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전통 공예를 알면 문화 강국이 보인다
[전문가 진단] 전통 공예를 알면 문화 강국이 보인다
  • 이칠용  한국공예예술가협회장
  • 승인 2023.06.23 02: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예술 분야를 정부에서 필요에 의해 각부처별로 분류할 때 멋대로 좌지우지하다보니 공예분야는 그야말로 구렁텅이에 빠져 21세기 문화예술의 세기를 맞이하는 초입에서도 마치 암흑 속을 헤매는 듯하다. 특히 전통공예 분야를 보면 더 암담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같은 전통분야인 국악은 국악고, 대학교가 있고 국립국악원을 비롯해 부산, 남원 등 전국에 국악을 전승·전수할 공간, 조직들이 활동을 하고 있지만 공예분야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니 이런 차별적인 냉대가 또 어디 있겠는가.

작년에 설립된 서울공예박물관에 기대를 한다는 것도 너무 무리이고 주무부서에서 차라리 우리 공예(工藝)를 ‘공해(公害)’로 명하여 환경부로 보내준다면 그곳에서 ‘공해를 공예로!’ 바꿔보겠다고 지원이나 받을텐데… 많은 사람들도 ‘전통’ 하면 ‘갓 쓰고 짚신 신는’ 이야기를 하느냐며 고리타분하게 생각하는데 그것은 곧 해방 이후 지금까지의 교육부재(?)에 큰 책임이 있다고 본다. 이는 그만큼 우리 분야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가지만 꼽아보겠다. 정부는 문화재보호법을 제정하고 이 법규정에 의해 국가무형문화재니 시·도 무형문화재니 하면서 장인들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한다. 즉, ‘인간문화재’라고 호칭을 하여 명칭만 보면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상급예우(?)를 해주는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을 수십년 경험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도 잘 이해를 못하는데 일반인들이 얼마나 알겠는가.

작년 5월 통영 시민문화회관에서 나전과 옻칠 전시회가 개최됐다.
작년 5월 통영 시민문화회관에서 나전과 옻칠 전시회가 개최됐다.

즉,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각종 언론에서는 삼성가 리움에서 개최하고 있는 백자, 청자 등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화자찬하며 고매한 학자들은 입에 거품을 물면서 칭찬, 칭송, 찬사를 보낸다. 그런데 왜 이 나라의 백자, 청자 특히 토기 종목에는 무형문화재 종목 그 자체가 없을까? 대한민국에서 최고이며 수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어디 그뿐인가. 조선시대 정조를 지킨다는 은장도 분야는 2명씩 지정해놓고 서슬퍼런 이순신 장군이 쥐고 있는 환도(큰칼)는 미지정이고 세계적 명품 나전칠기도 자개분야는 3명인 데 비해 옻칠도장 분야는 전무하며 더군다나 골격을 만드는 백골(栢榾)분야는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고 있다. 얼마 전 궁중화 종목은 지정했는데 지화(사찰화, 무속화)는 외면이고 이 나라 미술의 원류인 ‘민화’도 무관심이며 금속활자, 직지는 떠들어 대면서도 목판활자를 파는 ‘번각’ 장도 외면받기는 마찬가지이다. 

이외에도 많다. 고전머리, 다회, 후수, 망수, 청동조각, 각종 섬유(모시, 명주, 삼베 등)를 짜는 도구를 만드는 장인들, 도자기를 굽는 가마를 만드는 ‘조적공’, 우리 낚시인 ‘견지’낚시, ‘전통인형’, ‘떡살, 다식판’, ‘참빗, 머리빗’ 등 일일이 헤아리려면 끝도 없다. 필자는 이 분야의 현장에서 쟁이로 입문하여 50여 년 넘게 종사해왔으며 한때는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을 11회(22여 년) 위촉받아 왔는데도 함께 했던 주변 학자, 지식층들도 제대로 이해를 못하고 있는데 일반인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작년 5월 통영 시민문화회관에서 나전과 옻칠 전시회가 개최됐다.
작년 5월 통영 시민문화회관에서 나전과 옻칠 전시회가 개최됐다.

전통문화에서 소홀한 분야가 없는지 살펴야
 
나는 이 모든 원인은 이 모든 책임을 이분들이 져야 한다고 본다. 하기야 수백년 동안 조선을 괴롭혀온 중국을 추앙하며 득체(?)한 국내의 친중파들, 무자비하게 금수강산 대한민국을 유린하고 착취, 학대한 일본의 친일파들, 그리고 무분별하게 얼씨구 좋구나! 하면서 자유분방하게 민주자유! 개인주의를 엎드려 굽실거리며 받아들인 서양문화를 추종한 서구파들이 제각기 기득권을 쥐고 괘도난마처럼 요술 방방이들을 휘두르다보니 진정한 이 나라의 ‘동방예의지국, 금수강산 삼천리 방방곡곡 대한민국에 진솔한 정신과 사상 그리고 철학’들은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되어 한숨만 내쉬고 있는 형국이니... 그동안 몇몇 정치인들, 학자들, 공직자들은 나름대로 제대로 된 우리 것의 재정립과 이 분야에 전통, 근대, 현대문화로의 확실한 구분을 지어 세계 최대의 문화강국으로 만들어보려고 고군분투(?)했지만 속수무책(?) 아니면 중과부적(?),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어이하리오! 하며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 오늘날 전통공예 문화의 현실이 아닌가 싶다. 

흔히 21세기는 문화예술의 세기라고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그저 뒤따라가는, 파도에 밀려가는 나라가 되고 있다. 이러한 난국을 무엇으로 어떻게 제대로 돌파(?)해야 하는지 명답이 있으면 속시원하게 제안해보라 외치고 싶다. 전통문화란 그리 복잡하고 옛것을 바탕으로 한 ‘법고창신’이나 ‘우리 것이 최고여!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며 떠들어대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부모·형제·선배를 존경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신뢰와 신의를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알고 아무데서나 담배를 피워대다 그 꽁초를 버리고 가래침을 뱉는 것을 수치로 아는 그런 세상. 그것이 곧 전통문화의 바른 사상이요 철학이니 이를 바르게 전승·전수시켜 행복한 나라, 금수강산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문화부’가 제대로 된 ‘문화부’로 재정립된다면 많은 국민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할 것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