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년 세월
앞으로 10년 세월
  • 미래한국
  • 승인 2010.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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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칼럼] 이성원 청소년도서재단 이사장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살 건지, 그런 얘기를 좀 같이 해보자. 친구들 모임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

젊어서는 하루가 짧고, 1년이 길었다. 그러나 나이 들면서 하루가 길어지고, 1년이 짧아졌다. 베이컨의 이 말을 괴테는 이렇게 받았다. 젊어서는 세월 속에 담긴 것이 많아 길게 느껴지고, 나이 들면 담긴 것이 적어 짧게 느껴진다고. 우리 나이가 되면 10년은 정말 눈깜짝할 사이다. 한 친구가 운을 떼었다.


정신과의의 후반생 방침


60이 지나면서 이때까지의 전반생과 획을 긋기로 작정했다. 일과 돈벌이, 그리고 자녀 교육의 짐을 이제 거의 벗었다. 후반생 30년의 과제를 체크해 보았다.

노후 가계, 부모 병구완, 내외 건강, 푹 빠질 취미와 흉허물 없이 지낼 친구들, 대개 이런 문제가 떠올랐다.

삶의 끝을 의식하며 살아가야 할 때다. 이제부터는 “해야 할 일” 보다 “하고 싶은 일”에 초점을 맞추자. 젊어서는 잘 몰랐지만,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다.


종과 개체, 국가와 개인

자연은 ‘종(種)’의 보존에는 신경을 쓰지만, ‘개체’의 보존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국가도 ‘나라’의 보존에는 신경을 쓰지만, ‘개인’의 보존에는 무신경하다.

6·25 때 ‘서울 사수’ 방송만 믿고 가만히 엎드려 있다가 아버지 할아버지가 모두 납북된 친구는 집을 살 때도 꼭 뒷문 달린 집을 산다. 나라는 개인을 지켜주지 않는다는 국가의 생리를 너무나 뼈저리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나라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한 나라 ‘여권’의 위력을 사무치리만큼 보아 왔기 때문이다. 그런 일이 두 번 있었다. 한번은 6·25 때다. 전쟁이 나자 미국 여권 가진 사람만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것을 보았다. 또 한번은 이라크 전쟁 때다. 전쟁이 나자 이웃 나라 난민 수용소에 각국 사람들이 다 갇혔는데, 모든 선진국 국민들을 다 제치고 한국 여권 가진 사람만이 KAL기로 그곳을 떠날 수 있었다.

집안의 두 기둥이 다 납북되고, 서울 잔류파라고 부역자 취급을 받고, 납북자 가족이라고 여권도 잘 안 내주는 설움을 겪으며, 고2로 졸지에 여섯 식구의 가장이 되었어도, 아무 데도 기대지 않고 살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세상살이에 활로가 열리는 것을 경험했다.

루신(魯迅)의 말대로 나라에 대한 희망도 절망도 다 착오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국가는 국가가 지키고 개인은 개인이 지켜야 한다는 진실을 깨달을 것이다.


한 구석을 비추는 자

인정기미에 어두워 남과 어울리는 일에 도통 취미가 없는 친구가 있다. 그중에서도 제일 흥미가 없는 분야가 정치판이다. 그런 그가 지난 좌파정권 10년 동안에는 정치 집회에 부지런히 쫓아다녔다. 해방 때 이북에서 인민위원회 하는 짓을 보고 6·25 때 인공이 하는 짓을 보고 이건 안 되겠구나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이제 막을 내렸으니 발을 씻고 다시 제 방으로 돌아왔다. 앞으로 10년, 전에 하던 대로 150명의 젊은이를 돕는 일을 계속한다. 좋은 책을 골라 힘닿는 데까지 학교며 군부대에 보낸다. 찾아 가서 해설도 한다. 그 책들을 읽은 젊은이들 가운데 150명만이라도 깊은 감명을 받아 큰 인물이 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기원한다. 해방 당시 중학 이상의 교육을 받은 이는 전 인구의 150분의 1에 불과했다. 그 때 중학생이 된 이는 150명을 도와야 할 책임이 있었다.

어느 고승의 말에 이런 구절이 있다.

“한 구석을 비추는 자, 그가 나라의 보배로다.” 나는 150명의 귀퉁이를 비추는 자가 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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