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오염된 대한민국 역사교육
정치에 오염된 대한민국 역사교육
  • 곽일천 서울디지텍고등학교 교장
  • 승인 2017.12.2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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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행동하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프랑스 철학자의 말이 생각난다. 현재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국가적 위기는 바로 생각 없이 살아온 우리의 잘못에 대한 결과로 보인다.

이러다 그저 매를 맞고 뉘우치는 정도를 넘어 국가의 정체성이 바뀌어 베트남과 같은 역사적 고난을 맞이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는 국민들이 상당수 있을 정도로 매우 위중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

문제의 근원을 따져보고 이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자성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 없이 그저 이 위기를 지나가도록 기대하는 것은 대안이 아니다. 이 위기의 핵심에는 국가정체성에 대한 교육 부재 및 이에 대한 토의 및 고민 자체가 사라져 버린 교육 현장이 문제다.

▲ 지난 11월 6일 서울 종로구 흥사단에서 역사학 관련 53개 학회가 연 기자회견에서 조법종 우석대 교수가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 연구자에게 지원을 배제한 이른바‘역사학계 블랙리스트’의 진상 규명과 참여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

역사교육의 정치성
 
한 예로 이승만 정부에 대해 정치적 이해에 따라 제멋대로 왜곡하고 은폐하는 일들은 그저 친북 좌파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적 기적을 이루고 보수의 대표적 지도자 중 하나로 여겨지는 박정희 정부 하에서도 건국역사에 대한 올바른 교육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저 잘 살아 보자는 구호 아래 “경제가 내 종교다”라는 박 대통령의 고백 속에 담겨 있는 것처럼 자기 나라의 정체성을 잘 모르는 국민을 배출하는 교육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울러 자신의 정치적 이해에 따라 대한민국의 근간이 되는 건국역사를 제대로 배우게 하려는 기본자세가 없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박정희 정부 하에서 체결된 7·4 남북공동성명에서도 자유민주주의 이념 아래 세워진 대한민국은 보이지 않고 우리 민족끼리의 정신이 지배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김영삼 정부는 취임식에서 이념보다 민족이 우선이라는 말을 아무 거리낌 없이 하며 이를 듣고도 아무 이상한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대다수의 국민을 만든 책임은 교육에 있다. 이러다 보니 지금의 좌파적 정치 압력에 역사교육이 짓밟혀 가는 것이 별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

검인정 교과서에 나타난 친북 좌편향

검인정 한국사 교과서의 친북 좌편향은 단순히 교육 현장의 무개념만은 아니다. 교육 현장이 얼마나 비뚤어진 정치에 오염이 되어 있는지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비뚤어진 역사교육의 균형을 잡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도입된 검인정 교학사 역사 교과서의 경우를 보면 정치오염을 넘어 정치적 암세포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듯 보인다.

균형 잡힌 역사교육을 위한 교학사 교과서 채택학교에 대한 폭력적 외부개입과 이에 대한 무력한 대응 결과는 참담하다 못해 창피할 정도이다. 정치오염에 대응력이 이렇게 없을 정도로 기울어진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다.

최소한의 정의감과 판단력의 상실은 우리 교육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를 해야 할 정도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과 법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국가파괴세력 집단들의 협박에 대응할 정도의 최소한의 양식도 실종된 듯 보이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이와 같이 나약한 교육 현장의 상황에 대응하기 위하여 나타난 것이 국정역사교과서 정책의 도입이다. 이를 둘러싼 많은 논쟁이 있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이 역사교육의 획일화라는 측면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는 완전히 반대되는 주장이다.

획일화는 오히려 친북 좌편향 교과서가 주류를 이루고 다른 역사관의 교과서는 철저히 봉쇄해 버리는 현상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기득권 세력으로 각종 이권화 한 것이 더 큰 획일화 및 독점화이다.

국정역사교과서 정책 도입은 공교육에서 최소한의 대한민국 역사의 필수적인 측면을 포함시키려는 시도이며 획일화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하여 검인정 교과서도 포함한 선택 대상의 한 부분으로 시행되었으며  복수 채택도 가능한 제도였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

외부의 부당한 압력에 대응하지 못하고 이를 함께 대처하지 못하는 변명으로 빈번히 등장하는 이야기가 교육의 정치적 중립 의무 조항이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매우 중요한 법률적 요구이며 사회적 동의가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이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는 다양한 시각과 혼동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자)의 정치적 중립 요구는 정치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거나 정치 사안에 대해 학교현장은 거리를 둬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해석이다. 정치적 중립이란 교육을 정당적 차원의 그리고 선거의 목적 등으로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즉 한국의 정치를 발전시키고 현명한 정치의식을 가지고 올바른 유권자가 되도록 교육하는 일을 교육의 장에서 배제 시킨다면 부패하고 실망스러운 한국의 정치수준을 어떻게 변화 시키고 올바로 정상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국가파괴세력들은 자신들은 매우 편향된 정치구호를 일방적으로 학교 현장에 전하면서 객관적인 국가정체성 교육에 대해서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내세우며 입을 막으려 하고 있다. ‘내로남불’의 대표적 사례이다.

역사교육이 워낙 사회·정치적으로 발전되다 보니 교육계가 거리를 두려고 하는 자세를 취하게 되는 것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이러한 문제에 개입되다 보면 본연의 주임무와는 달리 편향된 일부 언론의 공격과 외부 정치단체의 공격에 시달리게 되다 보니 이를 피하려는 교육현장의 어려움을 이해한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매우 심각하여 교육이 정치를 이끌고 나가도록 사회에 대한 교육기능과 정화기능마저 말살될 지경이 되었다. 아무리 힘의 상태가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교육은 사회적으로 정치를 리드 해 나아가야 국가의 미래가 있다고 하겠다. 흡사 사법부가 정치 상황을 반영한다고 정치적 재판을 한다면 국가의 큰 재앙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교육이 정치의 눈치를 보고 정치 지배 하의 교육을 한다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가는 현 대한민국 사회는 어디서 희망을 찾아야 할 것인가? 따라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편향된 정치 체제를 벗어나 교육자적인 양심과 식견을 가지고 균형 잡힌 역사 인식과 토론을 통해 성숙한 미래 유권자 및 정치인을 키워내는 기능을 보다 더 잘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하고 이의 갈등 구조를 포용하고 가야 할 교육이라면 이를 적극적으로 대처할 교육적 준비와 중심을 잡고 나갈 극복정신, 애국심이 더욱 기대되는 시대 상황이다.

역사교육은 영적, 이념 전쟁이다

이제 바른 역사교육은 단순한 교육적 과제가 아니라 전쟁이다. 그리고 이 전쟁은 눈에 보이는 세력과의 싸움만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과의 싸움임을 정확히 인식할 때 바로 된 전쟁을 치를 수 있다. 사람은 오로지 가슴으로만 올바로 볼 수 있다. 본질적인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It’s only with the heart one can see rightly; what is essential is invisible to the eye. (Antoine de Saint-Exupery’s Little Prince)

역사교육의 논란의 배경에는 2가지 이념 대립의 싸움이 엄연히 존재한다. 이 두 대립되는 이념적 패러다임은 광복 후 대한민국 수립 때부터도 있었으며 이렇게 세월이 지난 시점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 2가지는 자유민주주의 대 사회주의적 국가관이라고 크게 구별된다.

더 나아가서는 이념이 중요하냐 민족이 중요하냐의 대립적 구도이다. 외교적으로는 자유진영을 대표하는 미국과의 동맹이 중요하냐 아니면 친 중국적 외교를 중시하느냐의 대립이다. 평화를 추구하는 것에서도 강력한 국방 능력을 중시하느냐 비군사적인 외교 노력을 강조하느냐 등의 차이이다.

역사관에 한정해보면 대한민국을 자랑스러운 것으로 평가하는 기조에서 역사를 바라보느냐 아니면 대한민국은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였고 분단의 원흉이라는 해석을 가진 북한의 주장에 공감하는 역사의식이냐로 구별된다.

이러한 치열한 이념전쟁 속에 있는 역사교육의 전쟁터에서 교육계가 가져야 할 입장은 무엇일까 생각해 봐야 하겠다.

첫째, 헌법상 명시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기본으로 바라봐야 한다. 아무리 다양성이 존중된다고 하더라도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수준까지 갈 수는 없는 것이다. 혹 이러한 체제적 토의가 필요하다면 이는 의회가 이를 담당하고 사회 전체의 논의 과정을 거친 후 개헌 등의 절차적 조처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국가의 정체성을 바꾸려는 것은 매우 개탄스러운 것이며 특히 교육 현장에서 이를 수용할 수는 없다.

둘째, 사회과학의 연구자며 교육담당자인 교사들은 철저히 균형 있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만약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학생의 권리를 빼앗으며 잘못된 역할을 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아무리 어린 학생이라 하더라도 그 나이에 맞는 균형감각과 선택할 줄 아는 능력을 키워 주도록 지도해야 한다. 이게 바로 사회과학을(자연과학에 대비하여) 배우는 기본 중 기본인 것을 교사 및 교육계가 잊지 말아야 하며 만약 이것이 훼손된다면 이는 학생에게 평생 취약성을 지닌 상태로 사회생활을 하게 만드는 끔찍한 일임을 기억해야 한다.

셋째, 이념 논쟁의 대상이 경제, 외교, 국방 등 다양한 분야를 커버하는 것이기 때문에 역사교육을 역사학계나 역사 담당교사만의 독점적인 것으로 보는 시각도 교정되어야 한다.

넷째, 이론과 실제를 언제나 연결시켜 주장하는 이론의 열매를 보며 시각 조정을 꾀하는 겸손한 학문적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 각종 자료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활용하는 대신 자신의 주장에 부합하는 데이터(특히 일부분만 인용 하거나 왜곡되게 변형 시키는 행위)를 이용하는 비학문적이고 지극히 정파적인 활동을 멀리 해야 한다.

이와 같이 치열한 역사교육의 전쟁의 적절한 접근방법의 구성요소로는 공정성의 보장, 충분한 시간, 객관적 사회 분위기, 집단 폭력적 의사결정 구조를 탈피하는 노력 등이다. 이로써 갈등구조를 발전적인 국가 에너지로 승화 시킬 수 있다.

이 역사이념 전쟁에서 승리의 목표는 중간에서 객관적인 질문과 의문을 지닌 많은 수의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획득하는 것으로 해야 한다. 극단적 양극 점에 있는 상대를 무너뜨리는 것 보다 진정성과 사실에 입각한 자료제시 및 경청하는 태도로 신뢰를 얻어 나가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어 보인다.

교육 정상화를 위해 해야 할 일들

역사교육 전쟁과 같은 맥락에서 최근 대한민국의 교육계는 또 다른 체제 전쟁을 치르고 있다. 바로 인권 전쟁이다. 학생인권조례의 도입으로 조성되고 있는 혼란과 매우 부정적인 방향성은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에는 전북지역의 어느 교사가 억울하게 인권조례를 이용한 그 지역 인권담당관의 잘못된 처사로 자살하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다. 문제는 역사교육의 경우에서와 같은 미숙한 이해 및 대응 능력의 부족이 더 큰 문제를 낳은 소지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즉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일종의 부정행위가 아름다운 학생인권이라는 포장지로 속속 진행되고 또 다른 인권은 유린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일을 막지 않는다면 내년에 차별금지법이 상위법으로 도입되고 국회에서 아무 저항 없이 통과된다면 그 결과는 상상하기도 끔찍한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대한민국 교육은 수많은 도전 하에 있다. 자유대한민국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용기 있는 구성원들의 희생적인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자유라는 가치는 공짜가 아닌 용기라는 큰 대가를 지불해야만 얻을 수 있는 매우 소중한 것이다.

민주주의는 다양성과 다른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를 요구한다. 나와 다른 입장을 적폐청산이라 부르며 공격하는 것을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허용할 수 있을까? 교육에 대한 정치오염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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