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잊게 하는 원추리
슬픔을 잊게 하는 원추리
  • 미래한국
  • 승인 2010.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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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예칼럼] 김기선 서울대 교수(식물생산과학부)


원추리는 백합과에 속하는 식물로서 매년 이른 봄 땅속으로부터 싹이 나와 자라면서 여름인 7~8월에 노란계통의 꽃을 피우고 가을이 되면 다시 지상부는 죽는 숙근초이다.

원추리의 학명인 Hemerocallis는 ‘하루의 아름다움’이란 뜻이고 영명도 ‘daylily’로서 아침에 꽃이 펴 저녁에 지는 것을 잘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꽃이 지고 나면 다음날 다른 꽃이 또 피어나 여름 내내 오랫동안 꽃을 계속 볼 수 있는 것이 마치 우리의 나라꽃인 무궁화와 비슷하다. 어린 싹은 삶아 나물로 먹고 근경도 옛날에는 녹말을 내 식량으로 썼던 구황식물이기도 하다.

이 원추리의 다른 이름은 망우초(忘憂草)로서 슬픔을 잊게 하는 꽃이라는 뜻이다. 시름을 잊게 하는 꽃에 대한 전설도 있다. 어버이를 여의고 너무 슬퍼 늘 무덤가를 배회하며 허송세월하던 아들이 있었다. 어느 날 시름에만 잠겨 아무 일도 못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원추리를 무덤가에 심었다고 한다.

그 결과 시름에서 벗어날 수가 있어서 다시 일을 열심히 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도 시집살이가 서러워 장독대 옆에 원추리를 심어 이를 바라보며 서러움을 잊으려 했다는 옛날 며느리들에 대한 얘기도 전해진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시름을 잊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약효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천안함 사건과 관련하여 유가족은 물론 나라 전체가 분노와 슬픔에 잠겨 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슬픔을 잊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심수봉은 ‘무궁화’라는 노래에서 ‘이 몸이 죽어 한 줌의 흙이 되어도, 하늘이여 보살펴 주소서, 내 아이를 지켜 주소서’ 라고 나라를 위해 죽은 자들에 대해 기원하면서 또한 ‘무궁화 꽃이 피는 건 이 말을 전하려 핀단다.

참으면 이긴다. 목숨을 버리면 얻는다. 내일은 등불이 된다. 무궁화가 핀단다’ 라고 미래에 대한 확신을 보여주고 있다. 여름이 벌써 온 것 같이 날이 더워졌다. 원추리와 무궁화도 더 빨리 필 것 같다. 올해의 원추리와 무궁화는 다른 느낌을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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