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잡초
  • 미래한국
  • 승인 2010.06.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예칼럼] 김기선 서울대 교수(식물생산과학부)
▲ 쇠비름


▲ 쇠뜨기
어제 귀가하면서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게시판에 보니 아파트 내 잡초 제거를 위해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것이 눈에 띄었다. 드디어 잡초와의 전쟁이 선포되는 시점인 것이다. 일반인들은 잡초하면 어느 유명가수가 부른 유행가를 먼저 또 올린다.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 이름 모를 잡초야 한 송이 꽃이라면 향기라도 있을 텐데 이것저것 아무것도 없는 잡초라네’

말 그대로 잡초는 잡스러운 풀로 노래 가사처럼 가진 게 없어서 인간에게 별로 줄 것이 없는 풀들이다. 정의에 의하면 잡초란 ‘인간이 원하지 않는 곳에서 자라는 원하지 않는 풀’을 말한다. 참 비참한 표현이다. 철저히 버림받은 풀이다. 아카시아와 칡같이 나무인 경우는 잡목이라고 한다. 드라마에 보면 버림받은 여인들이 더 모질게 다시 서는 것처럼 잡초는 생활력이 강하다. 물이 모자라도, 추워도, 더워도, 많이 밟아도 잘 자란다. 잘 자라지 못하면 이미 잡초가 아니다.

▲ 민들레
정원이나 산소에 나는 잡초를 캐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잡초라고 다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민들레, 쑥, 쇠뜨기 등은 약효와 기능성이 잘 알려져 있다. 또한 민들레와 클로버 등은 고속도로변에 잘만 키우면 관상용으로도 좋다. 목장에서 목초인 것이 잔디밭에 나 있으면 잡초가 된다. 잡초도 종류가 다양한데 일년생 잡초로는 바랭이, 피, 새포아풀, 쇠비름, 명아주 등이 있고 다년생 잡초로는 민들레, 질경이, 갈대, 쑥 등이 있다. 전자는 지상부만 자르거나 죽이면 되나, 후자는 지하부가 살아 있어 다시 싹을 내 밭을 덮게 된다. 따라서 뿌리까지 뽑아내거나 아니면 약이 뿌리까지 이동해서 죽이는 이행성 제초제를 써야 한다. 단자엽식물인 잔디밭에 나는 클로버나 쑥 같은 쌍자엽잡초만 죽이는 ‘이사디’나 ‘반벨’ 같은 제초제가 이행성 제초제이다. 모든 풀을 다 죽이는 식물 전멸약이 있는데 지상부만 죽이는 ‘그라목손’이 있고, 뿌리까지 다 죽이는 ‘근사미’도 있다. 후자는 이행성 제초제이다.

▲ 질경이
최근에는 잔디밭에 나는 서양풀이나 새포아풀까지도 죽이는 ‘파란들’이라는 선택성 제초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제초제는 물에 타서 주는 수화제, 유제, 액제는 뿌리는 도구가 있어야 되나, 입제로 된 것은 그냥 손으로 뿌려만 주면 되기 때문에 편하다. 하지만 작은 면적인 경우는 쭈그리고 앉아서 잡초를 뿌리까지 캐내는 것이 배에 살도 뺄 겸 (?) 효과적이다. ‘나도 사회의 잡초는 아닐까?’ 하고 반성하면서 잡초를 뽑다보면 정신적 수양도 될 것 같다. #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