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세대의 행복
산업화세대의 행복
  • 미래한국
  • 승인 2010.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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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의 편지] 이성원 청소년도서재단 이사장



2000년대 들어 우리 산업화세대의 행복 인식에 문제가 생겼다. 한 친구가 이렇게 얘기를 꺼냈다.


행복도 최하위 두 나라

2007년 97개 국 행복도 조사에서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꼴찌를 차지했다. 중진국에서는 남미국가(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가 최상위를 차지하고 동남아 국가(인도네시아, 필리핀 등)가 2위, 한국은 이란, 남아공과 함께 최하위였다.

선진국에서는 북구(덴마크, 스웨덴 등)가 1위, 영어권 국가(미국, 캐나다, 호주 등)가 2위, 서구(영, 독, 불 등)가 3위이고, 일본은 최하위에 머물렀다.

GDP로 치면 중진국에서는 한국이 1위이고, 선진국에서는 미국을 빼면 일본이 1위인데, 왜 이런 결과가 빚어진 것일까? 이것이 문제 제기였다. 옆에 있던 친구가 이렇게 받았다.


GDP와 따로 가는 생활만족도

GDP가 1만2,000달러를 넘어서면서 굶주림, 추위 등 생리적 욕구가 충족되고 TV 냉장고 새탁기 등 문화 생활 용품이 차례로 집에 가득차게 되었다.

일만 하면, 돈이 들어오고, 결혼하고, 집 사고, 아이 교육시키면 자동적으로 취직이 됐다. 사람들은 이런 생활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였다.

그러던 것이 90년대 말 세계금융위기로 한국은 고도성장 추세가 꺾이고 일본은 80년대 말 버블경제가 붕괴되면서 모두가 화들짝 꿈에서 깨어났다. 돈으로 행복을 사던 시절이 이제 종말을 고한 것을 깨달은 것이다. 사람들은 진작부터 물건이 넘쳐나도 더는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다. GDP가 늘어도 생활 만족도는 제자리에 머물렀고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행복이 손에서 빠져나가버린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또 한 친구가 이런 제안을 했다.


행복의 새로운 발상

이제는 경제적 풍요를 통하지 않은 행복 추구를 생각해 봐야 할 때가 되었다. 세 가지를 생각해 본다.

첫째는 ‘몰입’, 제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거기 푹 빠져 보는 것이다. 일도 좋고, 공부, 취미, 애완 동물같은 것도 좋다. 몰입에는 동호인과의 어울림이 생겨 더욱 좋다.

둘째는 ‘어울림’, 사람들과 유대를 맺는 것이다.

교회나 절, 자원봉사 같은 데 참여하는 것이다. 사람은 혼자 행복해질 수는 없다. 결혼식장, 장례식장 같은 곳도 좋다. 이런 곳은 일상을 벗어나 제 인생을 되새겨 보게 하는 계기가 된다.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인 그런 곳에 적당히 말려 들어가는 것이 나이 들면서 점점 외로워지는 회색 인생에 빛깔을 보탠다.

또 하나의 어울림은 ‘보살핌’이다. 되도록 남들을 보살피고, 또 남들에게서 보살핌을 받는 것이다. 기운 좋은 사람들은 남들을 잘 보살피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남에게서 보살핌을 받는 일이다. 더구나 나이 들면 불가피하게 남에게 신세질 각오를 해야 하고, 그러려면 스스로 그런 자격을 갖춰야 한다. 먼저 적극적으로 남을 보살필 줄 알아야 하고, 그리고 지나친 고집을 버리고 자연스레 남의 보살핌을 받아들이는 훈련을 쌓아야 한다. 이것은 나이 들면 우리가 살아가는 기본틀이기도 하다고 얘기하며 친구가 말을 맺었다.

산업화시대를 살아온 우리 세대는 지금 행복에 대한 사고 전환을 강요받고 있다. 과거 ‘돈’과 ‘물건’을 통해 얻던 행복을, 이제는 ‘마음’과 ‘어울림’을 통해 얻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생각하며 오늘의 환담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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