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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모두 얽힌 ‘과민성 사드 증후군’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중국정치경제학l승인2017.12.07l수정2017.12.0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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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대 교수·중국정치경제학  webmaster@futurekorea.co.kr

한중 양국은 지난 10월 31일, 1년 이상을 지속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갈등을 일단 접고 함께 노력해서 한중 관계를 조속히 정상 궤도로 복귀하도록 추진하기로 합의했다는 사드 관련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 합의 이후 11월 11일 APEC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정상회담이 개최됐고, 이어 13일 아세안+3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와의 회담이 열렸다.

12월 중순에는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해 정상 회담을 열게 되어 있어 본격적인 해빙 무드로 접어든 모양새다. 그 동안 중국의 비공식적 경제 보복에 시달려왔던 한국의 입장에서는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북한의 최대 후견국인 중국과의 갈등 관계를 일단락 짓고 중국과의 정상적 교류, 특히 고위급 교류를 회복해 본격적인 북핵 외교에 나설 수 있는 기초를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한중 양국 간의 해빙 무드를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이번 합의 및 이로 인한 관계 회복 시도는 매우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첨예한 국제문제가 된 북핵 문제는 이미 양자 관계의 범위를 넘어섰다.

이 때문에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 ‘한미동맹’ 관계와는 다를 수밖에 없는 ‘한중 협력’ 관계를 여하히 설정할 것인가가 그 어느 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되었다.

▲ 경북 성주군 사드기지에서 발사대가 하늘을 향하고 있다. / 연합

왜 계속 사드가 문제인가?

사실 사드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갈등의 지속이 상호 발전의 걸림돌이 됨은 양국이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중국 역시 적절한 출구를 찾고 있었으며, 한국 역시 새 정부 출범 이후 새로운 대중 관계 설정이 필요했다.

7월 독일에서의 한중정상회담 이후 양국 관계의 해빙 무드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아세안 안보포럼에서는 가장 민감했던 한중 국방장관회담이 이뤄졌고, 일부 분야에서의 교류 재개가 시작될 조짐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국이 몇 달간의 물밑 작업을 통한 의견 조율을 거쳐 전격적으로 합의문을 발표한 것이다. 양국이 일단 사드를 봉합하고 적어도 이 문제가 다른 분야로 파급되지 않아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서 교류 정상화를 위한 첫 발을 내디뎠음에도 이번 합의가 말 그대로 사드 문제에 대한 봉합(縫合) 또는 봉인(封印)에 그쳐 잠재적 불씨를 그대로 안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를 대변하듯 사드 문제는 더 이상 재론되지 않을 것이라는 청와대의 발표와는 달리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는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사드의 단계적 해결’을 강조한데서도 알 수 있듯이 한중 관계 해빙의 불안정성은 계속 그대로 잠복돼 있다.

대통령 방중을 협의하기 위한 양국 외교장관회담에서도 중국 측은 사드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있으며, 사드 문제에 대한 추가 요구까지 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물론 그동안 결연히 반대했던 사드 배치를 중국이 마치 갑자기 인정하는 모습으로 국내적으로 비쳐지는 것도 경계해야 하는 일이므로 중국 지도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드의 단계적 처리’라는 모호한 언급을 계속하는 것이다.

12월 한중정상회담에서 사드문제 의제화를 바라지 않는 한국 정부의 입장도 아직 관철되지 못한 것으로 봐 한중 관계 회복을 보는 시각에는 여전한 괴리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는 합의문의 보도 태도부터 다르다. 우선, 한국은 양국 간의 ‘합의’를 강조하면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직접 설명에 나선 반면, 중국은 한중 양국 간의 ‘소통’이라면서 외교부 홈페이지에 언론 발표문으로 게재한 데서도 이번 ‘합의’를 보는 인식 차이가 존재한다.

양국 관계의 조속한 정상 복귀라는 총론적 합의는 분명한 것으로 보이지만 내용적 측면에서는 여전히 양국의 입장이 다르다는 의미다. 따라서 향후에도 사드를 둘러싼 몸살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큰 틀의 해빙 무드 속에서 사드 조율은 사드를 일단 덮고 관계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북핵 문제에 관한 심층적 논의를 주제로 삼고자 하는 한국의 입장과는 별개로 여전히 중국과의 사드 조율이 이번 한중정상회담의 새로운 핵심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합의 내용에 있다. 중국의 요구는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만 한국의 입장과 요구는 직접적으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특히 중국은 한국이 ‘중국 측의 사드 문제 관련 입장과 우려를 인식하고 한국에 배치된 사드 체계는 그 본래 배치 목적에 따라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 것으로서 중국의 전략적 안보이익을 해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내용과, 소위 3불(不)로 지칭되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 불 편입, 사드 추가 배치 불가, 한미일 군사 동맹화하지 않는 것’과 관련한 중국 정부의 입장과 우려를 구체적으로 적시함으로써 이 문제를 간과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북핵 고도화와 계속되는 도발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는 ‘한국의 우려’는 어디에도 없으며, 이 때문에 사드를 배치할 수밖에 없었다는 한국의 주장도 실종됐다. 북핵 문제와 사드 배치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중국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다.

결국 북핵이 사드 배치를 촉발하는 원인이라는 한국과, 사드는 중국을 견제 목적의 미국 전략이라는 점에서 근본적 인식 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를 미국의 미사일방어시스템(MD) 편입으로 간주해 미국의 대 중국 포위 체계가 완성으로 인식한다. 이렇게 된다면 사드 배치가 미국과의 군사적 경쟁 구도에서 중국을 열세에 빠지게 할 것이 분명하므로 강력 반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국의 의도는 무엇인가?

1차적인 요인은 중국의 대 한국 사드 압박이 실패한 것과 관련이 있다. 북한의 도발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국은 여론전과 심리전까지 동원하면서 한국을 압박했지만 사드 배치를 철회시키지 못했다. 또 한미 관계의 틈을 벌리려는 중국의 의도와는 달리 한미 관계는 더 공고화되었다.

또 북한의 핵보유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없이 사드 배치가 ‘동북아 전략 균형’을 깨고 중국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않고 한국만 압박하는 모습으로 국제 이미지만 실추되었다. 

게다가 ‘비이성적 경제 보복’으로 한국의 국민감정이 악화되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사드가 주한미군이 움직이는 미국의 무기이기 때문에 한국이 철회 결정을 한다고 철회가 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님도 잘 알고 있다.

중장기적 차원에서는 사드 출구 전략에 고심하던 중국에게 우리 정부의 대중 관계 회복 노력이 일정한 성과를 거둔 점도 있지만 중국 대외전략 조정의 성격도 강하다. 중국공산당 19차 당대회를 통해 확고한 시진핑 체제를 확립한 중국이 지난 5년간 소위 ‘중국의 부상’으로 야기된 주변국과의 갈등을 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전략적으로 한국과 사드 철회 공방을 벌이는 것은 자국 외교전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드 자체는 공격용 무기가 아니므로 중국에 어떠한 위협도 되지 못한다는 것을 중국도 잘 알고 있다.

다만 사드 배치를 미국의 아시아판 나토 구축의 완성으로 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결국 한중 관계 회복 시도는 중국 지도부가 미국과의 동북아 전략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한국과의 갈등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과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계속 강조하듯 종국적으로 사드 철수를 요구하는 중국 정부의 입장은 합의문 내용과 관계없이 크게 변하기 어렵다. 이러한 중국의 입장은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로 중국 당국의 입장을 선전하는 환추(環球)시보도 10월 31일 사설을 통해 이번 합의가 사드가 해결됐다는 의미는 아니라며, 사드가 중국에 위해를 미치지 않도록 통제하면서 한국에서 철수시키는 것이라고 밝힌 데서도 알 수 있다.

또한 양국이 군사 당국 간 채널을 통해 사드 관련 문제에 대해 소통해 나가기로 한 것 역시 사드 문제를 군사 문제로 한 단계 격하시킴으로써 사드가 국가 간 관계로 계속 남아 양국 관계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의 하나다.

이렇게 보면 결국 사드 철수를 한국에 대한 보복이나 압박으로는 관철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과의 관계는 개선하면서 사드 문제는 다른 차원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다. 사드 배치는 계속 반대하면서도 한중 관계 자체는 정상화하고 싶다는 의도다.

전체적으로는 한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북핵 인식과 사드 인식은 변한 게 없다. 따라서 중국은 향후에 군사당국 간 회담을 통해 ‘적절한 처리’와 ‘계속 소통’이라는 명분 하에 지속적으로 사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이러한 생각을 갖고 있다면 지속적으로 ‘북핵’이라는 외부적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양국의 관계 회복 과정 역시 순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대북 입장 변화는 가능한가?

사드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결국 북한의 핵보유 시도와 고도화 그리고 끊임없는 도발 때문에 촉발된 것이다. 문제는 한중 양국이 북한과 북핵에 대해 입장 차이가 크다는 데 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을 꺼리는 것인지 아니면 대북 영향력에 명확한 한계가 존재하는 것인지 불분명하지만 중국이 제재를 통해서는 북핵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음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 중국학자는 미국의 대북 무역 금지, 원유공급 중단 등의 요구에 대해 북한을 무장 해제시켜 중국이 얻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를 반문한다.

물론 중국도 이전과 비교해 대북제재에 적극적인 것은 사실이다. 중국은 지난 11월 17일 시진핑 국가주석의 특사로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북한에 보내 다시 한 번 북핵 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김정은과의 면담에 실패했다. 이는 북핵 동결과 한미 연합군사 훈련을 중단을 요구하는 쌍중단(雙中斷)과 북미평화협정 체결과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를 동시에 진행하자는 쌍궤 병행(雙軌竝行)의 제시로는 더 이상 북한을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

북한 역시 중국이 결코 북한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며, 미국이 아무리 군사 옵션을 강조해도 중국이 있는 한 북한을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지만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군사옵션 포기 등이 관철되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정은의 중국 특사 면담 거부는 미국의 압박과 타협에 대한 거부 그리고 중국의 대북 설득에 대해서도 줄다리기를 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천명한 것과 다름없다. 북한을 설득하지 못하는 정책을 한미에 요구하는 중국의 전략도 수정돼야 한다.

이제 중국도 북핵 문제를 더 이상 북미간의 양자 사안으로 치부하지 말고 이전과는 다른 전략·전술로 북핵에 대한 본질적 접근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 중국도 이제 주동적이지 않으면 북핵 고도화가 촉발하는 장기적 충격을 감내할지도 모르는 기로에 서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중 양국 정상은 11월 11일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했다. 양국 정상은 북핵 해결을 위해 소통과 협력을 한층 강화하고, 안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북핵 문제를 궁극적으로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각급 차원에서 북한 핵과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전략대화’ 강화 등에 합의했다.

그럼에도 중국의 사드 공세는 오히려 강화되는 양상이다. 시진핑 주석은 사드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리커창 총리가 ‘단계적 처리’를 거론한 데 이어 왕이 외교부장은 ‘한국의 행동을 통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우리 외교부는 부인했지만 중국 측은 외교장관 회담에서 기존의 3불(不) 이행에 더해 사드 시스템의 사용을 제한해 중국의 전략 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하는 1한(限)까지 요구하면서 구체적인 이행 조건까지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에 사드 레이더 중국 방향 차단벽 설치, 사드에 대한 기술적 설명, 성주 기지 현지조사 등 세 가지 조치 이행을 요구했다고 한다. 사드는 주한미군의 자산이어서 우리 정부가 현지조사나 차단벽 설치 등을 결정해 추진할 수 없는 사안임을 잘 알고 있는 중국이 ‘내정 간섭’ 이상의 요구를 한 것이 사실이라면 과연 중국이 양국 관계 회복을 원하는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든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핵 공조 강화, 통상 문제 해결 그리고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췄던 트럼프의 한중일 순방에서 중국은 무려 284조 원에 달하는 경협안을 제시해 미국의 예봉을 피했다.

세계적 이슈가 집중돼 있는 동아시아 지역을 둘러싼 미중간의 복잡한 파워 게임에서 한국의 선택지는 좁다. 특히 우리의 최대 관심사이며 생존 문제인 북핵 문제 처리와 관련해 미중은 동아시아 지역의 헤게모니를 두고 북핵을 매개로 치열한 줄다리기를 계속할 것이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이들이 ‘그들만의 리그’로 북핵 문제를 재단하려는 시도다.

이 상황에서 12월 중순 한중정상회담이 열린다. 북핵과 대중 관계를 둘러싼 난관에 봉착해 있는 현 정부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회담일 수밖에 없다. 한국은 일단 미국의 대북 압박 정책에 동조해 북한을 회담장으로 끌어내고자 하나 중국은 이를 한국의 대미 경사로 보면서 매우 경계한다. 여기에 현 정부의 고민이 있다.

일단 북핵에 대한 미중 공조가 어긋나면 미국의 대북 독자제재가 한층 강화될 것이며, 중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국제 제재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며 반발할 것이 자명하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우리의 대북 대응 능력을 크게 약화시킬 소지가 있다.

한중정상회담에서 해야 할 일

한중 양국이 사드 문제로 갈등을 지속한다면 관계 회복 합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서로 상대방의 양보나 태도 변화를 기다리는 것은 시간 낭비가 될 수도 있다. 북한에게 시간만 벌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양국 관계의 양적인 변화를 수치상으로 표출하는 선과 지향적인 방식을 과감히 벗어나서, 대통령이 직접 한국의 안보 현실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전달하고 중국의 최고지도자를 설득하는 회담이 돼야 한다.

양국이 서로에 대한 요구만 하고 있으면 해결될 것이 하나도 없다. 한국도 중국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합리적 기대’로 바꿔야 하지만 중국도 한미에 대한 자기중심적인 ‘막연한 우려’를 ‘합리적 우려’로 수정해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한중정상회담이 양국 관계의 새로운 질적 변화를 도모하는 회담이 되기를 기대한다.

▲ 전 대륙연구소 책임연구원 / 전 북경대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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