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혁의 솥단지] “청년 일자리 창출은 기술 혁신형 강소기업 육성으로”
[이종혁의 솥단지] “청년 일자리 창출은 기술 혁신형 강소기업 육성으로”
  • 이종혁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 승인 2017.12.2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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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1일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월 국내 15∼29세 청년 실업률은 8.6%로 동월 대비 1999년(8.6%) 이후 1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취업자 수 증가 규모는 두 달 만에 30만 명 이하로 내려갔고,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은 21.7%로 2015년 이후 가장 높았다.

청년 5명 중 1명이 자신을 ‘백수’로 여기고 있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위원회를 만들어 부처들을 닦달하고 민간 기업들마저 일자리를 내놓으라고 협박을 하고 있지만, 되돌아 온 것은 ‘정책의 근본 진단이 잘못됐다’는 현장의 면박이었다. 일자리는 정부가 기업들에게 만들라고 요구해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부는 국가직 공무원을 9475명 더 채용하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 자금을 풀어 일자리 정책을 추진키로 했다. 결국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런 정책으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면 왜 우리가 실업을 걱정할 필요가 있을까.

일자리는 산업이 튼튼해야 하고, 기업이 튼튼해야 늘어난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독일의 강소기업 정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독일에는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이라 불리는 기술형 강소기업이 1000여 개가 넘는다. 독일의 경제가 유럽의 경제위기와 혼란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이유다. 히든 챔피언! 강소기업의 정의는 대략 이렇다.

첫째, 생산제품이 기술혁신형이며 세계시장 점유율이 1~3위를 차지하고 둘째, 연간 매출액이 40억 달러 이상이며 셋째, 고용 인력이 2000여 명 정도인 기업을 우리는 강소기업이라 일컫는다.

▲ 지난 12월 4일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시 일일취업안내소에서 구직자들이 일자리 소개 순서를 정하는 번호표 추첨을 기다리고 있다. 부산시 취업안내소 관계자는“하루 평균 30명의 구직자가 이곳을 찾지만, 건설경기 불황으로 평균 10~15명만 일자리를 소개받는다”고 말했다. / 연합

독일식 강소기업 ‘히든 챔피언’ 육성해야

대한민국도 선진강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기술혁신형 강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강소기업의 육성은 선진국 진입의 강력한 솔루션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각종 난제, 고용 문제와 입시위주 사교육비 문제, 공교육의 병폐를 제거할 비책이 된다. 만약 우리가 독일과 같이 강소기업 1000개를 육성할 수 있다면, 2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이 강소기업 일자리는 첨단 기업의 일원이란 자부심과 함께 고임금의 양질의 일자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젊은이들이 대기업에 목맬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특수 직업학교를 거친 혁신형 근로자, 또는 창의적 사고의 고졸자라면 혁신형 강소기업들은 일류대 출신이 아니더라도 독일의 사례에서 보듯이 이들의 채용에 제한을 두지도 꺼리지도 않는다. 젊은이들이 굳이 명문대에 기를 쓰고 들어갈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면 강소기업 육성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이를 위해 우리는 먼저 짚고 넘어야 할 부분이 있다.

우리 경제는 지난 50년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초고속 압축 성장을 달성했다. 이렇게 단기간 내 압축 성장을 가능하게 한 요인은 여러 곳에 있지만 그 중 대기업, 소위 재벌들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삼성, LG, 현대 등의 대기업이 반 세기 동안 조선, 자동차, 반도체, IT 등 세계 최고의 경쟁력 있는 산업을 일궜다. 우리나라는 지금 이들이 일궈 놓은 5대 주력업종(자동차, 조선, 반도체, 휴대폰, 석유화학)을 근간으로 살아가고 있다. 우리 국민의 먹거리 대부분을 이들 5대 주력업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기업을 주요 뼈대로 수백만 개의 중소기업이 상호 얽혀 살아가고 있다.

대기업들이 한국 경제의 압축 성장에 많은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나 그들의 성공도 국민들의 땀과 눈물, 희생 속에 이뤄졌음을 대기업들이 자각해야 한다. 관치금융을 위시한 부여 받은 특혜는 일일이 거론하지 않겠다. 이제 대기업, 재벌들이 달라져야 한다. 자신들의 이익극대화를 위한 독점적 기업의식 구조를 스스로 변화시켜야 한다.

중소기업이 제대로 설 수조차 없도록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문구류, 된장, 고추장까지 손대는 지네발식 중소기업 영역 침투는 더 이상 해서는 안 된다. 이런 대기업의 형태는 국가경제 생태계의 건전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기술혁신에 매진하는 작은 기업들의 텃밭에 소금을 치고, 중소기업들이 지식기반 산업으로, 강소기업으로 전환할 기회와 가능성을 짓밟는 것이 된다.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납품단가를 후려치거나 기술을 탈취하는 행위는 범죄행위에 가깝다. 그럼에도 일부 대기업은 영리추구라는 미명하에 백주대낮에 공공연히 이를 자행하고 있다. 이런 일체의 행위를 대기업 스스로 즉각 중지해야 한다. 오히려 중소기업이 강소기업으로 커나갈 수 있게 도와주고 끌어주는 역할을 찾아야 한다.

지금 대기업이 해야 할 일은 축적된 경험, 기술, 자본을 바탕으로 거대 세계 시장을 공략할, 몸집에 걸맞은 미래성장 산업을 기획하고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경쟁국가의 글로벌 대기업을 어떻게 압도할 것인지, 그들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승리할 것인지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 대기업이 국내 중소기업 영역을 기웃거리며 어린애 손목 비트는 짓을 할 때가 아니다. 세계는 급속히 변화하며, 세계는 크고 대기업이 할 일은 정말 많은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강소기업 육성을 위해 할 일은 정부의 몫이다. 무엇보다 강소기업 육성을 위한 미래 전사를 교육시켜 내야 하며, 학벌 만능주의 사회문화도 국가가 앞장서 깨트려줘야 한다.

중소기업의 기술력 향상과 그 내실을 위해 기업 규모와 역량 그리고 강소기업으로 진화 가능성 등에 맞춰 단계별 R&D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5년 이하 단기 R&D는 중소기업 위주로 투자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기업의 자산과 재무 구조도 중요하지만 보유 기술이 강소기업 진입 가능성이 보일 경우에는 기술력을 담보로 한 과감한 금융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 중소기업이 발전 목표를 독일식 히든 챔피언으로 잡고, 한 걸음씩 전진할 수 있도록 하는 친절한 안내자의 역할도 정부의 몫이다. 이렇게 중소기업이 점진적으로 기술역량이 강화되면, 기술혁신형 강소기업의 출현이 가능할 것이다.

이런 기술 혁신형 강소기업이 지식기반산업 경제시대의 주역으로 등장하게 되면, 기존 한국의 대기업 위주 산업구조, 인력구조도 개선될 것이고 대한민국은 진정한 의미의 21세기 미래 지식산업 선도국가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다.

▲ 이종혁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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