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부인' 공연 때마다 희열을 느껴요
'나비부인' 공연 때마다 희열을 느껴요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5.0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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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럽과 호주, 세계무대 누비는 소프라노 가수 카라손

지난 해 호주 시드니에서 10월 24일 개막해 11월 4일까지 이어진 <나비부인> 공연에서 유독 큰 박수를 받은 소프라노 가수가 있다. 여자 주인공 초초상(Cio-Cio-San: 蝶蝶さん) 역을 맡아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은 카라 손(Karah Son: 손현경, 이하 카라손) 씨가 주인공이다.

개막 공연 이후 호주의 2대 종합 일간지인 디 오스테레일리안과 시드니모닝헤럴드, 그리고 클래식음악 전문잡지 Prudence Upton 등에서는 이번 공연으로 호주 무대에 데뷔한 카라 손의 활약에 초점을 맞춰 공연을 소개했다.  

디 오스테일리안은 10월 26일 ‘카라손, 호주오페라 나비부인에서 빛나다(Karah Son is brilliant in Australia Opera’s Madama Butterfly)’라는 제목의 리뷰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와 연기를 극찬했다.

“나비부인 작품은 그 어떠한 공연도 리드 싱어의 연기에 성패가 갈린다. 한국의 소프라노 카라손이 그 주인공역을 맡아 개가를 올렸다. 그녀는 견고한 라인과 집중된 음색을 유지하면서 풍요로운 소리 색깔을 벗겨내 강력하고도 높은 음을 선보였다.

감미로우면서도 잘 지속되는 소토보체(sotto voce: 낮은 목소리)의 노래 역시 똑같이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역시 자신이 맡은 배역이 갖고 있는 복합적인 감정도 잘 파악하고 있다.

순진한 어린 아내에서 성숙한 여인으로 변화해나가는 과정도 장면마다 강한 의지와 다정다감함을 조화시키면서 설득력 있게 진행하고 있다. 그녀는 품위가 있으면서도 눈을 뗄 수 없는 공연으로 나비부인의 비극을 강력하게 그려냈다.

” 시드니모닝헤럴드도 ‘나비부인 리뷰: 오페라오스트레일리아 성공 작품의 마지막 여정(Madama Butterfly review: Opera Australia’s triumphant production’s final flight)’이라는 기사를 통해 카라손의 노래를 극찬했다.

사진 : 이승재  미래한국 객원기자
사진 : 이승재  미래한국 객원기자

“카라손은 박수 갈채를 받은 ‘어느 갠 날(Un bel di)’을 부르면서 관객을 사로잡을 정도로 강력한 포르티시모에 도달하면서, 높거나 낮은 그 어떤 음역에서도 매우 견고한 지속성을 유지하는 참으로 멋진 목소리를 갖고 있다.” 멜번의 디 에이지(The Age)와 브리스번의 브리즈번타임스 등과 같은 페어팩스(Fairfax) 그룹의 일간지도 모두 같은 기사를 싣고 있다.

호주 공연 격찬

카라손은 연세대 학부에서 성악을 공부한 후 이탈리아의 유명 음악학원에서 오페라 공연을 전공한 뒤 국제적으로 폭넓게 활약하고 있는 오페라 가수이다.

이태리 밀라노, 베로나 등에서 공연을 해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독일의 라이프치히와 베를린, 폴란드의 바르샤바, 스웨덴의 예테보리, 핀란드의 탐페레 등 유럽의 주요 도시로 활동 영역을 넓혀 오페라 나비부인의 프리마돈나로서 진가를 드러냈다.

<미래한국>은 세계를 무대로 한국인 소프라노의 위상과 실력을 자랑하는 카라손과 그녀의 인생의 동반자 김문 (주)텐크로스 대표를 만나 인터뷰했다.

오페라와 뮤지컬 연출, 음악감독 및 음반 프로듀서까지 다방면에서 음악적 재능을 펼치고 있는 김 대표는 “저희 부부는 연세대학교 음악대 시절부터 붙어 다닌 캠퍼스 커플”이라고 자랑했다.

- 연대 성악과 졸업 후 이탈리아 유학을 떠나셨는데, 유학 생활은 어땠나요?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를 꿈꾼 건 언제부터였는지요?

세계적인 가수가 되겠다고 마음먹고 유학을 떠나기는 했는데, 막상 가보니 현실과 많이 부닥치더라고요. 제가 동양인에다 또 소프라노 공급은 많고 여러모로 여의치가 않았죠. 현지에서 동양인 소프라노를 써주는 경우가 쉽지 않아 처음엔 학교 공부를 웬만큼 끝내고 다시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요.

그러다 미렐라 프레니라고 세계적인 소프라노가 있는데 마지막으로 그분한테 마스터클래스는 받고 돌아가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생각으로 그분을 찾아갔고 운이 좋게도 저를 발탁해주셔서 콧대 높은 유럽 무대에 데뷔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김문 대표) 미렐라 프레니 선생님은 아내가 대학 시절부터 좋아하고 롤모델로 꿈꿨던 세계적인 소프라노입니다.

아내에겐 닮고 싶은 영웅 같은 사람이죠. 현지에서 아기를 낳은 뒤에 귀국하기 전 이번이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오디션에 응모했는데 선생님이 발탁해주신 거죠. 제가 알기로는 그 선생님이 운영하는 학교도 연간 만 달러가 넘는 학비가 드는데,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3년 동안 이탈리아 최고의 정통기술을 배웠습니다.

- 작년 호주 시드니 캐피털시어터에서 열린 오페라 <나비부인>에서 비련의 여주인공 초초상 역 열연으로 호주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으셨더군요. 호주 데뷔 무대로 알고 있는데, 소감이 어떠셨어요? 유럽과는 느낌이 많이 다른가요?

많이 달라요. 시드니 해이마켓에 위치한 캐피톨 시어터에서 공연했는데, 이 극장이 세계적인 프로덕션을 운영하는 곳이라 영광이었어요. 유럽과 다르게 좀 더 타이트 하지 않고 자유로워 더 좋았죠. - 관객들의 반응은 나라마다 다른가요? 전체적으로 비슷하긴 한데, 나라마다 좀 특징이 있는 것 같아요.

독일은 뭔가 좀 쿨(차가운)한 느낌이고, 이탈리아는 독일과는 상반되죠. 마음에 들면 열정적으로 환호를 보내주기도 하지만 (관객들이) 마음에 안 든다, 못한다고 느끼면 야유도 굉장하고요. 호주는 그냥 기분 좋았어요. 푸치니의  <나비부인>, <투란도트>,   <라 보엠>을 공연했어요. (김문 대표) 호주 공연이 매우 성공적이어서 2019년에도 오페라 3개 계약을 하버에서 해요. 한 30회 정도 공연할 것 같습니다.

 운명처럼 다가온 <나비부인>, 100회 이상 공연

- <나비부인> ‘초초상’으로 무대에 오른 게 100번쯤 된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만큼 카라손이 연기하는 초초상이 관객과 팬에 크게 어필한다고 볼 수 있을 텐데요.

음, 우선 제가 아시안이라는 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죠. 또 초초상이 15살이에요, 나이가 많이 든 성악가들 보다는 상대적으로 제가 좀 어려보이는 면이 있어서요. (웃음) 또 초초상이 게이샤여서 체형이 약간 작은 제가 역할에 맞는 것 같아요. 음역대도 제게 잘 맞고요. 그런 여러 부분이 맞아 떨어진 것 같아요. (김문 대표) 소프라노도 종류가 다양합니다.

파트가 나눠 있는데 콜로라투라(coloratura), 수브레트(soubrette), 리리코(lirico), 스핀토(spinto), 드라마티코(drammatico)가 있어요. <나비부인>의 경우는 소프라노 리리코가 맞는 음역대인데요, 리리코에서도 좀 더 드라마틱한 부분은 소리가 커야 하죠. 아내가 왜소해 보이지만 목소리는 나비부인을 하기에 적절해요.

미렐라 프레니한테 오디션을 볼 때도 나비부인으로 했어요. 미렐라 프레니가 소속된 에이전트에서 우리 손 선생의 재능을 알아봐주고 그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고 해서 픽업해 그런 종류의 오페라부터 시작했습니다.

- 그동안 어떤 작품들을 하셨어요? 특히 정이 가는 작품과, 함께 연기했던 분들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배우들은 어떤 분들이 있는지요?

제가 데뷔를 <투란도트>의 ‘류’로 했어요. 주인공이긴 하지만 타이틀롤은 아닌데, 이 작품엔 아름다운 아리아 세 개가 있어서 특히 이 역을 좋아해요. 데뷔 작품이라 더 애정이 가는 것 같아요. <나비부인>은 제 주 레파토리이기 때문에 애정이 있죠. 푸치니 <토스카> 역도 해보니 매력적이더라고요.

지휘자 로린 마젤과 같이 공연한 적이 있는데, 특히 기억에 남아요. 근엄하시더군요. 또 일본의 오이다 요시도 기억에 남아요. 미국 영화에 출연하고, 아카데미상을 받은 분이라고 하는데 그분과는 스웨덴 고텐부르크 오페라 2017, 2018 시즌 ‘Madama butterfly’ 공연에서 만났어요. 처음엔 저를 탐탁지 않아 하시다 계속 연기하면서 인정해 주시더라고요.

- <나비부인>을 100번 넘게 공연하셨는데, 같은 작품이라도 연기할 때마다 느낌이 다를 것 같습니다.

같은 작품이라도 프로덕션마다 달라요. 저도 하면서 헷갈릴 때가 있어요. (웃음) 프로덕션에 따라 연출자가 어떤 콘셉트를 잡느냐에 의해 극이 많이 변해요. 음악과 가사는 똑같지만 연기나 전체적으로 돌아가는 흐름은 달라지는 거예요. 또 푸치니가 <나비부인>만 해도 버전을 세 개나 썼어요.

이탈리아 브레샤 극장에서 했던 버전, 스칼라 극장에서 했던 버전 등 다 나눠져 있어요. 또 음악과 대사가 달라요. 그러다보니 사실 실수할 때도 있어요. 언젠가 <나비부인>을 같은 시기에 다른 버전으로 두 작품을 할 때가 있었어요. 한 곳에서는 스칼라 버전, 다른 곳에서는 브레샤 버전으로, 그렇게 하다 보면 헷갈릴 때가 있죠.

- 공연 전 컨디션 조절도 매우 중요할 것 같은데요, 성악가는 특히 성대 보호가 중요할 것 같은데, 특별히 관리하는 비법이 있으신가요.

목소리를 위해 특별히 하는 건 없고 그냥 잘 자고, 잘 먹고 그래요. (김문 대표) 아내 옆에서 지켜보면 일단 공연 열흘 전부터는 말을 잘 안합니다. 말수를 줄이고 잠자는 시간을 늘리죠. 먹는 것도 평소 자기가 먹던 것만 먹습니다. 발성하는 시간을 따로 갖는데, 발성 요령도 평소 때와는 좀 다르죠. 남들이 보기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본인은 굉장히 신경을 써요.

- 주로 이탈리아, 독일, 스웨덴, 핀란드 등 유럽에서 활동하시는 걸로 압니다. 유럽 관객들이 카라손의 연기를 특히 선호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 이유가 뭘까요? 유럽인 소프라노들이 굉장히 많고 경쟁도 치열할 텐데, 유럽 무대에서 계속 서려면 실력 외에 필요한 게 더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캐스팅은 극장장이 하는 거예요. 그 극장의 캐스팅 매니저가 뽑는 건데, 유럽이 어떤 시스템인가 하면 이렇습니다. 일단 어떤 공연이 성공하면 ‘저 사람이 그 공연에서 엄청 잘했다더라’라는 소문이 돌아요. 그럼 다른 극장에서 ‘그래? 그럼 우리도 한번 저 사람 불러봐야겠다’ 이렇게 되는 거죠.

처음엔 저 역시 찾는 극장이 별로 없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기회가 많아지더라고요. 오디션을 통해 발탁되는데 쉽지 않아요. 100번 오디션을 보면 한 두 번 되려나? 저도 처음엔 고생을 했었는데, 한 공연이 성공적이면 유명세가 금방 퍼지고 다른 공연으로 연결이 되더군요.

(김문 대표) 아내가 지금 소속돼 있는 에이전시가 옛날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소속되어 있던 세계 3대 에이전시 중 하나거든요. 동양인으로서는 거의 최초로 소속돼 있었는데, 최근에 조수미 씨가 들어오셨어요. 캐스팅에 있어서 에이전트 역할도 상당히 중요하고 큽니다.

세계 3대 에이젼시 소속, 공연 예약 완료

- 앞으로의 공연 계획을 들려주시죠. 또 한국에서 공연 계획도 있으신지요. 한국에서는 당분간 공연 계획이 없어요. 올해 후반부터 내년까지 이탈리아 토리노 극장 공연 등 외국의 공연 일정으로 많이 바쁠 것 같습니다. 2019년에는 호주에서 거의 1년 동안 있어야 할 것 같아요.

-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요.

푸치니 작품을 많이 했는데 베르디 작품도 많이 하고 싶어요. 좀 더 드라마틱하고 소리로 기교를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김문 대표) 베르디 같은 경우는 정통 이탈리안 스타일, 푸치니는 물론 정통 이탈리안 스타일에 미국 재즈의 연향도 많이 받아서 사뭇 틀립니다.

베르디는 자기 자신이 바리톤이었고, 푸치니는 테너였기 때문에 노래를 만드는 멜로디 라인도 상당히 달라요. 베르디에 어울리는 사람이 푸치니 작품에 어울리기 어렵고, 푸치니 작품에 어울리는 사람은 베르디에 어울리기 어려워서 가수를 ‘푸치니아노’ ‘베르디아노’로 나누는데, 손 선생은 푸치니에 어울리죠.

그런데 최근 베르디 음악을 해본 이후로 생각이 좀 달라졌어요. 생각보다 잘 어울리더군요. 푸치니와 베르디 양 쪽 작품을 다 잘한다면 금상첨화겠죠. 아마도 손 선생은 그런 면에서 베르디를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국 팬과 미래한국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 한국에서도 좋은 작품과 공연으로 만나 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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