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둡다 불평 않고 스스로 촛불 되어 세상 밝히는 분”
“세상 어둡다 불평 않고 스스로 촛불 되어 세상 밝히는 분”
  • 미래한국
  • 승인 2009.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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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조지 부시 대통령 직속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 강영우 박사 아내 석은옥 회장
▲ 석은옥 회장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순종해 명문가 일궈
“장애, 벌 아니라 하나님께 더 큰 영광 돌릴 예비된 기회”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기독교정신에 근거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한인여성단체인 ‘아름다운 여인들의 모임’의 석은옥 회장.

석 회장의 남편 강영우 박사는 완전실명의 장애를 극복하고 한국 최초의 맹인박사가 되어 조지 부시 행정부 당시 한인으로는 최고위직인 대통령직속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를 7년 간 역임, 인간 승리의 모델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도전을 준 명사다.

석 회장의 큰 아들(진석)은 아버지의 실명을 고치겠다는 어릴 때 꿈대로 하버드대를 나와 워싱턴에서 유명한 안과의사로 일하고 있고 작은 아들(진영)은 아버지에 이어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입법담당 특별보좌관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두 며느리는 각각 산부인과 의사와 변호사다. 석 회장 자신은 지난 28년간 시각장애자 특수교사로 활동, 미국여성명사인명사전에 올랐다. 한마디로 석 회장의 가정은 명문가다.

석 회장에게 이렇게 많은 복을 받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석 회장은 이렇게 답했다.
“완전맹인이며 고아였던 강영우 학생에 대한 저의 작은 사랑의 실천을 하나님이 기쁘게 보셔서 많은 복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하나님이 저를 예쁘게 봐주신거죠.(웃음)”

석 회장이 10살 때 교회에 처음 나가 제일 먼저 배운 것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가르침이었다. 인정이 많아 어려운 사람만 만나면 도와주었던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커왔고 천성적으로 불쌍한 사람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가진 석 회장에게 ‘이웃사랑’의 가르침은 그녀가 맹인이었던 강영우 박사를 사랑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거기에는 석 회장의 순종도 있었다.

석 회장이 강영우 박사를 처음 만난 것은 1961년 5월이다. 당시 숙명여대 영문과 1학년이었던 석 회장은 걸스카우트 단원 지도자 훈련을 받고 있었는데 그 모임에 당시 서울맹학교에 다니던 맹인 소년 강영우가 모금한 돈을 받기 위해 온 것이다. 그가 돈을 받고 버스정류장으로 돌아가려 할 때 석 회장은 자신이 안내하겠다고 벌떡 일어섰다.

“그 자리에 15명의 크리스천 여대생들이 있었는데 성령님께서 특별히 제 마음에 강한 감동을 주셔서 용기를 내 안내하겠다고 일어선 것입니다.”

강영우 학생의 손목을 잡고 버스정류장까지 안내하며 그가 축구공에 맞아 실명을 했고 부모님과 누나가 죽어 고아라는 것 등을 알게 되었고 맹학교에 와서 책을 읽어달라는 요청을 기쁘게 받아들이며 석 회장과 강 박사와의 만남의 끈은 이어졌다.

1년 간의 자원봉사 후 석 회장은 강영우 학생의 누나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석 회장은 6년 간 강영우 학생의 누나가 되어 맹학교는 물론 일반 사회에서 누구나에게 누나 동생으로 소개했고 그녀의 집에도 그를 자주 데려 오고 같이 영화관과 영어학원, 시장 등을 다니기도 했다.

혹시 같이 다니면서 주변사람들이 쳐다보고해 창피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창피하지 않았어요. 아주 즐거웠죠. 하나님이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했으니 시력이 없는 사람을 안내하는 것은 당연한거죠. 둘이 같이 가는데 어떤 사람이 내 앞에서 침을 뱉은 적도 있어요. 당시 맹인을 보면 재수없다고 침을 뱉었죠. 또 버스를 타려는데 맹인이라고 밀어내서 못 탄적도 있어요. 그 사람들이 잘못된 거에요.”

▲ 영부인 로라부시 여사는 그녀에게 “강 박사의 아내로 평생 주님의 선한 사업을 하고 계신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석 회장은 맹인 동생 강영우의 누나를 하며 시작장애인들을 위한 한국 교육 여건이 너무 부족하다는 현실을 절감하면서 영어교사의 꿈을 접고 ‘시각장애자 교사’라는 새 비전으로 미국에서 1년 간 시작장애자 교육을 위한 연수를 받았다. 미국에서 맹인기관 관계자들을 만났고 그녀는 미국의 유명한 여류작가인 펄벅 여사로부터 ‘세상이 어둡다고 불평하지 않고 스스로 하나의 촛불이 되어 세상을 밝히는 분’이라는 칭찬을 얻기도 했다.

미국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석 회장은 결혼을 위해 선을 몇차례 보다 당시 연세대 1학년에 입학한 강영우 박사의 청혼을 받았다. 맹인 동생을 돕는 좋은 누나까지는 가능하지만 평생을 같이 살아야 할 남편으로까지? 강 박사가 대학을 졸업하려면 3년 반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러면 석 회장의 나이 29세가 되고 졸업 후 과연 계획대로 미국유학을 갈까? 하지만 석 회장은 청혼을 받아들였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석 회장과 강 박사는 1972년 2월 26일 결혼을 했고 이 결혼은 ‘아가페 사랑 10년만에 연상의 여인, 수재맹인학사와 결혼’이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로 신문에 날만큼 일반인에게 특이한 것이었다.

미국으로 유학와 지금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석 회장은 강 박사의 지팡이로, 강 박사는 석 회장의 등대로 하루하루 감사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왔고 그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큰 감동과 도전을 받고 있다.

석 회장은 장애는 하나님의 벌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특별히 뭔가를 이루고자 예비한 기회라며 이것을 이겨내면 더 큰 영광을 하나님께 돌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영우 박사는 시력을 잃고 재활을 시작하면서 사도 바울의 신앙을 배웠습니다. 사도 바울에게도 불치의 병을 하나님이 주셨는데 바울은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 ‘내 약함이 곧 강함’이라는 신앙을 가졌죠.”

▲ 안과의사로 변호사로 훌륭하게 자란 두 아들과 함께한 강영우 박사
실제로 강 박사는 1983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국제로터리 세계대회에서 “나의 실명은 장애가 아니라 하나님의 사명을 수행하는 도구입니다. 실명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실명 때문에 순수한 인간애와 숭고한 봉사정신으로 나의 반려자가 된 아내를 비롯,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인간승리자로 되는 데 필요한 인간천사들도 만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라며 자신의 첫번째 국제무대연설을 했다.

석 회장의 본명은 석경숙이다. ‘석은옥(石銀?)’이란 이름은 남편 강영우 박사가 1968년 12월 22일 청혼 후 지어준 이름으로 30년 인생계획을 담고 있다.

석 여사와 강 박사가 처음 만난 1961년부터 첫 10년은 맨발로 돌밭을 걸어가는 것과 같은 시련과 역경을 극복하는 석(石)의 시대, 다음 10년은 행복하고 단란한 가정을 꾸미고 공통된 이상을 실현해 나가는 은(銀)의 시대, 나머지 10년은 하나님께 영광 돌리고 사회에 봉사하는 옥(?)의 시대를 보내자는 것이다.

1991년 옥의 시대가 끝나고 지금 석은옥 여사의 이름은 ‘석은옥주’다. 1992년부터 하나님이 부르시는 날까지의 삶은 주님이 인도하시는 대로 사는 주(主)의 시대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30년은 우리들이 계획한 것을 실천하면서 살아왔는데 1992년부터는 우리가 계획하지 않고 하나님이 인도하시는대로 살려고 합니다. 그래서 제 이름이 석은옥주입니다(웃음)”

석 회장은 2006년 ‘아름다운 여인들의 모임’을 창립해 활동하며 주의 시대를 보내고 있다.
‘아름다운 여인들의 모임’은 그동안 미국 양로원 정기적 방문, 가정폭력 피해 여성돕기, 한인자녀 장학금 지급, 한인장애인 교육기관·한인여성 셀터제공기관 지원, 한인독거노인 장례금 지원, 한인여성 이민수기·한인 어머니 수기 공모 및 시상, 국제결혼가정 선교회 버지니아 지부 후원 등의 활동을 해왔다.

석 회장은 두 아들에게 했던 것처럼 이번 여름에는 할머니로 손녀를 직접 두 교회 여름성경학교에 데리고 다니며 기독교 신앙 정체성을 심어주는 데도 애쓰고 있다.

“내 스스로에게 기쁜 것은 내 인생에서 나의 모든 것을 바쳐서 한 사람을 열정적으로 사랑했다는 것입니다.” #

워싱턴·이상민 특파원genuinevalu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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