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태흥영화사 사장의 부음을 들었다. 한때 태흥영화사, 이태원, 임권택, 정일성은 한국영화계의 고유명사처럼 통했다.
1983년 태창영화사를 인수한 뒤 태흥영화사로 이름을 바꿔 ‘어우동’ ‘뽕’ 등을 제작하며 이름을 알렸다. ‘아제아제바라아제’ ‘서편제’ ‘태백산맥’ ‘취화선’ 등 임권택 감독과 손잡은 영화들을 잇따라 내놓았다.
‘장군의 아들’ 시리즈가 흥행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여러 영화들은 흥행보다는 작품성을 내세우는 경우였다.
목표는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것. 한국영화의 국제적 평가가 낮은 시절에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한다면 영화계에서 나름 애썼다고 자부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절치부심했다.
‘아제아제바라아제’로 강수연이 모스크바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을 때나 ‘취화선’으로 임권택 감독이 칸 영화제 감독상을 받았을 때 모든 언론은 배우나 감독을 집중 조명했지만 혼자 만세를 불렀다.
조승우 주연의 ‘하류인생’은 그의 스토리나 다름없었다. 부유한 집 아들로 태어났지만 6.25전쟁을 거치면서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던 그는 영화계에 입문해서도 제작자 겸 배급자로 파란을 일으킨 풍운아였다.
지금의 한국영화는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 기초를 다진 숨은 공로자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다. 그렇게 단단했던 그도 어이없게 병마에 시달리다 끝내 세상을 등졌다.
지금의 한국영화가 세계의 주목을 받을 만큼 성장한 것을 안다면 그렇게 가는 길에 디딤돌을 놓았다고 자부하며 영정 속의 사진처럼 활짝 웃을 것이다. 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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