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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10.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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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칼럼] 청소년도서재단 이사장


한국장학재단에서 멘토 의뢰가 왔다. 장학생 7~8명에게 1년간 인생지도를 해달라는 것이다.


150명의 대표


해방 이듬해 중학교에 들어갔을 때 교장선생님이 하신 훈화가 가슴에 깊이 새겨졌다. “너희들은 이제 우리 국민 150명의 대표가 되었다.” 문맹률이 90%를 오르내리던 당시 중학생은 전 인구의 150분의 1에 해당하는 지식층에 속했다. “너희들은 앞으로 150명의 동포를 도와야 하는 책임이 생긴 것이다.”

중학을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었을 때 그 때 생각이 떠올랐다. “25세까지는 배우고, 50세까지는 일하자. 그리고 그 후 25년을 동포 150명을 위해 봉사하는 일을 하여보자."

나이가 쉰을 넘은 80년대 중반, 생업으로 하던 일이 얼추 끝나게 되었다. 자, 이제 무슨 일로 봉사를 할 것인가. 그간 회사에도 다녀보고 자영업도 하여 보았으나, 그렇게 20, 30년을 지내봐도 그런 일에는 도통 자신감도 안 생기고 전혀 즐겁지도 않았다. 대학 때 학비도 없고 마음 붙일 곳도 없어 ‘인생철학’ 공부에 매달렸었다. 내가 지금 마음으로부터 안주할 수 있는 곳은 그 때 공부가 유일한 터전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 그 때 배운 걸 가지고 우리 젊은이 150명의 정신교육에 봉사하여 보자.


즐거운 봉사일


‘한강의 기적’ 세대는 나라 덕에 모두가 작은 목돈이 생겼다. 그 돈을 기금으로 중고교와 군부대에 도서 기증하는 일을 시작했다. 이제까지 15만권을 보냈다. 그 책을 읽은 젊은이 1,000명 가운데 한 사람만 거기서 뭔가 인생에 큰 깨달음을 얻는다면, 15만권 도서는 150명 우리 청소년에게 커다란 봉사를 한 셈이 될 것이었다.

도서 기증한 곳엔 강연도 간다. 500여 곳에 책을 보내고, 600여 곳에 강연을 갔다. 이 일은 나에게 감도 잡히고 즐겁기도 했다. 적성에 맞는 일을 찾은 것이었다.


대학생 멘토링


여러 금융기관에 흩어져 있던 학자금 대여 업무를 나라에서 ‘한국장학재단’에 통합했다. 단순히 융자업무를 효율화하는 목적 외에, 이 기회를 이용하여 ‘인재를 육성’하는 기능을 여기 접목시키려는 커다란 목표가 추가된 것이다.

일반 수혜자는 취업 후 융자금을 상환해야 하지만, 특히 우수한 학생에게는 상환 의무 없는 장학금으로 지급된다. 이 장학생들을 대상으로 멘토를 붙여 나라의 중추로 키워보려는 것이 재단 이사장 이경숙 전 숙대 총장의 포부다. 첫 해인 올 한 해 3조 원의 재원으로 일반 40만 명, 장학생 10만 명의 학생들에게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내가 어떠한 멘토링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나는 대학교수도, 기업인도, 사회 지도급 인사도 아니다. 내게 있는 리소스(resource)를 따져 보았다. 시간과 돈과 책, 그리고 젊은이 150명을 도우려는 평생의 목표가 있다. 시간과 돈은 남들도 할 수 있는 항목이니 그렇다 치고, 책에 대해서는 조금은 남보다 강점을 지니고 있다.

20년간 도서재단을 운영하며 개성에 따라 추천할 수 있는 도서 목록을 갖추고 있다. 그 책을 꼭 읽어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다. 시중에 없는 책이라도 내 서고에서 내줄 수가 있다.

그리고 책을 통해 우리 청소년을 도우려는 나의 정열을 얹혀 줄 수 있다. #

/이성원 청소년도서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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