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잃은 한국문학의 현주소
균형 잃은 한국문학의 현주소
  • 미래한국
  • 승인 2011.05.10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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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80년대 이념적 편향성이 고스란히 이어져

    7, 80년대 한국문학은 좌파사상의 노트를 쌓아 올린 책장이나 다름없었다. 소수의 작가들을 제외한다면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스토리는 매우 드물었기 때문이다. 문학계의 이러한 성향은 2002년 발생한 ‘이문열 책 반환 사건’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당시 이문열의 책은 홍위병 발언을 이유로 좌파 지식인들 손에 불태워지거나 헌책방에 겨우 10원을 받고 반환됐다.

어느 집단보다 관용과 열린 정신이 필요한 문학계에서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배척하는 분위기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시, 동화 장르도 예외가 아니며 오히려 더 강한 성향을 띤다. 한국의 대표 베스트셀러 작가들을 통해 한쪽으로 기운 한국문학의 현실을 되짚어 본다.

 

한국문학계 이념 지향성 심화

현재 한국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라 불리는 이들은 대부분 골수 좌파다. 황석영, 조정래, 김진명, 공지영 등은 소설을 하나의 좌파철학 선전용으로 이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해 발간 된 황석영의 <강남몽>은 ‘남한 자본주의의 형성사와 오점투성이의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담아낸 책 (교보문고 제공)’이라는 소개대로 한국경제의 메카, 강남 형성기를 비판한 책이다.소설은 삼풍백화점을 붕괴로 시작한다. ‘개발시대의 욕망과 그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을 위해서다. 하지만 작가의 실수로 표절 시비에 휘말리고 말았다.

비슷한 시기에 발간돼 베스트셀러에 오른 조정래의 <허수아비 춤>은 ‘부패한 대기업의 실상’에 초점을 맞췄고 이후 발간된 <대장경>은 ‘부패한 관리들에게 수탈 당하는 민초들의 아픔과 저항정신’이 주제다. 한국문학계의 거장이라 불리는 두 작가가 수십 년간 변치 않는 사상을 글 속에 심어 어느 좌파 정치인보다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셈이다.

7년간의 공백을 깨고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공지영은 386세대 운동권 출신이다. 데뷔 초부터 학생 시절의 운동권 활동을 그대로 소설에 옮겨 놓던 작가는 전자부품제조업체에 입사했다가 들켜 퇴사한 경력에 제13대 대통령선거 때는 개표소 부정개표 반대시위에 참가해 구류를 산 적도 있다. 그의 초중반기 소설은 운동권 출신들이 자본주의사회에서 살아가며 퇴화하는 모습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그려 놓은 것이었다.

장편소설로는 가장 최근작인 2009년에 발표한 <도가니>는 광주의 한 장애인학교에서 일어난 성폭력사건을 주제로 한 것이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민주화 운동이 깔려 있다. 한때 민주화 운동이 활발했던 무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사건을 해결하는 주체도 인권운동 출신들이다. 책 소개 대로 하자면 ‘현실의 부조리와 기득권 세력에 대항하는’ 것이 이 책의 주제다. 최근 공 씨는 <진보의 재탄생>의 저자 노회찬과 함께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문화비평서를 냈다. 한마디로 경쟁주의에 대한 비판이다.

아예 자신을 ‘좌파 작가’라고 소개하는 이도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는 아니지만 작품성과 대중성을 힘으로 꾸준한 활동을 벌이는 공선옥 작가다. 올해 4월에 출간한 <꽃 같은 당신>은 재개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한 인터뷰에서는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의 발언에 적극 동참하며 대부업 광고에 출연한 연예인을 비판하기도 했다.

대담한 상상력과 엉뚱한 유머로 2000년대 문학계의 패러다임을 전환했다고 평가받는 박민규는 본격 데뷔작이자 출세작이라 할 수 있는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 클럽>에서 반기업 정서로 일관했으며 <지구영웅전설>로 미국을 패권주의국가로 단정지었다.

이후 <헤드락>, <딜도가 우리 가정을 지켜줬어요>등의 단편을 발표하며 비슷한 주제로 일관했으나 최근 발표한 단편집 <더블>을 보면 노년의 사랑, 중년의 고독 등 작가 본인의 연령을 따라 다양한 주제를 보여주려 하고 있다.

 

작가란 누구보다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예술가이며
사회를 보는 참신한 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반기업, 반자본주의,반시장경제를 골자로 하는 작품들만 엄선한 것처럼 실리고 있다

 

신인 작가들에게도 대물림

문제는 기존 작가들의 영향력이 후배 작가들에게까지 미친다는 점이다. 문학계의 큰 손이라 불리는 창작과 비평, 문학과 지성, 한겨레 출판사에서 당선되는 작품들을 보면 ‘암묵적인 검열’을 거친 것처럼 선배들의 사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없다.
작가란 누구보다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예술가이며 사회를 보는 참신한 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반기업, 반자본주의, 반시장경제를 골자로 하는 작품들만 엄선한 것처럼 실리고 있다.

2009년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인 주원규의 <열외인종 잔혹사>의 인물들은 ‘무공 훈장을 단 군복을 입고, 탑골공원에서 왼쪽의 냄새만 풍겨도 빨갱이로 몰아붙이며 시국강연을 펼치는 노인 장영달, 코엑스몰에서 한 달간 88만 원을 받고 용역회사에서 설비기사로 일하다가 해고당하고 점심 무료급식 배급을 찾아다니며 서울역 역사에서 노숙자 생활을 하는 김중혁(책 소개 글)’ 이다. 작가는 주인공들을 통해 애국심을 ‘세뇌된 충성심’으로 왜곡하고 소장 경제학자 우석훈의 <88만원 세대>를 그대로 인용해 한국 경제 구조를 탓하고 있다.

일정한 기준 속에 등단한 신인작가들은 차세대 한국문학을 이끌 문인으로 성장하고 있다. 김숨, 김사과, 김애란, 윤고은 등 주목 받고 있는 신인작가들의 작품에는 자본주의사회에 대한 거부감, 반미 정서, 인간관계를 계급간의 갈등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단, 이데올로기에 집착하지 않고 현대인의 고독, 일상의 고민, 젊은이의 방황 등 개인의 문제를 중심으로 풀어나간다는 점은 선배 문인들과 다르다.

독자들에게 시는 문학 장르 중에서도 가장 순수한 분야로 인식되고 있다. 인간의 감정과 본성을 직관적으로 노래하기 때문에 소설보다는 이성의 개입이 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은, 신현림, 김용택, 안도현 등 대표 시인들의 작품을 보면 좌파의 노래가 음률에 맞추어 쓰여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 서정 시인으로 인기를 얻는 안도현의 시가 다음과 같다.

나를 열받게 하는 것들은, 후광과 거산의 싸움에서 내가 지지했던 후광의 패배가 아니라 입시비리며 공직자 재산공개 내역이 아니라 대형 참사의 근본원인 규명이 아니라 전교조 탈퇴확인란에 내손으로 찍은 도장 빛깔이 아니라 미국이나 통일문제가 아니라 일간신문과 뉴스데스크가 아니라 이후에는 자신의 일상에 대한 고민을 써서 독자로 하여금 자연스레 감정을 이입하게 만든다.

‘후광(김대중)과 거산(김영삼)의 싸움’ ‘전교조 탈퇴확인란’ ‘미국이나 통일문제’ 등을 슬쩍 집어 넣는 식으로 정치 단어를 시어로 택하는 방식은 이외에도 여러 편 있다.
시는 그래도 어른이 읽기에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분별 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읽는 동화마저 좌파 일색이 됐다. 비판할 길 없는 아이들로서는 일방적인 주입을 당하는 셈이다.

 

 

세계화되려면 이데올로기 벗어나야

언제부터인가 동화 속의 인물들은 부자는 나쁜 사람, 가난한 사람은 착한 사람으로 그려져 왔다. 스타 동화작가 황선미의 <뻔뻔한 실수>를 보자. 주인공을 도와주는 착한 어른은 고물상이다.
반대로 반장이 주인공을 협박할 때 인용하는 친척은 검사다. 검사는 자연스레 ‘부정적인 어른’으로 인식되게 설정해 놓았다. 이는 좌파가 주장하는 기득권층과 소외계층을 아이들의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다.’기득권층’이 ‘나쁜 어른’, ‘소외 계층’이 ‘착하고 좋은 어른’ 된 뚜렷한 근거는 없다.

뛰어난 감수성으로 이름 알려진 동화작가 유은실은 아이들의 민감한 감성 속에 ‘계층 간의 분리’ ‘아파트 재개발 반대’ 등의 문제를 교묘하게 집어 넣는다. 주인공 아이가 사는 집 근처가 재개발을 하는 중이라 무섭다는 식이다.
이처럼 동화작가들은 ‘이주민 문제’ ‘재개발’ ‘소외 계층’ 등 좌파가 주장하는 이론을 동화 속에 보편적 가치인 것처럼 포장해 놓고 있다.

직·간접적으로 이데올로기를 표방하는 작품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소설가 신경숙이 보여주고 있다. 얼마 전 오프라 윈프리에게 소개돼 또 한번 화제를 모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는 ‘인간의 삶과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보편적 주제에 초점을 맞춘 대중적인 작품이다. 그동안 <외딴방>, <딸기밭>,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등의 작품에서 간접적으로 드러나던 운동권과 민중운동의 에피소드를 배제한 체 모든 독자들에게 편견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스토리였다. 현재 영문판 <Please Look After Mom>은 미국 아마존닷컴 전체 베스트셀러 32위에 올랐다.

미국에서 해외 문학이 번역, 출판되는 비율이 1% 안팎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과다. 사전 주문만으로는 초판 10만부를 넘긴 상태고 이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4월 베스트셀러 1위(인터넷 알라딘)에 재등극했다. 많은 비평가들은 신 씨의 성공을 ‘인류 보편적 정서’가 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진명 기자  jadu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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