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미의 트렌드 읽기] 코로나 위기 속에서 종교 존재감 줄어드나
[이근미의 트렌드 읽기] 코로나 위기 속에서 종교 존재감 줄어드나
  • 이근미  미래한국 편집위원 ·소설가
  • 승인 2023.09.18 14: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 독감과 코로나가 재유행하면서 마스크를 벗었던 사람들이 긴장하고 있다. 코로나로 고통받았는데 앞으로 또 어떤 질병이 인류를 위협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위기가 닥치면 절대자를 찾는 발걸음이 늘어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코로나 이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종교 인구가 줄어드는 추세였는데 재난과 위기 상황에서도 반전은 없었다. 

펜데믹이 본격화했던 2020년 여름, 미국의 퓨리서치센터가 경제 선진국 14개국을 대상으로 ‘코로나19가 종교와 가족에 미친 영향’을 조사했다. 미국인의 28%는 팬데믹으로 인해 신앙이 더 강해졌다고 답했다. 한국, 영국, 프랑스, 호주는 10%, 일본은 5%, 스웨덴 3%, 덴마크 2%만이 신앙심이 더 커졌다고 답했다. 14개국의 평균은 10%였다. 

팬데믹으로 인한 개인의 종교적 신앙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응답은 14개국 평균 85%였고 한국은 79%였다. 팬데믹으로 인한 종교적 신앙이 약해졌다는 답변은 14개국 평균 3%였는데 한국은 14개국 중에 가장 높은 9%였다. 코로나가 신앙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조사의 결론이다. 

한국만 살펴보면 코로나로 인해 신앙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답변이 79%, 신앙이 강해졌다는 답변이 10%, 신앙이 약해졌다는 답변이 9%였다. 결론적으로 코로나와 한국 사람의 신앙은 별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교에 관심없다

2021년 5월 한국갤럽이 발표한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 보고서’를 보면 종교 인구가 점차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만 19세 이상 1500명에게 ‘현재 믿는 종교가 있는지’ 물었을 때 ‘있다’는 응답은 40%, ‘없다’는 응답은 60%였다. 

종교인 비율은 1984년 44%, 1989년 49%, 1997년 47%, 2004년 54%로 계속 늘었다. 하지만 2004년 이후 하향세를 그리기 시작했고, 가장 큰 원인은 ‘청년층의 무관심’이었다. 

각 세대별 통계를 보면 20대의 종교 이탈 비율이 가장 컸다. 2004년 20대의 45%가 믿는 종교가 있다고 답했지만 2014년 31%로 줄었다. 2021년 20대에게 종교를 믿느냐고 물었을 때 22%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참고로 60대 이상의 종교인 비율은 59%이다. 

2021년 우리나라 종교 인구 분포는 무교 61%, 개신교 17%, 불교 16%, 천주교 6% 순이다. MZ세대의 종교 인구만 따로 살펴봤을 때 개신교 비율이 가장 높다. 개신교는 20대 14%, 30대 19%로 전체의 33%가 MZ세대이다. 불교는 20대 4%, 30대 6%로 전체 신도 가운데 MZ세대가 10%에 불과했다. 천주교는 전 연령대가 3~8%로 고른 분포를 보였다. 

비종교인이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무관심’이었다. 비종교인의 절반 이상(54%)이 ‘종교에 관심없다’고 답했다. 무관심의 원인은 종교에 대한 불신과 실망(19%), 정신적·시간적 여유가 없어서(17%), 나 자신을 믿기 때문(8%) 순이었다. 무종교라고 응답한 사람 가운데 25%가 과거에 종교를 믿었던 사람이다. 

팬데믹 이후 가족 유대관계는 이전보다 조금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퓨리서치가 ‘팬데믹 이후 가족 간 유대가 강화되었느냐’고 질문했을 때 14개국 평균 32%가 ‘강화되었다’고 답했다. 스페인 42%, 이탈리아, 영국, 미국이 41% 순이었다. 

우리나라는 18%만이 ‘가족 유대관계가 강해졌다’고 답해 14개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반대로 ‘유대관계가 낮아졌다’는 답변은 10%나 되었다. 큰 변화가 없다는 답변이 72%로 가장 많았다. 
팬데믹 속에서도 종교인이 늘어나지 않은 건 ‘신에게 맡기기보다 내가 위기를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젊은 세대가 점점 종교와 멀어지는 이유는 종교가 그들의 욕망과 필요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지금 바로 해결해야 할 일이 많고 당장의 성과가 급한 MZ세대와 종교의 도도한 흐름은 일단 속도에서 불협화음을 일으킨다. 

내가 위기를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

종교와 멀어진 MZ세대의 관심을 끄는 건 무엇일까.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김용섭 소장이 쓴 ‘라이프 트렌드 2022’에서는 MZ세대가 종교와 멀어진 대신 운세, 타로, 점성술, MBTI, 각종 심리테스트에 관심을 쏟는다고 분석했다. 

2017년 8월부터 2021년 8월까지 4년간 구글 트렌드를 살펴보면 ‘별자리, 출생일 차트, 타로, MBTI’ 키워드가 전체적인 상승세였는데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더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졌다. 전 세계적으로 타로에 대한 관심도가 가장 높았고 그다음이 별자리, MBTI, 출생일 차트 순이었다. 

한국 결과만 봤을 때는 MBTI에 대한 관심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국내에서 타로는 그다지 존재감이 없고 운세에 대한 관심도 과거에 비해 하락했다. 혈액형과 별자리에 대한 관심은 이전과 비슷했다. 

통계와 조합을 따져 확률을 가늠하고 싶은 MZ세대의 합리적 욕구에 타로와 MBTI가 충분하지는 않지만 부응하는 면이 있는 듯하다. 자신이 어떤지, 상대가 어떤지, 상황을 피해야 할지, 대응해야 할지, 곧바로 해결하고 싶은 조급증을 조금이나마 덜어준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코로나 위기가 종교심을 높이지 못했다는 결론이다. 믿을 곳은 나 뿐이고 모든 건 내가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높은 시대이다. 변종 바이러스와 이상 기후로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서 종교의 존재감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