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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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11.05.2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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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작가 친필 작품 한자리에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매년 5월이면 어김없이 울려 퍼지는 어린이날 노래는 고 윤석중 선생의 대표적인 동시다. <빛나는 졸업장>, <반짝 반짝 작은 별>, <달> 등 한국인의 유년 시절을 노래한 시인은 한국 동요, 동시계의 아름다운 거장으로 기억되고 있다
어효선의 <꽃밭에서> 또한 한국인의 정서를 듬뿍 담은 동요로 친숙한 노래다. 위의 작품과 박화목의 <보리밭>을 포함해 교과서에 실리는 작가들의친필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주목 받고 있다.

윤석중·박화목·어효선 등 작품 전시

5월 4일부터 10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이즈에서 열린 ‘동심 찾기 시화전’. 주최자는 문화예술연합과 한국동요동시보존회(회장 남민우)다. 남민우 회장은 “늘 마음으로 존경하던 윤석중 선생님과 박화목, 어효선 선생님께서 십여 년 전 즈음, 친필 작품들을 써주셨습니다. 저에게는 과분한 값진 선물을 혼자만 간직하기에는 아쉬운 마음이 들어, 어린이날을 맞아 처음으로 공개하게 됐습니다”라고 주최 소감을 밝혔다. 전시회에는 현존작가들과 아이들의 그림도 함께 전시됐다. 50~60년대 활동한 원로작가 김완기, 김종상, 문삼석, 신현득, 엄기원 등 교과서에 실린 친필 작품 15여점과 작품에 대한 감상문 식으로 그린 아이들의 그림이 함께 걸렸다.

원로작가들과의토론이 열린다는 오픈 당일 갤러리를 찾았다. 자그마한 갤러리가 어린이들과 취재진들로 붐볐다. 분홍색 티를 맞춰 입은 어린이 합창단의 재잘거리는 모습 덕에 다른 엄숙한 갤러리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한편으론 삐뚤빼뚤한 글씨 속에 천진난만한 동심이 어려 있는 고 윤석중 선생의 친필과 잘 어울리는 모습이기도 했다.

펜으로 쓴 글씨체와 수채화 그림, 짧은 운율 속에 담긴 동심의 세계가 돋보이는 작품이 어린이도 잘 볼 수 있게 그리 높지 않은 위치에 전시됐다. 현존 작가들의 그림 밑으로는 어린이들이 동시를 읽고 그린 그림도 함께 걸렸다. 완벽한 그림 솜씨는 아니지만 자유분방하고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전시회장을 찾은 관객들은 한 작품 한 작품을 보물 보듯 감탄의 눈길로 감상했다. 친필 작품이 전시된 적은 처음이라 하니 목마른 관객들에겐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을 터.

실용음악가 허희정 씨(22)는 “교과서에서만 보던 작품을 실제로 보니 신기해요.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고 교실에서 부르던 노래가 떠오르네요”라며 소감을 밝혔다.
큐레이터 고청화 씨는 “동요는 세대 간의 벽을 뛰어 넘는 소통과 융합의 장을 열어주는 매개체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동심이란 남녀노소에 구애 받지 않는 아름다운 정서이며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동심을 되찾을 때 진정한 평안과 풍요로운 정서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준비하며 느낀 소감을 밝혔다.

김완기 시인도 “윤석중 시인은 세계적으로 우뚝 선 분이죠. 박화목 시인은 신학대 교수로 기독교 사상을 가지신 분이었구요. 작품을 보면 기독교 세계관과 서정성, 농촌의 아늑한 모습이 잘 펼쳐지고 있습니다. 40~60대 분들이 애송하던 시죠”라며 고인을 그렸다.
남민우 회장의 멘트로 본격적인 순서가 시작됐다.
“요즘엔 교과서가 자꾸 바뀝니다. 7차, 8차 할 것 없이 할머니부터 손자까지 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은 계속 실어야죠. 가외 교과서를 만들어서라도 보존해야 된다고 생각해 계획하고 있습니다.”

 

특유의 글씨체 그림으로 운율 속 동심 표현

어린이 합창단의 합창과 시낭송이 이어졌다. 신기하게도 이제 막 7살이 된 아이가 고 윤석중, 박목월, 어유선 시인의 시를 막힘없이 암송한다. 발음도 부정확하고 운율도 모르고 무작정 외운 듯 똑 같은 톤이기는 하다. 이에 대해 김완기 시인이 설명을 덧붙였다.

“요즘 아이들은 동시를 잘 읽지 않는데 암송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어린애들은 10분, 20분이면 시 한 편을 금방 외웁니다. 처음엔 뜻도 모르고 무작정 외우다가 은연중에 시의 맛을 알게 되죠. 결국 암송교육을 시키지 않는 선생과 학부모의 잘못이에요.”

이어 신현득 시인은 “우리나라 작품 중 세계에 가장 많이 실리는 장르가 바로 동시입니다. 운문으로 시작한 나라이기도 하고 다른 나라 사람은 동시를 잘 쓰지 않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의 동시의 질은 매우 높고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 없습니다”라고 동시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동심은 반사회적 정신 전하지 않아야

2부로 작가와의 토론이 이어졌다. 서울대에 재학 중인 이용재 씨(21)는 “요즘 신춘문예의 동화를 보면 주제도 유행을 타는 것 같습니다. 어떤 해는 ‘장애인 인권’이 어떤 해는 ‘이주민 노동자’ 얘기가 주목 받더라구요. 이렇게 동화에 사회적인 메시지가 들어가는 것이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엄지원 시인이 답변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동심이고 이것이 바로 아동문학의 본질입니다. 동화는 정치가들이 떠드는 얘기가 아니죠. 순수한 아이들에게 반사회적인 정신을 심고 밑바닥을 보여주는 것은 아동문학의 뜻을 거스르는 것입니다.”

오세균 동요협회 회장도 “요새는 아동문학의 교훈성을 무시하고 재미만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마치 아이가 좋아한다고 밥은 안주고 초콜릿만 주는 것과 같죠. 재미만 쫓는 건 유행가에요. 아이들은 기준이 없기 때문에 문학의 밭에서 잘 길러야 하는데 말이죠”라고 의견을 밝혔다.
간호사 김민애 씨(30)는 “글쓰는 것에 관심이 많아서 궁금합니다. 어린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하시는지 아니면 따로 조사를 하시는지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김완기 시인은 “동시의 동자가 ‘아이들 동’자 아닙니까? 하지만 아이들만이 동심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동심이란 순수하고 천진한 마음이지요. 이것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도 있는 것이에요. 어렸을 때도 있지만 현재의 우리 마음에도 있습니다. 그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현재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취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죠”라고 답변했다.

끝으로 엄지원 시인의 축사로 식을 마쳤다. “내일이 어린이날입니다. 어린이를 진정 사랑하는 건 이것저것 선물만 사주는 게 아니라 동시와 동화를 접하게 하는 것이죠. 그런데 요즘엔 동요를 부르면 아이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한다고 해요. 우리 땐 책이 없어서 못 봤는데 말이죠. 우리나라에 동요 부르기 운동이 확산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자리가 바로 그 시발점이 될 것입니다.”

조진명 기자  jadu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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