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러지 초거대 AI 시대와 디지털 혁신
테크놀러지 초거대 AI 시대와 디지털 혁신
  • 강요식  미래한국 편집위원·서울디지털재단 이사장
  • 승인 2023.09.1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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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변화관리 석학인 존 코터 박사가 쓴 ‘Our Iceberg is Melting(빙산이 녹고 있다고?)’는 펭귄 부족이 위기를 극복하는 우화이다. 평화로운 펭귄 부족의 보금자리 빙산이 녹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변화와 혁신을 꾀하는 리더의 헌신적인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디지털 대전환기 관점에서 ‘초거대 AI’의 급속한 발전에 대응하지 못하면 녹고 있는 빙산에 남게 된다. 

왜 사람들은 챗GPT에 열광하는 것일까? 인공지능의 대혁명이라 할 수 있는 챗GPT 사용자가 100만 명을 달성하는 데 딱 5일 걸렸다. 2주일 만에 200만 명을 달성하고, 2개월 만에 월간 사용자가 1억 명을 돌파했다. 1억 명을 돌파하는 데 틱톡은 9개월, 인스타그램은 30개월, 텔레그램은 61개월, 우버는 70개월, 구글번역기는 78개월이 걸린 것에 비해 전례없는 기록을 달성했다. 

2016년 3월 구글이 인수한 딥마인드가 개발한 머신러닝 기반 바둑프로그램인 알파고(Alpha Go)가 이세돌과 바둑 대결에서 5전 4승 1패로 승리했다. 세계 최고의 기사인 이세돌이 인공지능에 패배한 ‘AI 쇼크’이다. 그러나 최근 세계 최강 AI 바둑인 카타고를 15전 14승 1패를 거둔 미국의 아마추어 기사가 있다. 기존의 전통적 정공법 대신 AI의 약점을 파고든 것이다.

이세돌도 은퇴했고, 알파고는 퇴역했다. AI 바둑은 허점이 있다. UC버클리대 스튜어드 러셀 교수는 “인공지능은 과거 데이터 중 특수한 상황만 이해한다. 인간에게 일반화된 상식을 모두 숙지하고 있다고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알파고 AI 쇼크는 일시적으로 인공지능이 “대단하고, 놀랍다”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것이 대중적으로 파고들지는 못했다. 

챗GPT는 어떤가. 인간처럼 대화하는 생성형 인공지능이다. 지금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AI 대혁명을 몰고 왔고, 디지털 전환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된 계기가 되었다. PC나 휴대폰 프롬프트에 질문을 하면 즉각 답변을 주는 ‘묻고 대답하는 기계’이다.

기존의 검색에서는 이미 만들어진 참고자료를 나열했다면, 챗GPT는 질문자 의도에 따라 신규 정답지를 제출한다. 
챗GPT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답을 준다. 사용자의 질문을 기억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인간지능과 인공지능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놀라운 답변을 한다. 챗(Chat)은 대화하는 뜻이고, GPT는 Generative(생성하는), Pre-trained(미리 훈련된), Transfomer(변환기)로 ‘미리 훈련된 생성 변환기’로 해석이 된다. 챗GPT는 Open AI에서 개발한 자연어 생성 모델이다. 

2018년 처음 공개된 GPT-1는 매개변수(파라미터)가 1.17억 개이고, 2019년 GPT-2는 15억, 2020년 GPT-3는 1750억, 2022년 GPT-3.5는 1750억 개로 성능 면에서 차이는 없지만 인간 피드백을 통한 강화학습을 적용하여 대화에 최적화 기능을 보강했다. 지금 사용되는 챗GPT는 GPT-3.5 기반으로 사용자의 질문을 이해하고 사람과 대화하며 의사소통을 한다. 

서울디지털재단이 작성한 공공분야 최초 챗GPT 활용 보고서
서울디지털재단이 작성한 공공분야 최초 챗GPT 활용 보고서

초거대 AI(챗GPT)는 지식업무 보조로 생산성 증대

챗GPT는 2022년 11월 30일 처음 공개되었고, 2023년 2월 말쯤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신문 방송에서도 연일 보도가 되고, 사람이 모인 곳이면 화젯거리였다. 필자도 Open AI 사이트에 들어가서 가입을 하고 PC와 휴대폰에서 활용을 했다. 내가 직접 활용한 것은 어느 행사의 축사였다. “디지털 소비자 문제 이대로 둘 것인가 세미나의 축사를 써줘”라는 질문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축사를 써내려갔다. 참 신기하다는 말이 연신 나왔다. “디지털 시대에 우리는 더 이상 물리적인 제약이 없는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라는 첫 문장이 올라왔다. 그럴싸하다. “하지만 이에 따라 발생하는 디지털 소비자 문제도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습니다”로 이어졌다. 이 내용을 참고로 해서 축사를 하면서 챗GPT 이야기를 꺼냈더니 모두 박수를 보냈다. 

사회적으로 관심이 집중되는 챗GPT에 대해서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필자는 팀장회의에서 챗GPT TF팀을 만들고, 여기서 활용법을 연구하라고 지시했다. 먼저, 챗GPT를 사전에 연구한 직원에게 전 직원을 대상으로 챗GPT 가입 요령부터 활용법까지 특강하도록 했다. 1주일 만에 TF팀에서 ‘챗GPT 활용사례 및 활용팁(업무활용편)’ 보고서를 만들었다. 훌륭한 직원들이다. 

‘챗GPT 활용사례 및 활용팁’ 보고서 관련 기사가 중앙일보에 보도(2023. 3. 12)되었다. “일주일치 업무가 10분 만에 끝, 서울시 공무원 숨겨둔 비결”이란 제목의 기사였다. 정부·기업·대학 등 각계각층에서 챗GPT 열풍인 상황에서 서울디지털재단이 12일 ‘챗GPT 활용보고서(업무활용편)’를 선보였다고 했다. 이 기사는 하루 50만뷰를 넘게 조회를 하여 큰 관심을 모았다. 

챗GPT는 인공지능이 일상생활에 스며드는 신호탄이다. AI 바둑 알파고와는 다르다. 알파고는 대중이 사용하는 것이 아니지만, 챗GPT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영향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챗GPT는 정확한 대화형 검색 기능을 갖고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단점으로 2021년 9월 이전 데이터를 학습하여 정보의 실시간 반영이 불가능하고, 거짓 답변 현상이 있다. 

챗GPT는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에 특화한 자연어 이해와 정확성이 매우 높고, 맥락을 이해하여 연결 질문이 가능하며, 수많은 파라미터(매개변수) 값을 조합하여 결과 값을 출력한다. 모델이 노출된 데이터에 특정한 경향성을 학습하면 치우친 결과를 출력할 수 있다. 파라미터 값을 조합하는 과정에서 거짓으로 정보를 만들어 내거나, 편향된 결과 값을 도출하기도 한다. 

챗GPT는 만능은 아니다. 원하는 모든 것을 답해주는 것도 아니고, 또 그럴싸하게 작성한 문서가 완벽하지도 않다. 인간이 갖고 있는 지식과 상식으로 오류를 수정 보완하여 활용할 수 있다. 사용자가 인공지능의 답변에 대해서 오류를 지적하면 스스로 학습하여 오류를 줄여가는 시스템이다. 분명한 것은 챗GPT는 전 산업 지식 업무 보조로 생산성을 증대할 것이다. 

챗GPT가 등장하고, 세계 각국의 초거대 AI가 출시되고 공개를 앞두고 있다. 치열한 AI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초거대 AI를 개발한 나라는 현재 미국, 중국, 이스라엘 그리고 우리나라 등 4개국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5개 기업(네이버, KT, SKT, LG, 카카오)도 개발에 뛰어 들어 안정성과 고도화에 힘쓰고 있다. 앞으로 초거대 (생성형)AI의 진화가 크게 주목된다. 

챗GPT가 대중화되면서 새로운 고급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컴퓨터에 질문을 가장 최적화되게 하여 답을 얻어내는 디자이너다. 이 사람은 직원 수 명의 일을 해낼 수 있다. 인력에 투입되는 비용을 상당 부분은 절약을 하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가능하다. 국내에서 프롬프트 엔지니어 자격증 제도가 생겨나고, 이들의 연봉도 수 억 원에 이를 것이다. 

챗GPT 열풍이 불고 많은 시민들이 관심이 높아질 때 서울디지털재단은 시민을 대상으로 특강을 실시했다.
챗GPT 열풍이 불고 많은 시민들이 관심이 높아질 때 서울디지털재단은 시민을 대상으로 특강을 실시했다.

AI 미래, 사용자 중심 인공지능(UCAI)

2023년 1월 30일 전경련 컨퍼런스홀에서 사용자중심 인공지능 창립 포럼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UCAI(User Centric Artificial Intelligence)라는 단어는 생소한 용어이다. UCAI는 사용자 중심의 목적을 달성하는, 사용자 중심으로 통합된, 사용자 정보를 보호하는 인공지능을 의미한다. 빅테크 중심 인공지능 개발에 따른 독점과 격차 심화 문제를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둔다. 

자동차, 컴퓨터, 미디어 등이 큰 기업 및 조직 소유물에서 개인 소유물로 발전해온 것처럼, 인공지능 소유와 개발 및 활용을 사용자에게 줘야 한다는 사회적 비전이자 실천 과제다. 이날 키노트 연설은 현대 인공지능 아버지라 불리는 위르겐 슈미트후버 교수가 ‘AI for AII(모두를 위한 인공지능)’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독일의 컴퓨터 과학자, 머신러닝의 선구자이다. 

그는 기조강연에서 “AI는 이미 인간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고 있다”며 “10년마다 AI 비용은 10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고, 모든 사람이 저렴하고 강력한 AI를 소유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삶을 개척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사용자 중심 인공지능의 설계자인 박경양 공동의장은 ‘초개인화 AI 서비스로 균형적 발전과 신경제 질서 구축 및 데이터의 사용자 주권’을 강조했다. 

빅테크 플랫폼은 자본, 데이터, 고급인력, 대규모 고객 접점(PC·모바일 앱) 등을 기반으로 디지털 독과점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로 인한 승자독식, 데이터 독점, 과다 수수료 등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양극화 문제가 국내외적으로 이슈가 된다. 이것은 디지털 전환시대에 디지털 격차 문제와 함께 등장한 새로운 양상의 사회 문제가 아닐 수 없고, 이를 혁신해야 한다. 

인공지능의 아버지라 불리는 스위스 루가노대, 사우디아라비아의 KAUST대 위르겐 슈미트후버 교수는 UCAI 포럼의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포럼 창립식에서 'AI for ALL'을 강조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아버지라 불리는 스위스 루가노대, 사우디아라비아의 KAUST대 위르겐 슈미트후버 교수는 UCAI 포럼의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포럼 창립식에서 'AI for ALL'을 강조하고 있다.

데이터는 경제의 오일이다. 사용자 중심이 된다면 데이터 자체가 사용자가 어떤 기업에 모든 것을 일방적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가 사용자한테 모이게 만드는 것이다. 데이터의 흐름 자체가 180도 다르게 된다. 사용자 데이터가 집적되면 그것을 통해서 이뤄지는 다양한 분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서 인공지능 서비스가 만들어지게 되는데, 이것이 UCAI이다. 

UCAI의 ‘AI Sharing’은 기존의 중앙집권화의 틀을 깨고 또 다른 AI 혁명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혁신기술은 상호 연결되어 융합되고 시너지가 확산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뉴노멀 시대에 빅테크 중심이 아닌 누구나 디지털·AI 기술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용자 중심의 ‘AI 공유(Sharing)’가 디지털 양극화를 해소하는 솔루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필자는 작년 9월 사우디 글로벌 AI 서밋에서 참석해서 서울시의 AI 알고리즘 개발 사례 키노트 연설을 하고, 올해 2월 UAE에서 개최된 2023 세계정부서밋(WGS)에 참가한 바 있다. UAE는 2017년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 특임장관을 임명했고, 사우디는 미래도시 네옴시티의 비전 셀링을 하고 있다. 이렇듯 중동에서는 모래바람 대신 AI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디지털플랫폼정부 위원회를 발족하고, 지난 4월 ‘새로운 대한민국 디지털플랫폼정부 실현계획’을 발표했다. 인공지능과 데이터로 만드는 세계 최고의 디지털플랫폼 정부의 비전과 오직 국민을 위한 정부, 똑똑한 원팀 정부, 민관이 함께 하는 성장플랫폼, 믿고 안심할 수 있는 플랫폼 정부의 핵심 추진 과제를 설정하고 연차별 세부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례로 국민의 일상부터 특별한 순간까지 함께 하는 ‘알아서 맞춤형으로 배달하는 혜택 알리미’, 서류제출의 허비시간을 줄이기 위한 ‘관공서 첨부서류 제로화’,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공장 간편 인허가 서비스’ 등을 혁신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인공지능으로 24시간 똑똑하게 봉사하는 정부’의 슬로건은 기대되는 부분이다. 

디지털 신기술의 혁신 속도가 빨라지고, 초거대 AI가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궁금하다. 디지털 전환기를 넘어 디지털 심화기에 접어들었다. 급변하는 디지털 기술환경 특히 초거대 AI가 가져올 변화는 또 다른 혁명이 될 것이다. 우리도 보금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펭귄부족의 우화를 되새기며 장기적 안목의 AI로 가득찬 디지털 혁신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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