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르렁거리던 처칠도 역사의 뒤안길로…”
“으르렁거리던 처칠도 역사의 뒤안길로…”
  • 미래한국
  • 승인 2009.04.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물사진의 거장 KARSH(카쉬) 展
▲ Yousuf Karsh, Winston Churchill, gelatin silver print, 1941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서 5월 8일까지 사진을 단순한 이미지가 아닌 한 인물의 영혼까지 투영시켜 찍는 것으로 유명한 사진작가 유섭 카쉬(Yousef Karsh). 미국 보스턴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던 그의 작품 약 70여점이 지난 3월부터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소개되면서 사진에 관심이 많은 학생, 일반인, 전문가들을 매혹시키고 있다. 유섭 카쉬는 1908년 터키령의 아르메니아 공화국에서 출생해 2002년 작고할 때까지 윈스턴 처칠·오드리 헵번·알버트 슈바이처·아인슈타인·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등 20세기 최고의 인물들을 사진 화폭에 담아낸 사진계의 거장이다. 파란만장했던 20세기 초중반 역사적 현장을 누비면서 유명인사들의 초상을 찍은 카쉬의 작품에는 역사와 함께 맞물려 살아갔던 인물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져 있다. 2차 세계대전 동안 겪은 마음의 상처로 ‘상처받을 것 같은 연약함’이 얼굴에 묻어 있는 배우 오드리 헵번, 2차 대전에 임하면서 승전에 대한 불굴의 의지를 보여준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 까만 눈동자에 흑진주 같은 매력을 발산한 존 F. 케네디(제 35대 미국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 또렷하면서도 확신에 차 있는 2차 세계대전의 전쟁 영웅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의 젊은 모습이 카쉬의 사진을 거쳐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인물의 내면을 포착하기 위해 카쉬가 들였던 노력은 실로 대단했다. 카쉬는 처칠의 강인함을 포착하기 위해 1941년 캐나다 의회에서 연설을 한 처칠을 직접 찾아갔다. 연설자 대기실에서 처칠을 기다리고 있던 카쉬는 2차 대전에 임하는 처칠과 영국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처칠이 물고 있던 시가를 빼앗아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으르렁거리는 처칠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 사진의 제목은 ‘으르렁거리는 사자’. 이 사진은 ‘LIFE’지의 표지로 쓰이게 되고, 처칠 사진으로 카쉬는 그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알리게 된다. “인류 문명이 곧 3차 세계대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믿었던 프랑스의 고명한 카톨릭 작가 프랑수아 모리아크의 초상을 찍기 위해 카쉬는 모리아크를 창가로 데리고 가서 가정부에게 침대 시트를 빌린 후 이것을 반사판으로 이용해 모리아크의 엿모습을 실루엣으로 찍어내기도 한다. 카쉬는 또한 곱슬곱슬한 수염만큼이나 고집스러운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를 만나기 위해 1971년 7월 26일 쿠바 혁명 기념일에 쿠바를 찾기도 했다. 혁명이 가져다 주는 이익을 설파하던 카스트로를 3시간 반 가량 촬영한 끝에 카쉬는 눈빛이 이글거리는 젊은 혁명가 카스트로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 Yousuf Karsh, Sophia Loren, chromogenic print, 1981
카쉬는 더불어 전쟁이 한창이던 1943년 유명인들을 찾아 노르웨이의 화물선을 타고 최초로 간 장거리 사진 촬영 여행에서 독일 나치의 공격에도 런던에 머무르면서 국민의 사랑을 받은 엘리자베스 공주(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상도 찍는 등 거장의 모습을 찍기 위해 거장다운 노력을 부단히 했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런던 여행 이후 카쉬는 이동식 조명 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는 곳을 다 자신의 스튜디오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게 된다. 이러한 자신감은 세계 곳곳을 찾아다니며 유명인 초상을 찍은 카쉬의 작품에 투영돼 있다. 역광이 비치는 골방에서 등을 보이며 돌아선 채 첼로를 연주하고 있는 한 첼리스트의 사진은 사진 한 장으로 한 사람의 일생을 보여주는 명작이다. 관능미의 스타였지만 후에 연기파 배우로 거듭나며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프랑스 배우 소피아 로렌의 여유로운 웃음을 머금은 사진도 압권이다. 스타의 단순한 이미지가 아닌 그들의 진정한 내면을 보여주고자 각종 연출을 시도했던 거장 유섭 카쉬의 노력 덕택에 관람객들은 그의 사진 속에서 시대를 풍미했던 거장들의 인생을 생각해 볼 수 있게 됐다. 5월 8일까지. #서은옥 기자 seo0709@fukorea.co.kr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