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만든 ‘쇼’ 같은 세상 통렬한 비판
TV가 만든 ‘쇼’ 같은 세상 통렬한 비판
  • 미래한국
  • 승인 2009.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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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성찰 없는 미디어세대를 위한 기념비적 역작 ‘죽도록 즐기기’

닐 포스트먼 作, 홍윤선 譯, 굿 인포메이션 刊, 2009

매일 이메일을 확인하고, 메신저로 채팅을 하고, TV 뉴스를 시청하는 등 우리는 날마다 인간이 생산해 낸 미디어 환경에서 살아간다. 특히 TV를 통해 생산되는 대중문화 상품들은 우리의 의식과 감각을 하루가 멀다 바꾸고 있다. 그렇지만 새로운 소통도구와 문화를 그저 좇거나 향유할 뿐, 그것의 속성과 정체성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미디어 비평의 대가 닐 포스트먼은 ‘죽도록 즐기기’라는 책에서 텔레비전이라는 매체 자체가 표현해 내는 담론의 성격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저자는 텔레비전이 오락물을 전달한다는 점이 아니라 텔레비전이라는 매체 형식 자체가 모든 담론을 ‘오락화’시킨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미디어 비평서이기도 하고, 미디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이론서이기도 하며, 미디어세대들의 대중교양서이기도 하다. 1985년에 처음 발간됐으나 닐 포스트먼의 아들인 ‘앤드류 포스트먼’이 2005년에 ‘20주년 기념판’으로 재출간한 것을 홍윤선 웹스테이지 대표(전 미래한국 편집위원)가 번역해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한 것이다.

이 책은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의 1장과 2장에서는 말과 문자, 인쇄 등으로 표현되는 과거매체의 속성과 매체 속성에 따라 인간의 인식기관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분석한다. 이후 5장부터 마지막장까지는 텔레비전의 출연으로 사람들의 인지환경이 어떤 식으로 급변했으며, 이로 인해 사회 각 분야가 어떻게 쇼 비즈니스의 부속물로 변질됐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인쇄 문화 지배 하에서 공공 담론은 사실과 이해를 논리정연하고 질서 있게 전개시키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모르스가 발명한 전신을 언론사에서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정보가 하나의 상품으로 변모해 갔다”고 꼬집었다.

「모르스가 1844년 5월 24일 최초로 전신 회선을 개통한 지 불과 4년 후에 AP통신이 설립되었으며, 어디서 와서 누구에게 가는지도 알 수 없는 뉴스가 전국을 종횡무진 누비기 시작했다. 이제 전쟁, 범죄, 사고, 홍수와 같은 것들이 이른바 ‘오늘의 뉴스’로 등장했다.」 (114p)

저자는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뉴스와 정치인들의 토론, 예배 중계, 심지어 교육적인 내용도 모든 담론을 오락화시키는 텔레비전의 매체 형식에 따라 ‘쇼 비즈니스’로 전락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닐 포스트먼은 “TV 뉴스는 교육적이지도 않고 시청자의 교양과 정서를 함양하는 형식도 아닌, 오로지 잘 생기고 상냥한 뉴스 진행자가 나와 유쾌한 재담을 나누고 자극적인 타이틀 음악으로 긴장을 조성하는 등 오락적인 구성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더 나아가 “뉴스가 오락물처럼 그럴 듯하게 포장될 때, 뉴스 정보는 불가피하게 ‘허위 정보(오해하도록 유도하는 정보,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지만 실제로는 엉뚱한 쪽으로 이끌어 가는 정보)’로 귀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저자는 “청소년들이 자기 시대의 문화적 상징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학습을 지도하는 일이 중요하다”면서 인류의 미래를 예언했던 앨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이 책을 마무리한다.

「멋진 신세계에선 사람들이 자신이 생각 없이 웃고만 있다는 사실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자신이 무엇을 보고 웃는지, 왜 생각을 멈추었는지 모르기 때문에 고통스러워한다.」 (248p) #

서은옥 기자 seo0709@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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