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잘난 척과 빈정거림이 없는 영화이야기
태블릿PC에 꼭 담을 영화 35
[북리뷰]잘난 척과 빈정거림이 없는 영화이야기
태블릿PC에 꼭 담을 영화 35
  • 미래한국
  • 승인 2011.04.22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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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해리슨’ 김용길 저

 
 영화평론가도 영화담당도 아닌 일간지 편집기자가 영화이야기를 담은 책을 냈다. <광화문 해리슨의 파이널 컷-태블릿PC에 꼭 담을 영화 35>라는 다소 긴 제목의 책을 낸 사람은 동아일보 편집부 차장 김용길 기자이다.

동아일보 기자블로그에 ‘편집자의 벤치’를 개설해 성실하게 기고해온 그는 미학적인 필치로 이미 마니아 팬을 확보하고 있었다. 블로그 대문에 걸려 있는 ‘광화문을 배회하는 미디어 편집자. 詩와 영화 사이를 어슬렁 거립니다’라는 문구처럼 그는 영화와 문학에 관한 글을 주로 써왔다.

20년 넘게 짧은 문구로 독자의 눈을 사로잡은 ‘제목 만들기’만으로는 목이 말랐던지 그는 자신의 블로그를 수십장에 이르는 긴 글로 채웠다. “인생은 편집이다”를 외치며 일상의 언어도 다듬어서 내놓는 그의 산문은 마치 시구(詩句)로 연결돼 있는 듯하다.

온라인에서 회자되던 그의 글을 오프라인으로 끌어낸 사람은 여행잡지 LIFE&TRAVEL의 이민학 대표이다. ‘편집자의 벤치’에서 영화 관련 글을 읽은 이 대표가 연재를 부탁했고, 3년간 쓴 글을 모아 이번에 출간한 것이다.

 

이민학 대표는 김용길 기자의 영화이야기가 좋은 이유를 “그의 영화 읽기에는 어려운 말도, 복잡한 추론도 없다. 무엇보다 영화평론가들의 잘난 척하는 빈정거림이 없어서 좋다. 그는 그저 줄거리와 의미를 잔잔하게 들려줄 뿐이다. 그러나 그 울림은 오래오래 남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며 끊임없이 내게 속삭인다. 그의 파이널 컷을 통해 영화를 보지 않고도 그 영화를 이해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김용길 기자의 영화이야기에는 ‘분석을 위한 분석, 쓸데없는 의미찾기’가 없다. 음유시인이 가슴 깊숙이 느낀 ‘저릿한 감성’이 흥건할 따름이다. 그래서 영화이야기를 읽으면  영화 저 너머로 여행을 다녀온 듯한 아련함에 사로잡히게 된다.
35편의 영화는 ‘사랑은 소통, 사람답게 사는 것, 순수, 그 잊혀지지 않는 것들, 액션 불패’ 등 4개의 챕터로 구성돼 있다. 이 책에 실린 영화는 ‘그녀에게’, ‘일 포스티노’ 같은 아름다운 해외영화에서부터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이끼’ 같은 핏빛서린 한국영화까지 필자의 취향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스펙트럼이 넓다.
  영화평론가의 식상한 룰과 일반 관객의 인상비평 그 중간 지점에 서서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영화를 채색하는 김용길 기자의 영화이야기. 흔들리는 버스에서, 전철을 기다리며 한 편씩 꺼내보면 삭막한 도심이 감성 가득한 이야기 숲으로 변모할 것이다.
필자가 편집기자인 만큼 각 편의 영화부제와 중간제목만 꺼내 읽어봐도 색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근미 편집위원·소설가 www.rootl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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