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 하면 생각대로 될까?
생각만 하면 생각대로 될까?
  • 미래한국
  • 승인 2009.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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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장동건과 비가 틈만 나면 ‘생각만 하면 생각대로 비비디 바비디 부’라고 노래 부른다. 국내 한 통신업체의 광고라는 걸 알지만 워낙 자주 듣다보니 정말 생각만 하면 생각대로 될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생각만 하면 생각대로 다 된다.”이 얼마나 달콤하고 환상적인 말인가. 생각만 하면 생각대로, 모든 게 다 이루어진다면 세상은 과연 어떻게 될까. 처음 얼마 동안은 좋겠지만 곧 모든 게 심드렁해지지 않을까. 요즘 ‘긍정적인 생각’을 강조하는 자기계발서가 유행이다. 공전의 히트를 친 자기계발서들도 ‘생각대로 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어떤 책은 목표를 정하고 매일 그 꿈을 노트에 쓰기만 하면 몇 년 후에 그대로 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공부는 안 하지만 자신의 꿈을 노트에 적는 일만큼은 거르지 않는 어린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나는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자칫하면 인간의 힘으로 모든 걸 이룰 수 있다는 인본주의, 뉴에이지 사상에 빠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물론 생각대로 된다는 광고가 나와도 우린 세뇌되지 않는다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실제로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생각대로 된다고 외치는 모델 자신이 엄청난 송사에 휘말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최근에 인터넷을 강타한 ‘MR 사건’만 해도 그렇다. 네티즌들은 아이돌 그룹 개개인의 노래실력이 궁금하다며 음악반주가 녹음된 MR(Music Recorded)을 제거한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 반주를 빼고 순수하게 목소리만 들었을 때 음정불안이나 숨소리까지 가감 없이 드러났다. 순식간에 가수들 간에 가창력 순위가 매겨지면서 일대 파란이 일었다.몇 년 전만 해도 댄스가수들의 립싱크가 용납됐다. 댄스를 하려면 숨이 차 노래를 잘 부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라이브는 당연하고 MR을 제거했을 때 누가 더 완벽하게 부르느냐를 따지는 세상이 됐다. 연예인들이 휴식기를 거치고 다시 등장할 때 얼굴이 달라지는 예가 많다. 연예인들이 어쩔 수 없이 성형 사실을 고백하는 것은 네티즌들이 유치원 사진부터 최근 사진까지 모두 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숨기고 싶어도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게 IT강국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연예인이 아닌 이른바 명사들도 생각대로 되지 않아 수난을 당하는 예가 많다. 작년에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낸 유명 미술인이 겨우 메모 수준 글을 대필작가에게 넘겼다가 된통 당했다. 대필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그 미술가의 경험인양 감정이입을 하여 책을 완성했고, 그 사실을 일간지에 고스란히 토해놓는 바람에 그 미술가는 곧바로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장관 후보자들의 논문 표절 사건을 지켜보면서 빙산 전체를 깨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학력 위조자들이 여기저기서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계급장 떼고 나섰을 때 자신이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 스스로 돌아 보라. 역시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생각대로 다 된다면 아이돌 가수들은 가창력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성형외과를 줄기차게 드나들어도 겁낼 필요가 없다. 글 쓰는 재주가 없어도 책을 척척 내고, 논문 표절쯤이야 들킬 이유가 없다. 학력은 위조할 필요도 없이 가고 싶은 대학은 어디든 척척 붙겠지.‘생각대로 다 된다’는 것은 결국 인간의 욕망과 인간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말이다. 무엇이든 다 갖고 싶지만 마음대로 안 되는 세상. 해결책은 공급처를 바로 알고 올바른 것을 구하는 데 있다. 제대로 쓰임받기 위해서는 뜻을 세우는 단계부터 하나님의 영광에 부합되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올바른 비전을 세운 다음에는 그 꿈을 이루어주실 주체에게 끊임없이 도우심을 구해야 한다. 길 떠나면 시도 때도 없이 고난과 좌절이 따를 테고, 그 난관을 극복하는 가장 큰 해결책은 다름 아닌 기도이다.생각만 하면 생각대로 된다는 노래가 쉴새 없이 나오고, 믿기만 하면 꿈이 이루어진다는 책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행동하지 않고 생각만 하다가 좌절하는 인간이 양산되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것은 기우일까.#이근미 편집위원·소설가 gosus@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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