램 내용 중에는 김정은을 ‘재치 있고, 틀을 깨며, 결단력 있고, 자기 주도적인 혁명가’라고 하거나 ‘폭군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될 저평가된 지도자’ 등 논란의 여지가 충분한 대목들이 방송되어 시청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KBS는 스페셜 프로그램에서 ‘김정은이 착수한 농업개혁이 획기적이어서 시장이 활성화 된 것은 물론 새 경제활동 수단으로서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한다든지 ‘북한의 핵실험으로 또다시 국제사회의 제재가 가해질 경우 과거와 같이 경제가 악화될 수 있고 결국 주민들만 피해를 본다’고 강조하는 등 시청자들로 하여금 은근히 김정은의 권위와 리더십을 인정하고 대북제재를 비판하는 듯한 뉘앙스를 내비쳤다.

적지 않은 국내외 북한전문가들 역시 김정은이 북한 권력의 실세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김정은은 북한의 실권자인가.북한의 고위층을 경험한 탈북 전문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2013년 자신의 고모부 장성택을 역적으로 몰아 전 국민 앞에서 숙청할 때 자포자기한 얼굴로 주석단에 앉아 있던 김정은의 안색을 보면 과연 그가 무서운 독재자인가 의문스럽지 않을 수 없다.

조직지도부는 노동당 최고 권력 부서로 ‘당 속의 당’

올해 1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한의 변화와 한반도 통일을 위한 국회의 역할 좌담회’에 참석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는 “북한을 실제로 조종하는 실세가 따로 있다”면서 “많은 사람들은 김정은, 황병서, 최룡해, 김영남, 이런 노동신문에 공개된 라인만 보고 평가하고 있는데 실제 힘이 있느냐 없느냐는 국가 서열 몇 번째냐가 아니다”고 말했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태 전 공사는 ‘외부적으로 보이지 않는 북한의 권력 중심은 노동당 조직지도부’라면서 북한의 공안기관을 지휘하며 당·정·군에 대한 인사·검열권을 가지고 있는 노동당 조직지도부 핵심 간부들인 조연준, 조용원, 박태성 등 3명을 북한판 ‘비선 실세’로 지목했다.

또한 태 전 공사는 “조직지도부 부부장·과장들이 북한 사회 전반을 통제, 운영하고 실제로 뒤에서 조종하고 목 치는(숙청하는) 이런 사람들은 언론에 나오지 않는다”면서 “최룡해·황병서 같은 사람들을 다 제거해도 북한은 정상적으로 간다”고도 했다.

올해 4월 말 출판된 <수령연기자 김정은>이라는 책에서도 역시 북한 권력의 비선실세에 대해 다루고 있다. 북한에서 평양음악무용대학을 졸업하고 조선중앙방송위원회 기자를 거쳐 중앙당 통일전선부 부원으로 있다가 탈북한 장진성 뉴포커스 대표가 펴낸 이 책의 내용은 태 전 공사의 증언과 대부분 일치한다.

장진성 대표 역시 북한의 핵심 권력은 김정은이 아니라 ‘조선노동당 조직지도부’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책에서 “북한 3대세습의 비밀은 당 조직지도부에 있다”면서 이는 “당 조직지도부가 수령주의 이념을 행위 시스템으로 구체화한 권력집단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30대 초반의 김정은은 절대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며, 그래서 분명 그의 뒤에 수령의 마법을 만들어내는 풍부한 경험을 가진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이 장 대표의 설명이다.

장 대표는 그 숨은 세력의 뿌리를 김정일 후계체제 완성의 역사적 과정으로 보고 있다. 장 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지리적으로 중소 국경 틈새에 끼어 있는데다가 8·15 해방의 주역인 구소련과 6·25 전쟁의 참전국인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까지 가세되어 양대 계파의 충돌이 잦았던 1950~60년대 북한은 1968년 내각부수상 겸 군 최고수뇌였던 김창봉 민족보위상이 무력 쿠데타를 시도했을 정도로 수령 세습은 꿈도 꾸지 못할 상황이었지만 김창봉 제거를 통해 김일성은 비로소 유일 절대권력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처음부터 후계자가 아니었던 김정일. 하지만 후계자의 야망을 가진 그에게는 김일성의 1인 권력과 함께 커진 ‘김성애파’라는 거대한 권력 장벽을 넘어야만 하는 시련이 있었다고 한다.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공부할 때까지만 해도 김정일은 장남이라는 태생적 지위만 가지고 있었을 뿐 주변에서는 모두 김성애와 김평일에게 줄을 서는 형편이었다.

빨치산 출신의 김정숙과 달리 김일성의 후처 김성애는 훤칠한 키에 출중한 미모, 차분한 성격으로 국모로서의 조건이 충분했다. 거기에다가 김성애의 오빠인 김성갑은 내각 부수상으로서 김일성 친인척 정치의 핵심 주역이었다.

특히 그때에는 다른 특권층들도 ‘빨치산 장군’으로 불릴 만큼 위세가 대단했는데 생모가 없는 김정일 보다 김평일의 친구들이 더 많았고 그 과정에 빨치산 특권층 후배들과의 좋지 않은 기억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김정일은 권력을 잡은 후 자신의 세습정치 정화 차원에서 동시대의 기억을 갖고 있던 빨치산 특권층 자녀들 대부분을 권력에서 지워버렸다.

김정일은 먼저 북한 권력의 사령탑인 당 조직지도부를 순수 자신의 동창들인 김일성종합대학 동기들로만 채워나갔고 빨치산 출신 자녀들은 아예 당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내부인사원칙으로 못 박았다.

기존의 아버지 세대가 아닌 자기 세대의 소규모 집결력에 의존한 김정일은 문화예술부 권력을 최대한 이용했다는데 그 첫 시동으로 김일성 신격화와 빨치산 출신 권력가들에 대한 우상화를 주도한 것이다.

1966년 중국에서 시작된 문화대혁명을 벤치마킹 한 북한판 문화대혁명인 ‘3대혁명 소조운동’ 총 지휘로 김정일은 북한의 말단 권력으로부터 치고 올라가며 야금야금 권력의 중앙부까지 파고들었다.

결국 김정일이 3대혁명 소조운동으로 후계 지위가 정상화된 1970년대 말부터는 김평일을 지지했던 빨치산 출신 간부들과 그 자녀들이 권력의 자리에서 하나 둘 밀려났고 심지어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간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김평일은 평생 추방이나 다름없는 외국생활을 해야 했고 김성애 역시 초대소에서 고독하게 홀로 갇혀 살아야 했으며 김성애의 오빠 김성갑은 술에 빠져 살다가 간암으로 사망했다.

김일성이 당 총비서인데도 그 직계가족에게 가해진 그 모든 불행은 김정일이 차근차근 닦아놓은 ‘당 조직지도부’가 ‘수령유일지도체제를 위한 곁가지 청산’이라는 명분과 원칙을 내세워 강행한 권력 조치들이었다.

어쩌면 김정은 시대 들어 속전속결로 마무리된 장성택 처형은 김정일이 생전에 만들어 놓은 ‘악마의 기계’인 ‘당 조직지도부’와 그 기계의 동력인 ‘수령유일지도체제를 위한 곁가지 청산’이라는 무지막지한 분쇄기 안에서 일어난 필연적 현상이었을 것이다.

아버지 김일성을 신격화 하면서 자신의 정적 숙청을 그 신격화의 명분으로 삼은 김정일은 공화국 헌법 위에 수령의 신격화를 올려놓고 무시무시한 숙청정치를 본격화 했는데, 1978년에는 당 권력 안에 국가안전보위부를 소속시켰다.

당 조직지도부가 국가안전보위부 지휘 권한을 가진 명분은 3대혁명소조 지도원칙인 수령 유일지도체제 확립을 위해서라는 것, 또한 일가친척까지 피해가 불가피한 3대멸족, 연좌제 적용 대상에 대한 당 차원의 판단과 유일적 결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고 한다.

장 대표는 저서에서 ‘현재 김정은 정권에서의 당 조직 지도부 실권자는 김경옥’이라고 주장했다. 김경옥은 김일성종합대학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한 김정일의 동창생이고 그 인연으로 1970년대 3대혁명소조 지도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당 조직지도부에서만 일해 온 인물이라는 것.  김경옥 이전에는 이제강이 당 조직지도부 실권자였으나 그는 2010년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 지난 10월 7일 평양에서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를 개최해 당 중앙위원회와 당 중앙군사위원회 등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개편을 단행했다고 노동신문이 8일 보도했다. 사진은 주석단에서 주먹을 휘두르며 발언하는 김정은의모습./ 연합

당 조직지도부는 수령신격화의 기획사

이렇게 당 조직지도부 권력을 완전히 장악한 김정일은 봉건적 유교 관습의 연장선에서 김일성 신격화를 완벽하게 조작하여 세습정치도 정당화 할 수 있었지만 현재 김정은에게는 그러한 국가적 세습조건이 하나도 없다는 게 장 대표의 주장이다. 김일성의 후광으로 김정일은 자기 존재와 위업을 조작하는 신격화 선전에도 별 무리가 없었고 세습권력 훈련 과정이 매우 길었다.

그 충분한 시간 속에서 권력의 속성을 하나하나 익혀오면서 당 총비서의 상징성을 조작하는 실제적 유일지도체제의 소유자가 될 수 있었지만 김정은은 불행하게도 아버지의 불명예와 실패를 고스란히 떠안은 채 출발했고 권력 행위도 당 조직지도부의 조언에 의존하는 결과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지도자 조건 중 가장 불리한 점으로 장 대표는 ‘북한의 수령 전통인 신격화된 권위주의의 실종’을 집었다. 김정일의 경우 김일성의 업적이 부풀려진 북한의 과거와 연계시켜 자신의 신격화 조작이 가능했지만 지금의 30대 김정은에게는 그 거짓 조작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김정은의 행복한 과거들이 북한 주민들에게는 불행의 추억이기 때문. 결국 현재형의 신격화로 대체할 수밖에 없는데 천안함을 공격하든 연평도를 포격하든 돌아오는 것은 국제사회의 봉쇄와 비난뿐이어서 효과도 별로 신통치 않다는 것이 장 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국가조건이나 지도자 조건보다 더 혹독한 것은 ‘주민 조건’이라고 장 대표는 말한다. 김정일 시대에는 이념가치만 알았던 순진한 주민들이라서 안정된 배급체제로 명령과 복종의 종적 구조만 있었다.

그러한 단면적인 사회구조와 질서 속에서 북한 주민들은 조직연대감에만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었지만 김정은 시대의 주민들은 이념가치가 아닌 물질 가치에 세뇌된 주민들이고 명령과 복종이라는 종적 관행에서 탈선해 수요와 공급이라는 저들만의 시장질서에 합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장 대표는 현재의 북한권력을 바라보는 남한의 인식에 대해 이렇게 충고한다. “북한 정권의 선전을 액면 그대로만 믿고 김정은의 유일지도체제가 완성되었다고 섣불리 단언하는 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꼴이다. 이제는 외부 세계에서 김정은 절대권한의 단면을 입체적으로 봐야 할 때라고 본다.”

어쩌면 김정일은 임종을 앞두고 자신이 생전에 잘 만들어 놓은 ‘당 조직지도부’라는 ‘악마의 세습기계’로 고생할 어린 아들을 걱정하며 눈을 감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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