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는 정크문화에 휘둘리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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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10.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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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교회 다니면서 그것도 몰라?’ 저자 조성돈 교수


▲ 한국교회의 종교성 회복이 시급하다고 주장하는 조성돈 교수
3년 전 통계청이 2006년 인구통계자료를 발표했을 때, 개신교 측에서는 큰 충격을 받았다. 가톨릭 신자는 급증한 반면에 개신교 신자는 줄어든 현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작년 11월 실시한 ‘2009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에서 한국교회를 신뢰하는 정도가 19.1%로 나타났으며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이 33.5%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런 결과는 2008년 조사 결과보다는 향상된 것이기는 하지만, 기독교에 대한 신뢰도가 타종교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것이 한국교회의 현실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더구나 지난 10여년에 걸친 국가·사회적 혼란기에 한국교회의 역할에 대해 기대를 걸었던 많은 국민들이 그 마음을 거둬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조선 말기, 일제강점기 그리고 해방과 6·25전쟁의 혼돈시대를 지나오며 우리 민족의 정신적 지주로서 한국교회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교회는 소명과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를 비판받는 처지가 됐다.

7월 말 서울 신반포중앙교회에서 ‘교회 다니면서 그것도 몰라?(국제제자훈련원)’라는 신앙의 기초 다지기에 관한 책을 내 화제가 된 조성돈 교수(목회사회학·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를 만났다. 기독교 신앙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고 더구나 사회적 문제를 기독교적 신앙으로 수용하기는 더욱 어려워하는 한국교회 성도들의 입장을 돕기 위한 이 책은 어느 면에서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아이러니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보인다.

독일에서 ‘목회사회학’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온 조 교수는 현재 대학 강의 외에 목회사회학연구소 소장,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교회신뢰회복네트워크 본부장, 미래목회포럼의 자문위원 그리고 기독교 매체의 고정 칼럼리스트 등 다방면의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 그는 8월 19, 20일 양일간 분당 지구촌교회에서 목회사회학연구소와 5개 관련단체가 주관해 교회 목회자들과 상담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살예방학교’를 개교하기 위해 한참 분주하다. 재작년에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와 공저로 ‘그들의 자살, 그리고 우리’라는 자살에 관한 서적을 출간해 사회적 관심을 일으킨 바 있으며 자살예방에 기여한 공로로 자살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학술상을 받기도 했다.

교회와 사회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목회사회학’이라는 독특한 분야를 전공한 조 교수는 최근의 한국교회 현상 그리고 교회를 둘러싼 사회현상들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궁금했다. 최근 교회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몇 가지 사회적 이슈들을 질문해보았다.


청년들을 쫓아낸 구도자예배

- 최근 출간한 ‘교회 다니면서 그것도 몰라?’란 책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극동방송에서 ‘신앙기초 다지기’라는 프로그램으로 방송했던 원고를 정리해서 낸 책인데, 의외로 반응이 좋아 저도 놀랐습니다. 기독교의 핵심을 알지 못하는 새 신자들에게 기독교를 안내하는 수준의 책인데 기존 교인들도 좋아한다는군요. 벌써 3판을 찍었습니다.

- 그럼 한국교회 성도들의 신앙 기초가 충분치 않다고 보아야 할까요?

한국교회가 어느 면에서는 부실한 측면도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듭니다만, 자기 신앙을 점검한다는 차원에서 이 책은 기존 성도들에게도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 한 공개 세미나에서 ‘구도자 예배’에 대해 언급하면서 ‘교회에서 청년들이 쫓겨나고 있다’고 말했는데, 한국교회의 교세가 줄어드는 현상이 교회의 목회 방침에도 기인된다고 생각합니까?

교인수가 줄어드는 현상을 한두 가지의 이유로만 국한할 수는 없지만, 지난 몇 년간 한국교회를 휩쓸어온 ‘구도자 예배’에 대한 반성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배와 찬양’을 중심으로 드려지는 예배가 전통적 형식을 허물고 찬양을 통해 주님의 영성을 받아들인다는 측면에서 현대의 새 신자들에게 교회의 담을 뛰어넘는 기회를 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신앙의 또 다른 측면인 거룩함과 엄숙함이라는 종교성을 외면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현대의 청년들이 기대하는 종교성이 상실됐다는 말입니다. 그 결과, 가톨릭이나 불교를 찾는 크리스천들이 늘어난 것이지요. 최근의 교회 예배가 시끄럽다고 매도할 수는 없겠지만 사람들이 소란스러운 교회 예배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 청년들을 위해 시작한 구도자 예배가 오히려 청년들로부터 배척받는다는 말이군요.

이제 흥미위주의 교회 예배는 지양해야 합니다. 청년들의 심령 깊은 곳에서도 종교성을 갈구하는 영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합니다. 그래서 최근 미국에서는 ‘이머징 워십(emerging worship)’이라는 예배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전통적 예전(禮典)의 회복을 추구하며 삶과 진리, 거룩함, 영성, 절대성 등을 예배 가운데 기대하는 것이지요. 예배는 공연이나 쇼가 아닙니다. 예배와 신앙의 고전적 가치를 찾아가야 합니다. 이 예배운동의 대표적 리더가 우리나라도 방문한 적이 있는 댄 킴볼(Dan Kimball. 조지폭스복음주의신학교 교수)입니다. 이러한 예배를 통해 거룩함과 신비함이라는 종교성을 갈구하는 청년들을 다시 교회로 이끌어야 합니다. 교회에서 쫓겨난 청년 교인들을 다시 불러들여야 합니다.

- 강단에 찬양시설을 한다고 십자가를 내린 교회들도 있습니다만…

그것은 구도자 즉 새 신자들을 배려해서 십자가와 같은 기독교적 상징들을 숨겨놓은 것이지만, 재미 있는 것은 한국교회에서 구도자 예배가 절정에 달해 있을 때 오히려 교인수가 줄었다는 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겠습니까? 개신교는 일반 대중들이 종교에 대해 갈구하는 측면을 깨닫지 못했고 그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것이지요.

교회는 이제 사람들에게 묵상하며 자기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어야 합니다. 현대 지식인들이 교회를 떠나는 현상은 이러한 진지함이 교회에서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한국 전통의 예배를 통해 구도자 이후의 시대를 진지하게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이 문제가 시급한 것은 급속히 진행되는 ‘고령화 사회’에서도 여전히 시끄러운 예배를 고집할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안티기독교는 쓰레기 문화

- 한국교회에 있어서 교세의 위축은 사회 일각에서 대두되는 안티기독교 정서에도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안티기독교 현상에 대해 지나친 우려가 오히려 우려를 낳고 있어요. 이 문제는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 속의 현상입니다. 네티즌들의 특성은 하이에나처럼 먹잇감 앞에서는 잔인합니다. 그런데 기독교가 그들에게 먹잇감을 제공한 것이지요. 왜냐하면 기독교는 외향성을 강조하다보니 겸손을 잃은 것입니다. 그래서 공격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지요. 논쟁거리를 던져준 것입니다. 그러면 그 정도에서 끝나면 될 터인데 그 후에도 계속 논쟁거리를 주는 것입니다. 이것이 문제입니다. 인터넷 공간에 이루어지는 문화는 소위 ‘정크문화(junk culture)’, 즉 잡동사니의 쓰레기 문화입니다. 심각하게 관심을 둘 부류가 아닙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그들끼리 뜯어먹으라고 방치하는 것도 대처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는데 기독교인들이 지나치게 관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3년 전 샘물교회 봉사단원들의 아프간 피살 사건에 대한 인터넷 반응도 안티기독교의 전형적 사례지요.

그렇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현장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었을 때, 정규 언론들조차 인터넷에 떠도는 네티즌들의 근거 없는 얘기들을 퍼다 나른 것입니다. 그들 가운데 움튼 안티기독교 정서는 급기야 상승작용을 일으켰고 교회들조차 진실을 알 수 없어 네티즌들의 주장에 휩쓸리고 말았지요. 희생된 봉사단원의 가족은 물론 구조된 단원들까지도 선교의 순수한 의미를 매도당하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또한 “교회는 교회건축에만 올인 하고 건축헌금만 강요하는 곳”이라는 말도 안 되는 오해에 휩싸여야 했고 그렇게 기독교 이미지는 끝없이 추락됐지요.

- 언론과 기독교는 늘 불편한 관계인 것 같습니다만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개신교 관계자들이 언론을 대하는 기술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홍보전문가가 없다는 것이 개신교 측의 일차적 문제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작년인가 SBS에서 ‘신의 길, 인간의 길’이라는 다큐를 방영한 일이 있는데, 당시 이 프로그램을 둘러싼 방송국과 기독교 간의 갈등은 대단하지 않았습니까? 한기총이 성명까지 발표하고 온 교회가 일어나 이 방송을 비난했지만 결과는 어떠했습니까? 그 프로그램은 시청률을 10%대로 끌어올리며 대성공을 했습니다. 일반 다큐방송의 시청률이 2~3% 대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공이지요.

그런데 같은 숙제를 안고 있던 가톨릭은 어떠했습니까? 오히려 자기들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프로그램인 척 침묵했습니다. 그 결과 안티기독교 네티즌들이 활개 쳤고 개신교 이미지만 추락했지요. 이것 역시 홍보 전략의 부재라고 봅니다. 그래서 어떤 사건이나 현상에 대해서도 흥분은 금물입니다. 차분하고 진지하게 대처함으로써 신뢰도를 높여가야 합니다.


교인으로서 자기 가치관 분명해야


- 최근 북한 잠수정의 어뢰로 폭침된 천안함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이었는데, 한국교회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는 국제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 정부와 국회의 규탄성명, 심지어 유엔 안보리의 성명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짓이다, 아니다’의 논쟁은 여전합니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다른 측면을 보아야 합니다. 그것은 ‘여론은 여전히 진실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현상입니다. 이것은 사이버 공간의 문제점이며 네티즌들의 특성과 연관돼 있습니다. 그들은 전문가 집단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독특한 생리를 갖고 있어요. 즉 ‘여론에 의해 형성된 진실만이 진실이다’라는 명제에 충실하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독교인으로서 자기 주관적 생각’이 요구된다는 점입니다. 말하자면 ‘구원의 확신’ 같은 것입니다. 이것은 국가관이나 세계관과 같은 가치관 형성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거든요. 그런데 여론이란 사실 자기 가치관이 없어요. 그냥 떠도는 얘기일 뿐이지요. 여기에 기독교인으로서 자기가치관이 분명하면 잘못된 여론에 휩싸이지 않습니다.

- 이런 현상은 우리만의 문제인가요? 선진국은 어떻습니까?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는 그 국가나 사회를 지켜가는 어떤 룰이 있습니다. 국가 또는 사회가 공통적으로 인정하고 반드시 지켜야 하는 어떤 사회적 규약이 있다는 말입니다. 누구도 일정한 금지선을 넘어서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 룰은 안보에 관한 것이기도 하고 도덕에 관한 것이기도 하지요. 한국 언론은 너무나 선정적이어서 국가 안위를 위해 지켜야 할 룰에 대해 어떤 사회적 합의를 깨워주거나 주장하지 않고 있어요. 이것이 문제입니다.


‘자살자는 지옥 간다’ 성경 근거 없어


- 이달 말에 ‘자살예방학교’를 개설한다고 들었습니다만, 구체적으로 소개해 주시지요.

저는 지난 7년간 자살 문제를 꾸준히 거론해왔습니다. 자살은 한국사회의 문제이고 동시에 한국교회의 문제입니다. 10-20대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입니다. 30~40대는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노년층의 사망 원인에도 자살이 상위를 차지합니다. 하루 평균 35명의 생명이 자살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연간 자살자가 1만5,000명을 넘습니다. 그런데도 뾰족한 방안이 없어요. 자살의 원인이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누구보다 이 문제에 앞장서야 할 기관이 교회인데 머뭇거리는 인상을 주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교회 목회자들과 상담자들을 중심으로 자살예방 운동을 하자는 차원에서 ‘자살예방학교’를 개설하려고 합니다. 다행히 여러 기관들과 교회들이 참여해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 교회가 자살자 장례를 꺼린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만,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일부 교회에서 그런 현상이 있습니다만, 그것은 자살에 대한 인식 차이 때문입니다. 어떤 교회에서는 담임목사가 장례를 집례하지 않고 부교역자에게 맡기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하지요. ‘자살자는 지옥 간다’는 신앙적 인식은 성경적 근거가 없는 오해입니다. 자살은 죄입니다. 그러나 그것 역시 하나의 질병이라고 생각을 해야 합니다. 다행히 자살한 탤런트 이은주 씨의 장례가 교회에서 치러졌을 때,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인식 전환의 좋은 계기가 됐다고 봅니다. 또 제가 자살에 관한 책을 출간하면서 자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교회들이 자살자 장례를 꺼리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 그러면 자살은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네 그렇습니다. 자살의 핵심은 가치관에 관한 문제입니다. 우울증이나 경제와 가난의 문제, 질병의 문제, 인간관계의 문제 등이 실제적 자살 원인으로 분류되지만 그 뿌리는 결국 자살자 개인의 가치관에 관한 문제거든요. 그래서 교회가 나서야 합니다. 교회가 그들의 생명을 구원할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신앙을 통해 가치관이 변화되면 자살의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들게 되지요. 거의 모든 자살자들이 성공 지향의 잘못된 가치관 때문에 사실상 희생되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이 문제를 교회보다 더 잘 다룰 곳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교회는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와 능력을 갖춘 곳입니다.

-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최근의 관심 분야와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해 주시지요?

우리 40대들의 종교성 문제에 관심이 큽니다. 소위 ‘흔들리는 세대’라고 지칭되는 이들 40대는 교회를 구성하는 중심적 세대인데 이들이 흔들리고 있어요. 그래서 교회가 흔들리는 것입니다. “왜 이들은 교회에 들어오고 또 떠나야 하는가”를 고찰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다문화 사회에 있어 목회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에도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현재 몇 권의 책을 집필하거나 구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여름에는 가족과 함께 가까운 곳에 휴가라도 다녀왔으면 합니다.” #

김창범 편집위원 cbkim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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