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글로벌 3大 악재가 몰려오고 있다
[심층분석] 글로벌 3大 악재가 몰려오고 있다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4.06.09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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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동 리스크와 미 연준의 금리인하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인플레이션 재상승, 强달러 지속, 차입금리 인상 등의 부작용이 예상된다.” 
지난 4월 30일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요동치는 세계경제, 긴급 진단’ 세미나에서 강태수 KAIST 교수의 주장이다. 강 교수는 ‘정부는 컨틴전시 플랜을 준비해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이란 예상치 못한 긴급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사전에 만들어 놓는 위기 대응 계획을 말한다. 우리 경제가 우발적인 비상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이날 세미나에서 기조 발제를 맡았던 국제경제 분야 최정상 싱크탱크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아담 포센 소장은 “올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는 없거나, 한 차례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해서 충격을 줬다. 

포센 소장은 오히려 내년에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이같이 전망하는 근거로 “미국의 중립금리(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없이 잠재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는 금리) 수준이 오르는 반면 물가는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포센 소장은 중장기 금리 상승 기조에 대비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그는 “G7과 중국의 국방·탄소·산업정책 재정소요 확대, 중국자금의 서방국가 유입 감소, 위험 기피 현상 감소 등에 따른 미국 국채 수요 감소 및 생산성 제고에 따른 중립금리 상승으로 미국의 10년물 국채 실질금리는 향후 수년간 우상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조 강연하는 아담 포센 美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장 / 연합
기조 강연하는 아담 포센 美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장 / 연합

돌발적 경제 위기 상황 대비해야

이러한 전망이 충격적인 것은 최근 우리 경제의 수출이 회복되면서 경기 불황의 바닥은 탈출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분기 우리 경제의 활력은 대미 수출의 급증과 교역조건 개선에 따라 회복되고 있다는 분석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문에 대해 현대경제연구원 최근 보고서 ‘경기 회복 기대감 속 수출-내수의 경기 양극화. 3.26’는 적절한 인사이트를 주고 있다. 보고서는 “향후 외수 주도의 경기 회복이 시작될 것이라는 긍정적 시나리오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등장했던 많은 다양한 리스크의 경우처럼 새로운 리스크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전제”라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최근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대외 여건을 감안할 때 새로운 메가 리스크 발 경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비관적 경기 시나리오의 가능성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즉 소비와 건설투자 등 내수 시장 수요 의존적 부문의 건전성과 내구성을 높여 튼튼한 경기 안전판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경제 전문가들이 보는 시각도 대체로 비슷했다. 세미나에서 이일형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미국 금리인하 시점 지연, 엔 캐리 트레이드 수요의 불확실성, 아시아 화폐에 대한 매도 포지션 지속,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달러 선호 현상 등 당초 예상치 못한 복병이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고유가·고물가·고금리가 지속될 경우 내수 부진과 기업 수익성 악화로 경기 회복이 상당 기간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컨틴전시 플랜(위기대응계획)을 사전에 강구해 글로벌 리스크의 국내 전이를 차단하고 경영활력 제고 노력으로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 경제는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전체 수출 증가율의 50%를 점하면서 이를 중심으로 수출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이는 삼성과 SK의 공급량 축소에 의한 가격 상승 효과가 있음을 무시하기 어렵다. 

즉 반도체 대기 수요가 끝나고 나면 실제로 새로운 수요가 등장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전망이 확실하지 않다. 더구나 국내외 고금리와 강달러는 국내 자본재 투자와 수입을 어렵게 한다. 기술 혁신에 의한 시장 확대가 아니라면 지정학적 불안과 중국발 경기 침체로 현재의 수출 호조를 계속 장담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된다. 실제로 국내 경기는 지난 1분기 반도체 수출의 감짝 상승으로 경기 회복의 신호가 아니냐는 전망을 낳기는 했으나 2분기 들어 기업들의 경기전망(BSI 지수)는 100이하로 하락했다. 

지난 4월 24일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usiness Survey Index)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24년 5월 BSI 전망치는 94.9로 전월(98.6) 대비 3.7포인트(p) 하락했다. 

BSI 전망치가 전월 대비 하락한 것은 지난 1월 이후 4개월 만이다. BSI 전망치는 기업들의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지표다. 지수가 하락한 것은 중동발 사태에 대한 위험 인식이 크다는 것이 한경협의 설명이다. 

1997년 IMF 금융위기는 개혁을 추진할 수 없었던 통치권 공백이 초래했다.
1997년 IMF 금융위기는 개혁을 추진할 수 없었던 통치권 공백이 초래했다.

중국 경제의 유동성 함정

중국 경제의 심화되는 디플레이션도 우리 경제에는 큰 위협이다. 

지난 5일 한국무역협회 무역 통계에 따르면 2023년 대중 수출은 1248억 달러(약 166조 원)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7%였다. 
대중 수출 비율이 20%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4년(19.6%) 이후 19년 만이다. 중국의 불황이 심화되어 대중 수출이 급격히 하락한다면 최근 늘어난 대미 수출의 효과 상쇄를 불러온다. 
더구나 중국을 상대로 하는 반도체 수출 비중이 대중 수출의 79.7%에 달하고 있고,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비중이 97.2%로 매우 높다는 점은 중국의 경제 침체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함을 보여준다. 

현대경제연구원의 같은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 경제는 유동성 함정에 빠져 디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에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거나 경기 전환점을 돌아 회복 국면에 진입해도 경기 개선 속도가 미약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주요 정책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하면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여 경기 진작을 도모 중이나, 물가는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국면이 장기화되고 있는 모습이라는 것. 실제로 중국 정부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2년, 중국인민은행을 통해 LPR(1년 만기)과 지급준비율을 지속적으로 인하하면서 내수 활성화를 도모하였지만 생산자물가는 2022년 10월부터 2024년 1월까지 16개월 연속, 소비자물가도 2023년 10월 이후 4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 중이다. 

이는 전형적인 디플레이션(물가가 하락하는 현상)으로, 이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소비와 투자 심리를 위축시켜 시장 수요를 감소시키고 이것이 다시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플레이션을 조기에 극복하지 못하면 중국은 일본식의 장기 불황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등장했다. 지난 2월에도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은 증가세를 이어갔으나 중국에 대한 수출이 감소세를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을 극복하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 전체 수출 경기가 빠른 회복을 보이기 어렵다고 보고서는 판단했다. 국내 건설업 침체, 신용경색 위험 

우리 경제가 비록 해외 수출에서 불확실하기는 하나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내수는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고금리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혹한기가 지속되면서 건설업계의 불황이 기업 도산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중이다. 이 문제가 우려스러운 이유는 건설업체들이 대규모의 부동산 PF 부채들을 갖고 있다는 것이고, 분양 침체와 건설 자재비 인상으로 건설업체들의 이익구조가 악화되면서 금융기관들에 잠재적인 뇌관이 되고 있다는 점에 있다. 

결국 미국의 고금리는 국내 고금리와 묶여 있고,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강달러가 수입 원자재 가격을 폭등시키는 구조가 국내 건설, 부동산업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일 레미콘 업계에 따르면 올 초 수도권 레미콘업체 대표들은 수도권 지역의 레미콘 공급가격을 종전(8만8700원) 대비 5.6%(5000원) 오른 9만3700원으로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이밖에 시멘트는 12%, 골재는 7~8%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건축비는 평균 전년 대비 12% 이상이 오른 상황이다. 한편 한국 가구의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8년 138.5%에서 2022년 203.7%로 지난 10여년간 꾸준히 높아졌다. 

이는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에서 부채원리금 상환에 필요한 지출이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가계들이 고금리 상황에서 주택담보 원리금 상환에 실패할 경우 깡통 부동산들이 속출하면서 은행들과 건설사들의 재무구조는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한국은행은 올 초 이 문제에 대해 금융시장 안정 보고서를 통해 무역분쟁 심화 및 국내 주택가격 하락이 수출감소, 건설투자 위축 등 실물 경로를 통해 금융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무역분쟁이 심화되는 경우에는 미국, 중국 등 관련 국가의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우리나라는 이들 국가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관련 기업을 중심으로 매출액이 감소하면서 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기업 종사자들의 소득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것. 

이는 가계와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을 떨어뜨리고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국내 주택가격의 하락도 담보가치 하락 등을 통해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을 감소시키며 건설투자 위축 및 건설사의 수익성 악화를 야기할 수 있다. 

이는 가계 및 기업의 신용리스크를 증대시켜 금융기관의 자본적정성을 저하시킬 수 있으며 이러한 대내외 리스크 요인은 실물경로뿐만 아니라 국내외 투자심리를 약화시켜 주가 하락, 회사채 신용스프레드 확대, 환율 상승 등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금융기관의 자산가치와 자본적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전제로 국내 금융기관들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한 결과, 무역분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주택가격이 동시에 하락하면 대부분의 금융업권에서 규제기준을 상회하기는 하지만, 자본비율이 크게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회사의 경우 자본비율이 2018년말 261.2%에서 테스트 기간중 최저 156.5%로 가장 크게 하락(-104.7%포인트)했다. 다음으로 증권회사(-179.4%포인트, 하락률 -30.0%), 저축은행(-3.1%포인트, -21.9%), 은행(-2.9%포인트, -18.5%) 등의 순으로 자본비율이 크게 하락하였다. 

업권내 그룹별로 세분화하여 테스트 결과를 살펴보면, 은행의 경우 지방은행의 자본비율이 시중은행보다, 증권회사의 경우 대형 증권회사의 자본비율이 중소형 증권회사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폭 하락하였다. 보험회사의 경우에는 생명보험회사와 손해보험회사의 자본비율이 비슷하게 하락하였다. 

최근 불확실한 대내외 경제 여건은 돌발적 위기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 불확실한 대내외 경제 여건은 돌발적 위기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노동개혁, 규제개혁 강력히 추진해야

국내외 경제 상황의 불확실과 리스크가 축적되면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에서 모순들이 한번에 터져 나오게 된다. 과거 97년 IMF 외환위기가 그랬다. 정쟁으로 인해 국내 통치권에 공백이 초래되는 상황이라면 정책적 대응이 더 늦기에 이러한 돌발 리스크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전개되기 마련이다. 

실제로 김영삼 정부 시절, 통치권 공백으로 기아차 문제를 정책적으로 처리하지 못하는 과정에서 외환위기가 왔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려면 사회적 안전판을 더 튼튼히 하는 동시에 노동개혁과 규제개혁을 통해 우리 경제의 생산성과 효율을 높여야 하는 것은 회피할 수 없는 정책적 선택이 된다. 

이와 관련 최병일 한국고등교육재단 사무총장이 국제 세미나에서 한 주장은 음미해 볼 만하다. 그는 “미·중간의 패권경쟁에 따른 지정학적 위기와 함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한 압력이 향후 강해질 것”이라며 “한국이 중진국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성장을 이뤄냈던 것은 무역대국을 성장했기 때문인데, 현재 이러한 성장의 룰이 흔들리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 사무총장은 “과거 국제 정세를 이끌었던 G20의 컨센서스가 지나고 서방 중심의 G7으로 질서가 재편되는 모양새인데, 한국은 이러한 변화가 벌어지는 동안 의미 있는 개혁을 이뤄내지 못 했다”라며 “노동개혁과 연금개혁 등을 통해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사이클을 만들어내는 것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차피 경제 개혁은 어려울 때 해야 한다. 구조조정이라는 수술대 위에 올라가는 것은 어려운 결정이지만, 이를 회피하면 제2의 IMF 외환위기가 다시 온다는 것은 이미 경험으로 자명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위기 앞에 여야가 함께 협치하는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개혁에 대한 의지가 확실해야 함도 당연하다. 대통령은 의회가 아니라 국민에게 직접 책임을 지는 존재이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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