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백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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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10.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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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의 편지] 이성원 청소년도서재단 이사장
▲ 이성원 청소년도서재단 이사장


친구들 모임에서 ‘백세시대’ 얘기가 나왔다.


롤러 코스터 백년 인생

한 친구는 인생을 롤러 코스터에 비유했다. 전반은 낑낑대며 힘겹게 올라간다. 정점에 가까이 오면 속력이 좀 줄었다가 꼭대기에서 잠깐 주춤하고, 내리막길에 들어서면 정신 못차리게 곤두박질친다.

우리 인생, 50세까지는 공부며 일, 그리고 가정 꾸리기에 힘겨운 오르막 길이고, 꼭대기에 다다른 후 10년, 60까지는 좀 느슨했다가, 그후 40년간은 브레이크 고장난 차처럼 가파른 언덕길을 무섭게 굴러 내린다. 인생은 롤러 코스터다.


4계절 백년 인생

다음 친구가 얘기를 받았다. 인생에도 4계절이 있다. 25세까지가 봄이고 50세까지가 여름, 75세까지가 가을이고, 그 다음이 겨울이다. 옛 사람들은 춘하추동 4계절에 색깔을 배분했다. 봄엔 ‘푸를 청(靑)’, 여름엔 ‘붉을 주(朱)’, 가을엔 ‘흰 백(白)’, 그리고 겨울엔 ‘검을 현(?)’이다. 천자문 첫줄이 ‘失地?黃’이다. ‘하늘은 검고 땅은 누렇다’. 겨울에 ‘검을 흑(黑)’자를 안주고 ‘?’자를 준 것은 겨울은 그냥 암흑이 아니라 하늘 같이 넓고 깊은 ‘블랙’ 홀의 기운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75세 이후의 인생에는 세상만사를 다 삼키고 다시 토해내는 저력이 있다.


나라의 백년 인생

옆에 있던 친구가 대한민국의 백년 인생을 점쳤다.

1948년에 태어나서 미처 혼자 걸음마도 못 하는 2살 때에 된통 홍역에 걸려서 한 때 목숨까지도 염려 되었지만, 용케 병을 이기고 오히려 면역이 생겨 그 후로 다시는 그런 전염병에 안 걸리고 청년기 25년, 장년기 25년을 건장하게 모범생으로 자랐다.

태어난 지 50년 되던 1998년, 너무 오랜 건강으로 면역력이 다 떨어지는 바람에 이번에는 난치의 암에 걸렸다. 두 번째 시련이고 나이도 있어 치료에 애를 먹었으나 그간 길러온 체력이 주효하여 10년 걸려 2008년 환갑 해에 완치를 보고 다시 건강을 되찾았다.

50년 등산하면 그후 10년을 정상에서 피로를 회복하고 체력을 다져야 하는 건데, 그간 암 투병으로 10년을 허비하고 말았다. 대한민국 백년 인생은 이제 앞으로 40년을 우리의 2세들이 다시는 그런 병에 걸리지 않도록 백방 경계하며 어른스러운 나라로 키워 선진국 무대에 내놓아야 한다.


우리들의 백년 인생

우리 모두 겨울 계절에 들어서 있다. 백년 전반이 물질에 매여 있던 시절이었다면, 후반 50년은 정신면에 기울여 보아야겠다.

우리 세대는 지옥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천국에 와 있다는 것을 우리들은 뼈저리게 안다. 저 앞에서 놀고 있는 손자 아이들처럼 자질구레한 근심 걱정 다 털어 버리고 내 마음 내키는 일에 골똘히 빠져 보는 것이 어떨까.

그렇게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가는 것 외에 무슨 방법이 또 있을까. 이제 와서 어떻게? 왜?를 따져본들 뭐에 쓸 것인가.
나도 그렇게 한마디 거들고 차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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