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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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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칼럼] 이성원 청소년 도서재단 이사장
▲ 이성원 청소년 도서재단 이사장


연말에 친구 몇이 모여 앉아 돌아가며 한마디씩 했다.

투표 않는 사람

누가 뭐라하든 투표 않는 친구가 있다. 성격상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한가지 예외가 있다. 공산계가 나올 때만은 꼭 투표에 참가한다. 그 이유는 이랬다.

북한에서 해방을 맞았다. 인민위원회가 공포정치를 연출했다. 경찰서에선 연일 비명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해방군으로 들어온 소련 병사는 차림새부터가 거지중의 상거지였다. 돈대신 군표를 내놓고선 아무거나 가져갔다. 공장에 있던 기계도 하나 남김없이 다 뜯어갔다. 밤이 되면 일본인들을 수용한 학교에 따발총을 멘 병사들이 떼로 몰려 가 사창굴 드나들듯 했다. 자기는 공산주의자가 집권하는 것은 절대로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상에서 가장 길었던 세대

한 친구는 동시대인을 대표해 자신의 세대가 The Longest Generation였다고 선언했다.

 국교 때 해방, 중학 때 대한민국 건국, 고교 때 6.25와 인공(人共), 대학 때 전쟁, 20대 때 4.19와 5.16, 3, 40대 때 한강의 기적, 5, 60대 때 올림픽과 월드컵, 70대 때 OECD DAC(개발원조위원회)가입과 UAE 원자력발전소 건설 수주.

 인류 역사상 아마도 한 세대에 이렇게 지옥에서 천국까지 가는 긴 여정을 겪어 본 세대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새옹지마 인생

한 친구는 이런 얘길 했다. 뭐가 복이 되고 뭐가 화가 될는지 아무도 모른다. 인간사 모두가 새옹지마다. 공과대학에 들어 갔지만 책 살 돈이 없어 연거푸 두 번이나 낙제를 했다.

그런 실력으로 취직이 될 리 없었다. 집을 지어 보기로 했다. 당시 온 천지가 전쟁으로 폐허가 돼 집 수요가 무한했다. 면허고 뭐고 상관없이 아무나 집을 짓는 시절이었다. ‘한강의 기적’이 한창 진행 중이던 시절, TV 속의 한진희처럼 모두가 ‘바쁘다, 바빠’하며 펄펄 뛰어다녔다. 집을 짓다 보니 건축 자재도 생산하게 되어 공장 터도 마련하게 됐다. 개발 붐이 불면서 땅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취직해 가지고 엄두도 못 낼 돈이 들어왔다. 이렇게 잘 살게 된 게 다 나라가 잘 된 덕이라고 했다.

사생관

한 친구는 성인병에 걸리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담담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 자기가 없어서는 안 될 무슨 사업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또 꼭 끝장을 보고 싶은 연구 과제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런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한 친구가 자기도 비슷한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희망찬 2010년

한 친구는 연말의 원자력발전소 수주를 보며 다시 한국에 대운이 트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 세계적 불황기에 지난 해 경상수지 흑자 430억불,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건설」400억불 수주, 그리고 금년 G20 정상회의 개최의장국, 도쿄대학의 한국연구센터 개설 등 끝이 없다.

그 대단한 미국의 GE회사가 우리 원전 건설에 하청업자로 참여한다는 대목에서 그는 목이 메어 했다.

우리가 살아서 이런 세상을 보고 가게 된 것이 얼마나 기쁘냐며 모두가 건배했다. #

이성원(청소년도서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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