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설제와 은행나무
제설제와 은행나무
  • 미래한국
  • 승인 2010.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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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예칼럼] 김기선 서울대 식물생산과학부 교수
▲ 염해

지난 1월 초 전국적으로 눈이 엄청 많이 왔다. 필자도 1시간이면 충분한 출근을 3시간 반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학교에 도착한 것이 기적 같다. 최근 유례없는 폭설로 일단 염화칼슘부터 듬뿍 뿌리고, 공무원들은 총동원돼 삽질에 나서는 것이 서울시내 곳곳에서 빚어진 현상이다.

서울시는 60만 포대(1만5,000톤, 25kg 기준) 염화칼슘과 소금을 살포했고, 경기지역도 1만3,000톤을 뿌렸다. 염화칼슘은 습기를 흡수하면서 녹는데 이때 수분을 자신 무게의 최고 14배까지 빨아들이며 녹고 이때 나오는 열이 주변의 눈을 다시 녹인다. 염화칼슘에 녹은 물은 섭씨 영하 54.9도가 되어야 다시 언다. 따라서 눈을 녹이는 데는 효과가 매우 크다. 물먹는 하마라는 습기제거제로도 쓰인다.

하지만 주위의 가로수들이 뿌리로부터 수분을 흡수하는 데 지장을 받게 된다. 따라서 나무들이 쇠약해지면 병해충 저항성이 떨어지고 고사에 이를 수도 있다. 지난 여름 통일로의 은행나무 100여 그루가 고사한 것도 토양조사 결과, 겨울 폭설 때 뿌려진 염화칼슘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자동차를 녹슬게 하고, 콘크리트를 부식시키기도 한다. 예년 같으면 눈이 자연히 녹거나, 물로 씻어내 제거했지만 잇따른 한파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 화분 밑에 달라붙은 염
성수대교 붕괴의 주범도 염화칼슘이라는 설이 있다. 서울대 내의 은행나무들도 지난 2년 동안 많은 피해를 보고 있는데 이도 제설제로 염화칼슘을 많이 뿌렸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토양 내의 염도가 높으면 나무의 뿌리가 수분을 흡수하려 해도 토양 입자들이 수분을 잡고서 놓지를 않는다.

이를 생리적 한해(physiological drought)라고 한다.

또한 흡수된 염들이 잎의 끝에 가서 축적되면서 타서 죽게 한다. 집에서 화분에 식물을 키울 때 수돗물로 계속 주다보면 수돗물 속의 소독제인 클로로 칼키에 의하여 잎이 타게 되는데 이도 염화칼슘과 유사하다. 이때는 화분에 물을 듬뿍 주어 토양 속의 염들이 밑으로 씻겨 내려가게 해 주면 회복된다.

이처럼 우리 생활에도 어떤 면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만 나중에 보면 부작용이 따르는 것들이 많다. 따라서 지식과 지혜가 모두 필요하다.#

김기선 서울대 식물생산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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