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세계] 우주 만물의 원리 꿰뚫어본 윌리엄 블레이크·스티브 잡스 만남 
[예술 세계] 우주 만물의 원리 꿰뚫어본 윌리엄 블레이크·스티브 잡스 만남 
  • 오재학  전 주호치민 총영사
  • 승인 2023.09.18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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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작은 것, 낮은 것을 하찮게 여기고 무시합니다. 하지만 아주 작은 씨앗(seed)속에 무한한 생명력  (잠재력)이 숨어 있고, 낮고 겸손한 자가 나중에 높아집니다. 보잘 것 없이 땅에 떨어진 어두운 시기를 잘 견뎌내면 풍성한 열매를 맺게 됩니다. 고난을 이기면 밝은 날이 찾아옵니다. 이것이 자연의 신비요, 인간사의 오묘한 진리입니다. 이러한 과정이 통찰력과 혜안의 원천이고, 창의력의 근간이 됩니다. 

윌리엄 블레이크
윌리엄 블레이크

18~19세기 영국 낭만주의 시인이자 화가인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는 보통사람들이 하찮게 여기는 것들 속에서 우주만물의 신비와 위력을 꿰뚫어 봤습니다. '순수함의 전조(징조)'라 는 제목의 블레이크 시 도입 부분입니다. 

< Auguries of Innocence>:
- To see a world in a grain of sand(한 알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보며)
- And a heaven in a wild flower(한 송이 들꽃 속에서 천국을 본다)
- Hold infinity in the palm of your hand(그대 손바닥 안에 무한을 품고)
  *And eternity in an hour~( 찰나의 순간 속에 영원을 보라)

들라크루와(Delacroix), 프리드리히(Friedrich), 터너(Turner), 블레이크(Blake) 등으로 대표되는 낭만주의 화가들은 합리주의, 이성주의에 기초한 신고전주의 화풍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그들은 인간의 감성과 무의식, 색채감각 등 내적, 정서적 측면에 치중한 그림을 그렸습니다. 자연의 신비와 사물의 다양성, 독창성 등이 중심 주제였습니다. 고딕, 바로크, 로코코, 신고전주의에 나타난 통일된 양식을 거부했는데 특히 블레이크는 지나치게 독창적이고 신비적이고 몽환적인 그림을 그려 가장 난해한 작가로 평가받았습니다. 

그가 성경 이외의 책은 읽어본 적이 없어, 인문학적 소양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토록 고정된 테두리를 거부하고 자유분방한 감성세계를 묘사한 낭만주의 화풍은 후일 인상주의와 야수주의 화풍 탄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스티브 잡스
스티브 잡스

블레이크, 당대에 인정 못받고 나중에 위대한 예술가로 평가 받아

블레이크는 양말공장 직공의 아들로 태어나 독학으로 글을 배우며 시도 쓰고 그림도 그린 입지전적인 아티스트입니다. 그의 미술 작품들은 지나칠 정도로 상징적이고 비유적, 계시적인 것들로,너무 난해하여 인정받지 못하고 경멸과 혹평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는 시대의 선각자요 아방가르드(avant- garde) 예술의 선도자였으나, 동시대에는 인정받지 못했고 그의 표현력과 창의성, 철학적, 신비주의적 안목도 철저히 무시당했습니다. 그렇게 당대 사람들에게는 폄훼당했지만, 후일 예술사의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를 통해 영국이 배출한 위대한 예술가로 평가받았습니다.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에 입각해 'Think different!'라는 구호를 내세웠던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예술에 심취하여 수시로 그의 그림을 감상하고 시를 탐독하였습니다. 블레이크처럼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밟지 못한 동질감도 있었다지만, 잡스는 블레이크의 정신세계에 깊이 빠졌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첨단 과학의 산물인 스마트폰을 만든 잡스가 이성과 논리를 혐오하고, 뉴튼(Newton)의 과학을 폄훼한 신비주의, 상징주의 예술가 블레이크를 그토록 좋아했다니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잡스는 블레이크의 예술을 통해 수많은 영감(inspiration)과 통찰(insight)과 상상력(imagination)을 살찌울 수 있었습니다. 인문학적. 미학적 창조의 매력에 목말랐던 잡스는 하찮고 보잘 것 없는 속에서 우주만물의 원리를 꿰뚫어 본 블레이크의 예지력을 배운 것입니다. 

인류 역사는 비주류, 무명예술가들로부터 시작해 비난과 멸시, 천대 등 온갖 역경을 견뎌낸 창조적 소수(creative minority)에 의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그들은 온갖 고난과 역경, 실패를 불퇴전의 용기와 끈기로 넘어섰습니다. 신약을 한가지 개발하려면 평균 20000번의 실패를 거쳐야 하고, 다이슨(Dyson) 진공청소기 발명을 위해 5700번의 실패가 있었답니다. 한번 세운 목표를 향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매진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기적입니다. 

블레이크에게 영감을 받아 애플 스티브 잡스의 최첨단 창조물로 이어진 것은 한마디로 'failing forward'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실패하면서도 조금씩은 전진합니다. 블레이크는 인생 행로에서 때로는 난관에 직면하고 실패를 경험할 수 밖에 없는 우리 인간에게 용기를 잃지말라는 의미 있는 일깨움을 던져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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